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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I SEOUL U'.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I SEOUL U'.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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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버스회사 신흥운수의 경리과 여직원 박아무개씨는 지난 10월 20일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2008년 입사한 중고참 사원 박씨는 "너무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감사원에 도움을 청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그 420만 원을 빼서 제 계좌에 넣었나요? 아니면 대표이사 개인계좌에 입금이 되었나요? 그 돈은 그대로 회사 계좌에서 회사장부의 이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횡령이라니요? 횡령으로 매년 500점씩 3년 감점하신다고 통보받았습니다. (중략) 정말 제가 횡령한 게 맞다고 생각하신다면 형사고발조치하시어 법적으로 제가 진짜 잘못한 게 있는지 심판받도록 해주십시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버스회사의 경리과 여직원이 자신의 실명을 걸고 '버스회사의 갑'인 서울시에 '나를 형사고발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한 것일까? 

2017년~2018년 두 차례나 바뀐 폐차량 매각 처리방식
 
서울시내버스회사 중 하나인 신흥운수. 서울시는 신흥운수가 지난 2018년 발생한 폐차대금 420만 원의 입금을 누락한 것을 '횡령'으로 판단해 '3년간 500점씩 감정'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내버스회사 중 하나인 신흥운수. 서울시는 신흥운수가 지난 2018년 발생한 폐차대금 420만 원의 입금을 누락한 것을 '횡령'으로 판단해 '3년간 500점씩 감정' 처분을 내렸다.
ⓒ 신흥운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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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6월 1일 이전에 폐차량이 발생할 경우 버스회사별로 폐차하고, 폐차량 매각대금도 버스회사별 자체회계로 처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6월 1일부터는 폐차량 매각 처리방식을 바꾸었다. 즉 버스회사별 자체회계 처리에서 '수공협 입금 처리'로 바꾼 것이다. '수공협'(운송수입금공동관리업체협의회)이란, 버스회사 사장들이 모여 운송 수입금과 시 재정지원금을 관리하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산하기관이다. 

서울시가 이렇게 폐차량 매각 처리방식을 변경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감사원이 '준공영제에 따라 서울시가 차량구입대금까지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폐차량 매각대금도 개별 버스회사가 아닌 수공협으로 입금되어야 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씨가 근무하는 신흥운수도 2017년 12월에 발생한 폐차량 매각대금 1320만 원을 수공협에 입금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또다시 폐차량 매각 방식을 바꾸었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9월 3일 '시내버스 폐차량 공동매각 시행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65개 서울시 시내버스회사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하달했다. 

'시내버스 폐차량 매각시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시내버스 회사별 매각하는 방식에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전자입찰을 통해 공동매각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현재 시범사업을 진행중이고, 2018년 9월중에 전체 시내버스회사를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폐차량이 생길 경우 처음에는 버스회사별로 폐차하고, 폐차 매각대금도 버스회사별 자체회계로 처리했다. 이후 폐차량 매각 처리 방식이 바뀌어 폐차는 기존처럼 버스회사별로 하되 폐차량 매각대금만 수공협에 입금하도록 했다. 그런데 버스회사별로 진행하던 폐차를 수공협의 공동매각으로 다시 변경한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이 공문에서 "폐차량 공동매각 참여실적은 시내버스회사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11월에 확인한 '입금 누락 420만 원'... 박씨 "큰 실수였다"
 
지난 2018년 7월 폐차량 매각대금(420만 원)이 입금된 거래내역(위)과 누락된 대금을 수공협에 입금한 확인증(아래).
 지난 2018년 7월 폐차량 매각대금(420만 원)이 입금된 거래내역(위)과 누락된 대금을 수공협에 입금한 확인증(아래).
ⓒ 신흥운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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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폐차량 매각 처리방식이 두 차례나 바뀌는 와중에 신흥운수에서는 폐차량이 2대 발생했다(2018년 6월 29일). 폐차량 매각대금은 420만 원이었다. 서울시가 폐차량 매각 처리방식을 '수공협 입금'으로 바꾼 뒤였기 때문에 폐차량 매각대금 420만 원은 수공협에 입금했어야 했다. 

