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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희정 글, 반올림 기획, 정택용 사진,오월의봄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희정 글, 반올림 기획, 정택용 사진,오월의봄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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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보통은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책을 읽는데, 이번 기록노동자 희정의 신간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책은 달랐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에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가득 채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나칠 수 없게 된 이들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클린룸'이라고 잘 알려져 있는 반도체공장에서 오퍼레이터로 근무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생생한 경험 말이다. 생생하다는 것이 현실적인 소재를 다뤄서만은 아니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온갖 일들을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한 존재로서 말이다.

여성노동자의 건강과 권리가 문제가 되기까지

본인도 노동안전보건 단체에서 일하는 여성활동가로서 여성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접할 때마다 계속 풀리지 않던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왜 여성노동자가 경험하는 건강(권)은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가?'였다. 노동 환경을 조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굉장히 다양하다. 그런데 서있는 위치를 달리해보면 어떤 것은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는데 반해, 그렇지 않은 것도 상당하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가 분명 있음에도 성별 갈등으로 왜곡시키고, 성차별 체제를 자꾸만 지운다. 물론 문제로 알려지기는 한다. 그런데 사회의 입맛에 맞는 어떤 특정한 것들만 문제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힘없고 강자에게 기대어 도움을 요청하는 수동적 위치, 무결한 피해자의 위치에 서있지 않으면 외면 받는다. 소리 지르고, 발악하고, 분노하는 여성을 사회는 '여성'이라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경험은 바로 일터의 화장실과 유·사산, 조산 문제다. 두 의제를 다루는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면접 참여자 모두 공통된 반응들이 있었다. '이런 게 문제가 되나요?'라거나 '이런 건 너무 사소한 것 같은데.'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속상함이 컸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의 시작이 매번 '절대 그렇지 않다, 사소한 문제는 없고, 개인이 아닌 직장과 사회의 문제로 생각해보시면 좋겠다.'라는 설득과 안내가 필요했다.

왜 이런 반응들이 일관되게 나타나는지가 당시 큰 고민이기도 했는데, 희정도 이런 고민을 역력히 한 흔적을 책 곳곳에 남겼다. 매달 하던 월경을 일 시작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하지 않게 된 경우나 통증이 심해져 고통스러워했던 경험들, 임신을 한 몸임에도 종일 서있고 교대 근무를 수행해야만 했던 피로감, 아픈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도 스스로의 탓으로만 여길 수밖에 없었던 이 모든 경험들이 사소하거나 예민한 것으로 의심 받아온 여성들의 역사다.

결국 이런 경험은 구조적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임에도 개인이 탓인 것처럼, 일터와 공동체, 사회의 책임을 자꾸만 지운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고립되고 상처받고 분노한다. 유산 여성 10명 중 6명이 직장인이고, 노동시간이 길수록 유산 위험은 높다는 게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5년간(2016~2020) 유산 26만 건 중 산재 인정은 단 3건에 그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1)

노동을 넘어 삶에 던지는 질문들

희정은 곳곳에 독자들이 다양한 존재와 연결될 수 있도록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는 역할을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기록자의 세심함은 그대로 전해져 책을 읽는 동안 판단자의 역할이 아닌 이 사회의 동료시민으로서 자세를 고쳐 앉게 한다.

물론 당시 상황을 잘 정리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주는 역할도 충실하다. 동시에 아픈 아이의 엄마로 태어난 문제에 대해 여성노동자들이 모성신화로 소비되지 않길 바라며 동시에 임신과 출산, 양육 그리고 가사·돌봄 노동을 수행해야하는 엄마와 며느리로서, 노동자로서 자꾸만 공과 사의 경계를 가르려는 주변의 시선과 단언에 대해 선을 긋는다.

사람은 납작한 존재가 아님에도 사회는 자꾸 모든 이들, 특히 사회적 소수자들의 생을 납작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을 덮는 순간 거대 삼성에 맞서 싸운 여성노동자들의 분투에 대한 단선적 감상보다도 문제를 '문제'로 만들기 위해 결심했던 그 찰나와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데 애썼던 순간들, 공장 생활을 하면서 동료, 선배들과 만들었던 소중한 희로애락을 통해 다중적 주체로서 서게하며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이들의 삶에 '곁에 선' 이가 된다.
 
"저는 산재가 되면 다 해결이 되나 보다 했는데, 그런게 아니더라고요. 의사 소견서(진로계획서)를 받아야 하고. 그걸 2년에 한번씩 계속 제출해야 한 대요. 의사 선생님은 그게 뭔지 몰라요. 여러 번 설명을 해서 겨우 받았거든요."
 
루프스 진단을 받은 최선애씨가 지금도 겪고 있고, 이후에도 겪어야만 하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마침표가 있다고 하지만, 일로 인해 직업병을 얻고 자녀가 아픈 상황을 겪는 일, 산재 여성노동자의 삶은 결코 끝남이 없다. 그 긴 시간에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 될 수 있도록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이나래가 작성했습니다.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 우리 아이는 왜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 물음의 답을 찾다

희정 (지은이), 반올림 (기획), 오월의봄(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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