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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연예인의 몸매가 미의 기준이 되어 버린 지금,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마른 몸매'를 원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했던 적이 있었다. 매일 같이 체중계에 오르고, 절식에 가까운 '1일 1식'을 하며 결과적으로 목표였던 저체중을 달성했었다. 그러나 누군가 만약 '그때로 돌아가 다시 다이어트를 할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다. 단순히 다이어트를 하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다. 정말 큰 문제는 그 이후에 있었다. 

다이어트는 성공했지만, 그 부작용이 심각했다. '다시 먹기 시작하면 살이 찔 것'이라는 두려움은 과자 한 입 먹을 때조차 벌벌 떨게 되는 다이어트 강박으로 이어졌다.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극단에 다다른 스트레스는 결국 '입터짐'이라고 불리는 폭식증을 불러왔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정신 차리고 보면 목 끝까지 음식이 차 있었다. 한계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손에 든 음식을 놓지 못해 울면서 쿠크다스를 욱여넣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선 폭식해 버렸다는 죄책감에 다음날은 단식을 하곤 했다. 살이 찔 거라는 생각에 먹고 토하는 '먹토'를 한 적도 있었다. 또다시 폭식, 먹토, 단식.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극단적인 다이어트 시 발생할 수 있다는 '무월경'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나는 몇 달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아 대학병원을 내원해야 했으며,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리 불순으로 인해 병원에 내원 중이다. 

탈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더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지속된 다이어트로 인해 다이어트 이전에는 어땠는지, 다이어트를 어떻게 그만두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유튜버를 통해 '탈 다이어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탈 다이어트'란 극단적인 식이 제한과 운동을 하는 다이어트를 관두는 것을 넘어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 칼로리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탈 다이어트'를 접했을 때는 두려움이 앞섰다. '정말 먹어도 괜찮을까?', '요요가 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이런 걱정이 들 때면 다이어트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음에도 머리로 칼로리를 계산하고, 체중계에 오르려는 이중적인 모습에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도 많이 했었다. 

그 뒤, 약 일 년간의 도전 끝에 나는 '탈 다이어트'를 성공했다. 지긋지긋한 먹토, 폭식과도 졸업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풍족하고 건강한 삶을 보내는 중이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느리지만 차츰차츰, 하나씩 고쳐나가며 마음을 바꿔먹으려 노력했다. 다음은 식이장애로 인해 고통받던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세 가지 방법이다. 

첫 번째, 내 몸 상태 바로 알기

탈 다이어트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 상태에 대해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가까운 보건소를 찾아 체성분을 분석해 준다는 인바디를 재 보았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비만이랬다. 여성의 표준 체지방률이 23%라고 했는데, 그를 초과한 34.3%가 나온 것이었다. 심지어 나는 절식에 가까운 식단으로 인해 기초대사량을 비롯한 체성분 또한 엉망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몸무게는 표준 체중 이하였다. 몸무게만 두고 봤을 때는 살이 찌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체지방에 비해 근육이 턱없이 적은 전형적인 '마른 비만'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마른 비만은 다이어트를 운동이 아닌 먹는 것만 조절했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탈 다이어트 이전 마른 체형에도 불구하고 체지방률이 비만으로 떴던 인바디 결과이다.
▲ 비만인 체지방률 탈 다이어트 이전 마른 체형에도 불구하고 체지방률이 비만으로 떴던 인바디 결과이다.
ⓒ 한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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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디를 잰 뒤, 나는 내 몸 상태에 대해 바로 알 수 있었다. 또 몸무게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로만 들을 때와 달리 직관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절식을 그만두려고 노력했다. 대신, 건강하고 적당히 먹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마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식단 일기이다. 

두 번째, 식단 일기 쓰기
 
 식단 일기를 시작한 초기의 내용이다.
▲ 식단 일기  식단 일기를 시작한 초기의 내용이다.
ⓒ 한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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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일기는 과거 내가 처음 식단 일기를 작성했을 때의 내용이다. 단순히 어떤 걸, 얼마나 먹었는지가 아니라 그걸 먹고 난 뒤 느낀 감정과 생각을 함께 적어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직면하고자 노력했다. 

처음에는 먹을 때마다 식단 일기를 작성하는 행위가 하나의 강박으로 느껴져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꾸준히 기록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그래서 매 시간마다 먹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남겨두었다가 그 시간을 보고 잠들기 전 식단 일기를 적으며 되돌아 보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나는 어떨 때, 어떻게 음식을 먹어야 같은 음식을 먹어도 더 만족스럽게 식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내 하루를 돌아보고, 왜 내가 폭식증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는 '심리적 허기'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고, 그 결핍을 매움으로써 폭식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세 번째,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찾아보기

식단 일기를 작성하며,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는 평소보다 과하게 음식을 욱여넣었고, 이후 먹고 토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때문에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좋다는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운동화를 고쳐 신고 무작정 러닝을 뛰러 나갔다. 그러자 잡생각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것 같았고, 완주하고 나면 밀려오는 성취감이 나의 결핍을 채워 주었다.

밖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고 돌아오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면 생각할 틈도 없이 숙면을 취하게 됐다.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나니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달리기 어플인 '런데이'를 통해 30분 달리기에 도전했다. 완주하고 난 뒤 찍히는 도장은 성취감을 더 고양시켜 주었다.
▲ 런데이 사진 달리기 어플인 '런데이'를 통해 30분 달리기에 도전했다. 완주하고 난 뒤 찍히는 도장은 성취감을 더 고양시켜 주었다.
ⓒ 한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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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탈 다이어트를 통해서 나는 음식에 대한 집착과 폭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또, 단순히 다이어트를 그만두는 것을 넘어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탈 다이어트는 내가 어떨 때 행복했는지 먹는 즐거움에 대해 다시 깨닫게 해 주었고,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 주었다. 건강하게 잘 먹고, 스트레스의 원인을 직면하고,  그를 건강하게 잘 풀며 살다 보니 어느새 '마른 비만'이라던 체지방도 '표준'으로 돌아와 있었다.
 
단순히 숫자만을 줄인 것이 아닌 탈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체지방을 감소했다.
▲ 인바디 체지방률 단순히 숫자만을 줄인 것이 아닌 탈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체지방을 감소했다.
ⓒ 한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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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다이어트를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정말 엄한 잣대를 들이민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아니었을까'였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은 이미 숱하게 들어 와닿기 힘든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고.

그럼에도 나는 또다시, 나처럼 숫자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너무 각박하게 굴지 않아도,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당신은 단 한 순간도 사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그러니까 부디 스스로를 사랑해 달라고 말이다. 

태그:#다이어트,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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