경리과 직원인 박씨는 "실무자인 저의 실수로 2대의 매각대금을 수공협에 입금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라며 "수공협으로 바로 입금했어야 했는데 실무자로서 큰 실수를 했다"라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신흥운수 계좌로 입금된 폐차대금 420만 원은 당시 회사의 '유형자산처분이익'으로 회계처리됐다. 

그런데 박씨가 2018년도 폐차량 매각대금 420만 원의 수공협 입금 누락을 발견한 것은 지난 2020년 11월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 11월 11일 버스회사들에 '시내버스 폐차매각 현황 자료 제출 요청' 공문을 하달했다. 공문의 수신자는 서울시 65개 시내버스회사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었다. 

'서울시는 2017년 6월부터 개별 버스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매각된 후 각 버스회사로 귀속되던 폐차 매각대금을 수공협 계좌로 입금토록 한 바 있다. 이에 수공협 계좌로 입금되었던 매각대금 관련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2018년 10월 조합 주관 폐차 공동매각 전면시행 이전까지 각 버스회사에서 수공협 계좌로 입금한 폐차 매각대금 관련 현황자료를 11월 12일까지 제출하기 바란다.'

이에 박씨는 폐차량 매각 관련자료들을 살폈고, 그 과정에서 2018년도 폐차량 매각대금(420만 원)의 입금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즉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 버스정책과에 폐차량 매각대금 입금 누락 사실을 자진신고했고, 수공협에 누락된 폐차량 매각대금 420만 원을 입금했다. 박씨는 "당시 서울시 버스정책과 담당자에게 입금 누락사실을 말씀드렸고, 담당자가 '업무실수이니 지금이라도 수공협에 입금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라고 전했다.  

서울시, '420만 원 누락=횡령' 판단... '3년 동안 500점씩 감점' 처분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 중 '가.감점' 항목표.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 중 '가.감점' 항목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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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는 신흥운수의 폐차량 매각대금 420만 원 입금 누락을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시내버스회사 평가(총 1000점 만점)에서 해마다 500점씩 감점하는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는 해마다 65개 시내버스회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해왔다. 2019년까지는 총 2000점 만점, 2020년부터는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해왔다. 2020년의 경우 안전성 향상(250점), 이동편이성(230점), 이용쾌적성(240점), 지속가능성(280점) 분야로 나누어 평가를 진행했다. 

2020년 시내버스회사 평가 결과가 확정될 즈음인 지난 2021년 12월 신흥운수는 서울시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신흥운수는 서울시의 처분에 따라 2020년 시내버스회사 평가에서 500점이 감점돼 총 428.6점을 얻어 65개 시내버스회사 가운데 63위에 그쳤다. 반면 전년도인 2019년 시내버스회사 평가에서는 1781.0점을 얻어 35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처분과 관련, 서울시 버스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에 따라 평가한 것이다"라며 "신흥운수는 실수라고 하지만 고의성을 가지고 입금을 누락한 것인지, 진짜 실수인지는 파악할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시내버스회사에 적용되는 매뉴얼을 특정회사에 한해서만 실수였다고 인정해 달리 적용할 수는 없다"라며 "매뉴얼에 횡령 항목이 있어서 그렇게 판단했고, 그에 따라 처리한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시내버스회사 평가에 따른 등수나 점수에 따라 최종성과 이윤을 지원하는데 거기에서 불이익이 있다"라고 전했다. 신흥운수측은 "매년 3억5000만 원에서 4억 원 정도 받던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매뉴얼에 폐차량 매각대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그것을 횡령으로 판단해 감점이 들어가는 항목이 있다"라며 "신흥운수가 입금해야 하는데 입금을 안 했기 때문에 (횡령으로 판단해) 3년 동안 감점이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회사는 실수였다고 얘기하지만 일부러 입금을 안한 것인지, 입금해야 하는 것을 몰라 안한 것인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20년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20개 항목에 이르는 가·감정에는 '수입금 횡령'(17번째 항목)이 포함돼 있다. '수입금 횡령' 항목에서는 현금 수입금 축소와 함께 폐차량 매각대금, 부대사업 수입금, 중앙정부 지원금 등 수공협에 입금해야 하는 수입금 횡령이 평가대상이다. 특히 수입금 횡령 항목에 '폐차량 매각대금'이 포함된 때는 앞서 언급한 폐차량 매각 처리방식이 바뀌던 시점(2017~2018년)이었다.  

