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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거부당한 스티커
 제작 거부당한 스티커
ⓒ 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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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민단체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의 홍보물을 만드는 일도 당연히 하고 있습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끊임없이 굴욕, 친일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은 우리 국익이 실종된 미국과 일본을 위한 회담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담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배포할 인쇄물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문 인쇄업체 A에 출력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A업체로부터 제작이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A업체는 당일판 인쇄의 경우, 업로드 마감시간과 해당규격에 맞게 접수를 하면 문제없이 인쇄물을 제작해주던 곳이었습니다. 시간과 작업물 모두 문제가 없었고 결제까지 마친 인쇄물에 대한 제작 불가 연락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곳은 제가 활동을 시작한 2017년에도 이용하던 업체였기 때문에, 거래기간이 꽤 쌓인 곳입니다. 이전 정부들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맡겼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문제가 왜 이번에 발생하게 된 걸까요? 해당 업체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인쇄 불가' 관련해서 새로 공지된 글은 없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 스티커·친일외교 비판 유인물 제작 거부한 이유
 
제작 거부당한 유인물
 제작 거부당한 유인물
ⓒ 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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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로부터 당황스런 일을 겪은 후 개인 SNS에 이를 토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저희 단체만 제작 거부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다른 단체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것입니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추모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를 기억하고, 알리기 위한 스티커를 제작하려 나선 단체도 A업체로부터 '스티커 제작거부' 통지를 받았습니다. 스티커에 담긴 내용은 '18:34 국가는 없었다. 이태원 참사 대통령이 책임져라'가 전부였습니다.

또 다른 단체에서는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되는 한미일 전쟁훈련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 제작을 해당 업체에 맡겼으나, 이 또한 정부 규탄의 내용이라며 거부통지를 받았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기사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인데, 업체는 이를 문제 삼으며 제작을 거부한 것입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남, 김해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도 윤석열 규탄 내용의 유인물이어서 해당 업체로부터 제작거부를 당했다고들 이야기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업체 담당자와 다시 연결해 제작거부 이유를 물었습니다. 업체 담당자는 "현 정부 비판하는 내용의 인쇄물은 9월부터 제작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며 최근 이태원 참사, 퇴진 촛불 등의 정부 비판 내용을 다룬 진보정당과 단체들의 작업물들은 받지 않기로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왜 그런 방침을 정한 것이냐고 묻자, 담당자는 "찝찝해서"라고 답변했습니다. 정부 비판 인쇄물을 제작했던 것이 하루이틀 일도 아닌 이 업체가 돌연 9월부터 내부방침까지 정해 윤석열 정부 비판 제작물을 안 만드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 업체는 인쇄물 정책을 통해 불법 성인물, 도박물, 대부홍보물 등 직간접적 또는 암시적인 유해 인쇄물은 제작 불가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친일, 굴욕외교를 비판하는 것이 유해 인쇄물이라도 된다고 판단하는 걸까요?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업체에서는 대통령의 친일, 굴욕외교에 대한 표현은 '국민의 표현'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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