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일본 공동 여당이 사실상의 선제타격능력인 반격능력 명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운명과 밀접한 부분도 함께 다뤄지고 있다. 한·일 군사동맹을 전제로 하는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25일자 <요미우리신문>에 '반격능력 자(自)·공(公)이 용인 쪽으로, 안보문서에 명기 방침...전수방위 견지(反撃能力 自公が容認へ、安保文書に明記方針…専守防衛堅持)'라는 기사가 실렸다. "자민·공명 양당은 자위 목적으로 상대의 미사일 발사 거점을 파괴하는 반격능력에 관해 25일의 협의에서 용인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기사는 "정부는 연말까지 개정할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의 세 문서에 (반격능력) 보유를 명기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기사는 복수의 여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유가 결정되면 창(矛)의 역할을 미군에 의지하고 방패(盾)를 투철히 해온 대전 후의 안전보장정책의 커다란 전환이 된다"라고 반격능력 명기의 의의를 평가했다.

지금까지 모순(矛盾)의 '모'를 미국에 맡긴 채 '순'만 들고 있었던 일본은 반격능력 명기를 계기로 창까지 들 수 있게 된다. 일본 영해에 침입한 적군을 '방패'로 막는 정도가 아니라 영해 밖의 적 기지를 향해 '창'도 날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비 전문인 전수(專守)방위원칙에 묶여 있는 자위대가 사실상의 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커다란 전환"을 운운할 만도 하다.

일본 집권당은 이런 전환이 전수방위원칙 파기로 비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공동 여당인 공명당이 특히 그렇다. 위 신문은 "공명은 반격능력의 보유에 찬동하면서도 국제법에 위반되는 선제공격과의 혼동이나 대상의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라고 전한다. 선제공격능력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자체가 반격능력이 그렇게 보일 만한 이유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이 반격능력을 행사할 만한 곳은 현실적으로 북한이다. 중국·러시아를 향해 선제적으로 '창'을 던지려면 매우 비장한 각오가 요구된다. 대만이나 필리핀 이남을 상대로 반격능력을 행사할 필요성 역시 매우 미미하다.

그래서 반격능력에 관한 보도들을 접하다 보면, 북한과 일본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지만, 이 문제를 곰곰이 살펴보면 북한 못지않게 한국에도 위험하다는 판단을 갖게 된다. 1910년부터 35년간 용산에 본부를 둔 주한일본군을 통해 한국을 지배한 적 있는 일본군이 반격능력 행사를 통해 북한뿐 아니라 남한의 운명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위대가 제3국을 향해 반격능력 행사? 

<요미우리신문>은 자민·공명 간의 대체적인 합의를 '반격능력 사용의 이미지'라는 도표로 정리했다. 도표 최상단에 따르면, 일본뿐 아니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을 위해서도 반격능력을 발동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조율되고 있다. 타국에 대한 제3국의 무력 공격이 일본 안보를 위태하게 할 때는 자위대가 제3국을 향해 반격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공동 여당의 의견이 모아져 있다.
 
본문에 인용된 <요미우리신문>의 문구.
 본문에 인용된 <요미우리신문>의 문구.
ⓒ 요미우리신문.

관련사진보기

   
안보상으로 일본과 밀접한 '타국'은 한국과 대만(타이완)이다. 두 나라는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그렇다. 그런데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근거로 일본이 중국을 선제타격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쪽은 한국에 대한 제3국 공격을 근거로 일본이 반격능력을 행사하는 것다.

그런데 공격 받는 타국을 위해 군사행동을 하는 것은 흔히 동맹관계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유엔 결의가 있는 경우에는 동맹관계 없는 타국에 파병하는 일이 자연스럽지만, 지금 일본이 추진하는 것은 그런 것과 관련이 없다.

일본은 유엔 결의에 관계없이 자국이 독자적으로 타국을 응원하는 군사행동을 공식화하고자 한다. 이런 군사행동은 동맹국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는 기시다 내각이 한·일 군사동맹을 염두에 두고 반격능력 공식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관련사진보기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이 응원하는 동맹 구도가 정착되면, 지난 2월 25일 대선 후보 TV 토론 때 윤석열 후보가 언급한 '유사시 일본군의 한반도 개입'이 훨씬 수월해진다. 반격능력 명기가 북한 안보뿐 아니라 한국 안보에도 심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30일 독도 인근에서 한·일 양국이 미국과 함께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했다. 11월 6일에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적 우려를 무릅쓰고 자위대 관함식에서 욱일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11월 23일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자동 갱신됐다. 공식적인 동맹조약은 체결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사실혼 동맹'은 북한·중국뿐 아니라 대만 같은 데서 볼 때도 동맹관계으로 비칠 여지가 크다.

