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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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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 질환이 있는 소년을 안고 찍은 영상과 사진이 공개되면서 '빈곤 포르노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며 여당에서는 야당 의원이 대통령 배우자에게 '포르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은 정쟁으로 변했다. 여당이 반격을 위해 '빈곤'이 아닌 '포르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통령 부인에게 포르노라니!' 하는 식이다.

언론 매체에서는 연일 '빈곤 포르노' 공방 중이다. 그런데 국제개발협력 사회에서는 몇몇 청년 활동가 그룹을 제외하고는 조용하다. 오랜 시간 동안 빈곤 포르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온 발전대안 피다는 대통령 배우자의 캄보디아 소년 영상으로부터 시작된 이슈의 핵심을 짚어보고자 한다.

"광고주들은 항상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빈곤 포르노'는 무엇인가? 여러 언론에서 밝혔듯이 빈곤 포르노는 덴마크의 요르겐 리스너(Jorgen Lissner)가 1981년 처음 제기한 '사회적 포르노(social pornography)'에서 기인한다. 덴마크 원조 단체인 단처치에이드(Danchurchaid)의 사업 책임자인 그는 잡지 <뉴인터내셔널리스트>에 기고한 '비참함의 상인들(merchant of misery)'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회적 포르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광고주들은 거의 항상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배가 부풀어 오르고 나른한 눈을 가진 쇠약해진 아이들을 계속해서 보고", "많은 광고주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보여 주는 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40여 년 전 한 유럽 국가의 어떤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2022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는 매일 저녁 TV 광고를 통해 "배가 부풀어 오르고 나른한 눈을 가진 쇠약해진 아이들"을 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요르겐 리스너는 원조 단체가 굶주린 아이의 이미지를 광고를 통해 활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단정하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굶주린 아이들을 보여 주는 광고는 관련된 사람에 대한 존경과 경건함 없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벌거벗은 상태로 전시하는 포르노에 가깝다. 둘째, 이런 광고에서 사용하는 굶주린 아이들에 대한 이미지는 물질적 부와 풍요가 있는 서구 사회의 우월감을 강조한다. 셋째, 광고의 목표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기에 왜곡된 현실을 이야기한다.

즉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지 않고 광고주들에 의해 구성된 일방적인 관점을 현실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다수에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빈곤 포르노성 모금 홍보 영상과 사진은 실제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 준다. 동정, 연민, 책임의 가치를 전해 더 많은 후원금을 이끌어 낸다. 이런 영상이나 사진을 쓰지 않아 부족한 자금 때문에 굶고 병들어 죽어가는 아이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빈곤 포르노성 모금 홍보 영상과 사진들이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빈곤 포르노성 모금 홍보 영상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2013년 캐나다에서 빈곤 포르노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요크 대학교수인 제니스 나탄슨(Janice Nathanson)은 토론토 대학 교수인 폴 러더포드(Paul Rutherford)가 제시한 대중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하게 하는 세 가지 접근법인 획일화(Totalizing), 호명화(Interpellating), 개인화(Privatizing)를 활용해 캐나다 개발 NGO의 모금 홍보 영상과 사진을 분석했다.

먼저, 획일화는 광고자가 가진 이데올로기가 텍스트(영상·문서 등)를 통제해 메시지에 명확하고 동질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권력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관련된 것들을 획일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이다. 모금 홍보 영상에서는 주로 권력을 가진 주체가 독백 방식 메시지를 전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나 가족은 말하지 않는다. 

둘째는 호명화다. 권력자의 메시지는 후원자 개인에 맞춰져 기부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선한 이미지의 화자가 진실된 모습으로 '당신이 이 불쌍한 아이를 도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구원자로 호명된 기부자가 문제 해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동안, 아이는 도움을 기다리는 피동적인 존재로 남는다. 

셋째는 개인화로, 집단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사회 이슈를 도덕 문제로 전환한다. 계급, 인종, 차별, 불평등, 국가의 실패, 기후 변화, 신자유주의 체제로 인한 구조적 문제는 가려지고 빈곤은 무능력한 부모와 게으른 개인의 문제로 남는다.

대통령 배우자의 캄보디아 심장질환 소년 방문 영상을 폴 러더포드의 세 가지 접근법을 활용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권력자는 '불쌍한 심장 질환 소년을 안타까워하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메시지를 표명하기 위해 상황을 완전히 통제해 획일화했다. 

YTN '뉴스캐치'가 유튜브에 올린 1분 27초짜리 영상을 보면 대통령 배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유 이렇게 착한 애들이 아유...", "다음엔 만날 땐 더 건강해서 같이 만나야 돼요", "약속", "잘 치료받아야 돼요", "아유. 너무 순수해, 애들이 아유...", "힘을 내야 돼요, 우리 큰형은", "엄마가 계속 너무 울어서 내가 너무 마음이 너무 아팠어" 대통령 부인의 독백의 연속이다. 소년과 큰형은 한두 마디 인사로 생각되는 말만 했을 뿐이다. 권력자의 의도를 완벽히 반영해 영상 전체를 자애로운 대통령 배우자로 획일화했다.  

둘째, 호명화다. 영상에서 대통령 배우자가 소년을 돕자는 이야기를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타까워 하는 권력자의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이 나간 후 후원자들이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부대변인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대통령 부인은 "마침내 생명의 길이 열렸다"고 안도했단다. 아픈 캄보디아 소년의 구원자는 대통령 부인과 그에 의해 결과적으로 호명된 한국인들이었다.

