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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77편, 이 시들은
▲ 시인 김명수 신작 77편, 이 시들은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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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진정한 시인은 본질적으로 가장 심오한 생태론자다.' 녹색평론 발행인 故 김종철 선생이 줄곧 하던 말씀이라고 한다. 1991년 창간돼 30여 년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녹색평론이 1년간 휴식기를 마치고 첫 책으로 김명수 시인의 <77편, 이 시들은>을 발행했다. 녹색평론 최초 시집 출판이기도 하다. 이는 시와 시인을 사랑했던 고인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모든 사물들은 다 말을 하고 있단다. 그 말을 우리가 듣지 못할 뿐이지."
- <77편, 이 시들은> 수록된 시 '강 6' 중에서

사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기를 벌써 45년, 11번째 시집을 펼친 김명수 시인의 세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현재 도심을 떠나 강원도에서 창작을 하며 지내는 시인과 장시간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낭만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보았다. 왜 김종철 선생이 사랑한 시인이라는 별명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은 3번에 걸친 김명수 시인과의 대화이다.

시인의 마음에 대하여 

- 이번 시집에서는 전체적으로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셨는지요?
"전체적으로는 세계, 그리고 인간의 자유가 큰 틀이 될 텐데 시인이 한 시집을 낼 때는 한 가지 주제만 가지고 쓸 수 없어요. 시인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 시를 쓸 때는 이런, 저 시를 쓸 때는 저런 각기 다른 마음이거든요.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이고, 삶의 슬픔을 쓸 수도 있는 것이고, 자연의 경이를 쓸 수도 있는 것이고 오늘날 암담한 사회상을 담을 수도 있는 거죠."

- 암담한 사회상을 말씀하시는 데, 얼마 전 이태원 참사가 있었죠.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 너무 많았던 오늘날의 억압된 젊은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슬프고 기가 막힙니다. 제가 세월호 참사에서 대부분의 희생자가 다녔던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안산에서 오래 살았습니다. 그때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거든요. 그런데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니까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죠.

오늘날 우리는 간접선거를 통해서 지도자를 뽑는데 그 사람들이 법률을 행사하고 권력을 가지면서 우리 삶을 제약하고 지배하게 되니까 우리는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 사람들이 좋은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좋은 정치인들도 많이 있을 텐데 너무 안타까운 행태들을 볼 때 우리 사회가 정말 민주적인 사회로 나갈 수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리면서 이뤄오고자 했는데 과연 사회는 발전된 것인가? 그런 고민이 들어요. 정치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국민들 스스로도 올바를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싸워나가야 해요. 더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서."

-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시 '별 목걸이'(별들과 별들 사이 / 꿰어보려고 / 어둠 속 살별 하나 / 피어났으니 / 어둠 속 살별 하나 / 스러졌으니)를 보면서 그 희생자들이 별이 되었다면, 살별(혜성, 꼬리별의 순우리말)이 되고 이를 꿰어 목걸이를 만든다는 작은 바람을 가졌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무지개 너머 보냈을 때 가끔 밤하늘에 별을 보며, 어쩌면 별이 그 존재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잖아요.
"시인은 던지는 것이고 독자의 감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것, 그것이 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별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잊어버렸던 사람들 그렇게 해도 볼 수 있잖아요. 다시 이어보고 싶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어요.

원래 시를 쓸 때는 별들의 고독을 생각해 봤어요. 살별을 바늘이라 생각을 해 왔던 거죠. 막막한 밤하늘에 피어있는 별들을 이어보지만 살별은 숙명적으로 사라져 버리잖아요. 그건 좌절을 의미할 텐데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세상은 끊임없이 다가오지 않잖아요.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그것을 별 목걸이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광년이라는 시간으로 아득하게 떨어져 있는 별들을 연결해서 아름다운 목걸이로 만들어 보려는 시인의 열망이랄까."

많은 이들이 시적인 감성을 회복했으면 

- 이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들이 시적인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은 안 되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있는 감성을 다시 회복됐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라는 것을 감성이 있는 사람들이 저지르겠습니까? 범죄인들이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다면 사람을 칼로 찌거나 목을 조를 수 없잖아요.

시적인 감성으로 들에 핀 꽃 한 송이나 이런 것 아름답게 본다면 마음에 감성들이 조화가 되고 모든 생명들을 더 소중하게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자기만 배부른 기업가들도 시적인 감성을 잃은 사람들이죠.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 공존한다면 세상은 더 자유롭고 평화로워질 수 있어요. 원래는 우리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거잖아요. 살면서 그런 마음이 닳아서 없어지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그것이 결국 시가 지향하는 바겠죠."

- 마지막 질문인데요. 1977년도 신춘문예로 등단하신 후 끊임없이 창작하셨고 수많은 문학상을 많이 수상하셨어요. 그리고 평론가들이 사랑한 시인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계신데 시를 잘 쓰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누군가 이제 시 쓰기를 시작하고 싶다면 우선은 삶을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사물들을 깊이 바라보아야 해요. 우리 모든 삶이 연관이 되어 있잖아요. 불교에서는 연기(모든 현상이 생기(生起) 소멸하는 법칙)에 따르면 모든 현상은 원인인 인(因)과 조건인 연(緣)이 상호 관계하여 성립하며, 인연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고 할 수 있고요.

쉽게 말해 배추 한 포기도 씨가 뿌려져 자라기 위해서는 해, 물, 바람, 흙이 필요하잖아요. 그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 사물들을 바라볼 때 그렇게 심층적으로 그렇게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 속에서 시가 써지는 것이고 그렇게 시가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77편, 이 시들은
▲ 시인 김명수 77편, 이 시들은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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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은
1945년 경북 안동 출생.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월식〉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월식》, 《하급반 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 지대》, 《바다의 눈》, 《아기는 성이 없고》, 《가오리의 심해》, 《수자리의 노래》, 《곡옥》,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 등이 있으며, 동시집 《산속 어린 새》, 《마지막 전철》, 《상어에게 말했어요》와 동화집 《해바라기 피는 계절》, 《달님과 다람쥐》, 《엄마 닭은 엄마가 없어요》, 《찬바람 부는 언덕》 등 아동문학 도서와 번역서도 여러 권 펴냈다.
오늘의작가상(1980년), 신동엽문학상(1985년), 만해문학상(1992년), 해양문학상(1997년), 창릉문학상(2016년) 등을 수상했다.

77편, 이 시들은

김명수 (지은이), 녹색평론사(2022)


태그:#김명수, #녹색평론, #김종철,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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