<대만의 소리> 혹은 < RTI>로도 불리는 <라디오 대만>이 운영하는 <라디오 대만 인터내셔널> 인터넷판 11월 15일자는 윤 대통령이 11일 캄보디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한 일을 해설하는 기사의 제목을 '윤석열, 한국판 인태전략을 최초 공개, 한미일 동맹 강화(尹錫悅首揭韓版印太戰略 強化韓美日同盟)'라고 붙였다. 한·일이 동맹이 됐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제목이다.

일본이 윤석열 정권하에서 이뤄지는 군사적 연대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점은 <2022년 방위백서>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난 7월 22일 기시다 내각이 채택한 이 백서는 출범 2개월 밖에 안 된 윤석열 정부를 상당히 비중 있게 거론했다.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제1부 제3장 제4절 제2 '한국·주한미군' 편은 "한국에서는 2022년 5월에 윤석열 정권이 발족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런 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그의 대외정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방위백서는 제3부 제3장 '안전보장 협력' 편에 '한국과의 방위협력·교류의 의의'라는 항목을 두고 군사협력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뤘다. 이 부분은 "일·한 양국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격성과 복잡성을 증대시키는 속에서 일·한의 연대는 더욱 중요하게 됐다"라며 군사적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한·일 군사동맹을 지향하는 일본인들의 의중을 반영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통해 조선 시장을 개방시킨 일본은 6년 뒤 임오군란이 발생해 하급 군인 중심의 시민군이 한양을 장악하고 고종 정권이 마비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이때 시장개방과 전통산업 파괴로 인한 조선인들의 반일감정을 목격한 일본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했다. 하지만, 청나라군에 선수를 빼앗긴 일본은 그로부터 12년간 청나라가 조선 내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그랬던 일본이 1894년 동학전쟁이 발생하자, 12년 전보다 훨씬 신속하고 강력하게 개입해 청나라를 몰아내고 조선을 장악했다. 일본은 이번에도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건 뒤 조선에서 청일전쟁까지 일으켰다. 이때 일본이 장악한 영향력은 1905년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과 1910년 국권 침탈의 결정적 기반이 됐다.

1894년에 일본이 우세를 점한 배경이 있다. 두 건의 조약을 미리 체결해둔 것이 유사시 일본군의 신속하고 강력한 파견을 가능케 했다.

하나는 임오군란 발발 7일 뒤인 1882년 8월 30일(음력 7월 17일) 조선과 체결한 제물포조약 제5조를 통해 일본공사관 호위 목적으로 일본 병력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고, 또 하나는 갑신정변 이후인 1885년에 청나라와 체결한 중일천진회의전조(천진조약·톈진조약) 제3조를 통해 청나라에 사전 통지한 뒤 조선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조선·청나라와 각각 체결한 조약을 통해 일본은 유사시 한반도 출병을 합리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갖게 됐다.

기시다 내각이 반격능력 명기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군사 개입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윤석열 정부가 이를 묵인한 뒤 양국 동맹관계에 속도가 붙게 되면, 지금의 일본은 구한말의 일본보다 훨씬 용이하게 한반도에 대한 군사 개입을 합리화할 수 있게 된다.

19세기 말의 일본은 자국민 보호라는 '이기적' 명목으로 한반도에 개입했다. 그런데 반격능력이 공식화되면 굳이 자국민 보호를 내걸지 않더라도 한반도 보호를 명분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가 위험해지면 일본도 위험해지므로 한반도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공격을 명분으로 일본이 반격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반도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그 같은 개입을 가능케 만든다.

구한말 일본의 한반도 파병이 이기적이었다면, 반격능력 명기 이후의 일본은 '이타적' 명분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을 훨씬 용이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런 위험한 일이 바로 옆에서 추진되고 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장관과 윤덕민 주일대사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이 반격능력 공식화를 명분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댓글4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imjongsung.com. 제15회 임종국상..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 여자 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