셋째, 개인화다. 영상에는 캄보디아 소년이 캄보디아 의료시설이 아닌 한국인이 설립한 헤브론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리고 소년의 건강 회복을 위해 가족이 기울였을 노력과 한계 등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소년의 어머니는 영상 초반부에 울고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긴장한 표정의 가족들은 소년을 안고 있는 대통령 부인 뒤에 배경처럼 앉아 있다. 이렇게 불쌍한 개인의 모습만 묘사된다. 그래야 구원자가 더 돋보이기 때문이다. 

14세 청소년을 굳이 어린아이처럼 양팔에 안고 있는 대통령 배우자의 모습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아프리카인을 구원하러 온 백인 구원자라는 전형적인 '백인 구원자 콤플렉스(white savior complex)'의 재현이다. 누군가는 '짧은 영상에 복잡한 구조와 맥락을 어떻게 담겠느냐'라 질문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빈곤 포르노성 영상의 전형적 모습이다. 복잡한 서사는 걷어 치우고 불쌍한 개인에게 집중해야 후원자가 돋보인다.

침묵의 동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환아의 집을 찾았다. 김 여사는 아이를 어린 아이처럼 안고 사진을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환아의 집을 찾았다. 김 여사는 아이를 어린 아이처럼 안고 사진을 찍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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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배우자의 캄보디아 소년 방문 동영상 공개 이후 우리 사회에서 '빈곤 포르노' 논란이 이어졌다. 그런데 빈곤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

먼저 '공적인사적모임'이라는 청년 활동가 그룹이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하고 빠르게 서명 운동을 전개했다. 22일 현재 약 1만9000여 명의 시민들이 서명했다고 한다(관련 링크). 소셜미디어 상에서 개인들의 울분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빈곤 포르노 논란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청년 활동가 그룹과 개인의 문제 제기 외에 기성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단체들의 집단적 움직임은 없었다. 

대통령 배우자의 캄보디아 소년 방문 영상과 관련한 빈곤 포르노 논란은 본질과 관계 없이 여야 정쟁으로 흘렀다. 때문에 평상시 정치적 이슈에 거리를 두는 경향이 짙었던 개발 NGO들이 어떤 입장을 표명하든 정치적 광풍에 휘말릴 수 있음을 우려했던 것 같다. 그리고 후원자들에게 정치적 문제에 휘말리는 단체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함에도, 아동 보호와 인권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단체들이 빈곤 포르노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발 NGO 협의체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가 2014년 제시한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주요 규범들을 어긴 이 빈곤 포르노성 영상 자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왜 침묵했을까? 빈곤 포르노성 모금 홍보 영상에 관한 좀 더 민감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40여 년 전에 요르겐 리스너가 지적한 '굶주린 아이의 이미지를 광고를 통해 활용하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2022년 한국의 유명한 단체들에 의해 지속되며 매일 저녁 TV에서 광고의 형태로 방영되고 있다. 리스너는 "현금이 계속 유입되고 구호기관이 계속 운영되는 데 필수적"이라며 비윤리적 광고를 계속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시대를 40년이나 뛰어넘지만 현재 한국에서 이런 영상이 계속 사용되는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는 불안정한 모금 시장, 해외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 등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방식이 후원자들로부터 후원금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빈곤 포르노성 모금 홍보 방식의 기저에는 마치 후원을 상품처럼 만들어 판매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치열한 모금 시장에서 더 많은 후원을 유치하기 위해서 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 방송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작된 빈곤 포르노성 모금 홍보 영상은 비윤리성에 대한 별다른 문제 의식을 가지지 않은 후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감동은 쉽게 후원으로 연결된다.

과연 아동 보호, 인권 등의 고귀한 보편적 가치를 비윤리적 방식을 통해 효과적으로 성취하는 것이 옳을까? 상업 회사로부터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를 통해 글로벌 빈곤 해소와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후원자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대통령 배우자의 캄보디아 심장질환 소년 방문 영상이 우리 사회에 야기한 '빈곤 포르노' 문제의 본질은 발전 문제를 상품 판매처럼 다루는 행태다.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인권 침해 등을 야기한 구조적이고 맥락적인 원인은 가리고, 개인과 가족의 불행에만 초점을 두고 마치 작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듯이 여기도록 효과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행태가 문제의 핵심이다. 누가 이것을 고칠 수 있을까? 바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자신이다.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내부에서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단체의 최고 지도부가 결심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윤리 의식을 가진 후원자가 중요하다. 

빈곤 포르노성 후원 모금 자료와 영상을 제작하고 방영하는 단체를 선택하지 않는 의식 있는 시민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TV에서 빈곤 포르노성 모금 홍보 영상을 방영하지 않고, 그런 후원 자료를 활용하는 단체들이 시민들로부터 질책 받는 사회야말로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일 것이다.

다시 우리 사회에 빈곤 포르노 논란을 가져온 대통령 배우자로 돌아가 보자. 앞으로 4년 6개월여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대통령 배우자는 수많은 개발도상국을 방문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권력자들은 현지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는 좋은 이미지를 보여 주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을 방문한다.

앞으로의 방문에서는 국가를 또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과도하게 연출된 그리고 국제 사회의 규범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통령 배우자에겐 혹시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국제 사회의 규범을 살펴보고 전문가와 활동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권한다.

이번 빈곤 포르노 논란으로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한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그 시작은 자기 성찰에서 시작될 것이다. 단체들은 모금 효과성에 빠져 '비참함의 상인'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후원자들은 동정심만 가득한 비윤리적 모금 상품 구매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빈곤 포르노에 대한 침묵의 동조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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