횡령이 적발되면 건당 500점 감점이고, 이를 3년간 적용한다. 이와 함께 횡령금액의 규모에 따라 추가감점도 할 수 있다. 즉 1000만 원 초과시 초과금액 1000만 원당 50점을 추가감점하는 식이다.       

신흥운수 대표 "서울시 행정보복 두렵지만 행정소송 준비중"
 
2020년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평가 결과. 신흥운수는 420만 원의 폐차대금을 누락해 500점이 감점됐다. 결국 시내버스회사 평가에서 65개 버스회사 가운데 63위를 기록했다.
 2020년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평가 결과. 신흥운수는 420만 원의 폐차대금을 누락해 500점이 감점됐다. 결국 시내버스회사 평가에서 65개 버스회사 가운데 63위를 기록했다.
ⓒ 서울시 버스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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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흥운수는 '과도한 행정처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단 단순한 폐차량 매각대금 입금 누락을 범죄행위인 횡령으로 판단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고, 입금 누락 자진신고와 420만 원이라는 누락금액 규모, 누락금액 입금 등을 감안하면 '3년 동안 500점씩 감점'이라는 처분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폐차량 매각 처리방식) 변경의 과도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라는 점을 서울시가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상현 대표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준공영제를 하는데 어떤 버스업체가 운전기사를 통해 현금 수입금을 빼먹은 일이 있어서 '수입금 횡령' 항목이 만들어진 것이고, 여기에 수입금을 빼먹으면 3년 동안 500점 씩 감점한다는 항목이 있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을 저희 사례에 적용하는 건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이자 갑질에 해당한다"라고 반박했다. 

여 대표는 "폐차량 매각 처리방식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한 건(두대)의 폐차량 매각건(420만 원)이 회사에 남아 있었다"라며 "누군가 이 폐차량 매각대금을 가져간 게 아니라 경리과 여직원의 실수로 누락된 거다, 그것을 우리가 먼저 확인해 조합과 서울시에 알리고 수공협에 입금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 대표는 "2020년도 담당과장을 만났더니 '억울해 보인다, 평가항목을 조절해서 불이익을 조정하겠다'고 했고, 우리도 실수한 부분이 있어서 행정소송 등은 안하고 넘어갔다"라며 "그런데 그 과장의 후임이 와서 '3년간 500점씩 감점'을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해서 일단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진짜 횡령이라면 검찰이나 경찰에 형사고발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그것은 서울시의 직무유기다"라며 "서울시는 제대로 된 조사도 안하고, 자초지종도 물어보지 않고 '이것은 횡령이니 감점하겠다'고 통보만 했다, 서울시의 행정보복이 두렵긴 하지만 우리는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불복절차'를 예고했다.  

경리과 여직원 박씨는 감사원에 올린 글에서 "평가점수를 올려서 성과이윤을 받고자 노력하는 대표님이나 근로자들의 노고를 몇년 동안 봐온지라 너무나 억울하고 죄송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며 "정말 제가 횡령한 게 맞다면 형사고발조치하라"라고 맞섰다. 그는 지난 7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제가 실수한 것은 맞지만 횡령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 조사를 받을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법조계 "무리한 횡령 적용, 처분 가혹"

법조계에서도 서울시의 행정처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A변호사는 "일단 액수를 떠나서 공동수익금으로 해야 할 것을 회사계좌에 남겨두면 횡령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진신고해서 누락금액을 원상회복했고, 금액도 420만 원에 불과해서 횡령으로 판단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적용으로 보인다. '3년간 500점씩 감점'이라는 처분과 그로 인한 불이익도 너무 가혹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기관이 한번 처분한 내용을 특별한 이유 없이 철회해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불복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라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하면 승산이 있고, 처분이 취소되면 서울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의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으로 소송 논리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B변호사는 "폐차량 매각대금을 누락한 '고의'가 있었느냐가 횡령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데 단순한 실무적 과실이라면 문제가 안된다"라며 "감사를 통해 지적당한 것도 아니고, 자진신고한 경위도 있어서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진신고했다는 것이 횡령이 아닌 단순착오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420만 입급 누락에 3년 간 500점씩 감점한다는 것도 합리적인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과도한 처분이고 억울한 사례여서 회사가 적극 나서서 (법적으로) 다퉈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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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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