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가 2000년대생 유망주 주드 벨링엄과 부카요 사카의 활약을 앞세워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잉글랜드는 21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승점 3을 확보하며 B조 선두로 올라섰다.

'2000년대생' 벨링엄-사카, 잉글랜드 4골차 대승 이끌다

잉글랜드는 마운트-케인-사카를 최전방에 포진하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에 반해 이란은 5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를 두 줄로 세우며 수비에 치중하는 5-4-1 포메이션으로 응수했다. 

잉글랜드가 일방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며 이란 진영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전반 7분 오른쪽에서 케인의 크로스가 베이란반드 골키퍼 손에 스치면서 공이 옆으로 통과했고, 매과이어가 발을 갖다댄 공은 옆그물을 때렸다. 하지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와 강하게 충돌하며 쓰러진 베이란반드 골키퍼가 전반 19분 부상으로 인해 교체 아웃되는 악재를 맞았다. 최후방은 호세인 호세이니 골키퍼가 대신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중반까지 촘촘한 이란 수비 블록을 분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29분 보여준 공격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오른쪽에서 몇 번의 원터치 패스로 기회를 창출했다. 트리피어-사카-스털링을 거쳐 사카가 컷백을 내줬고, 마운트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31분에는 트리피어가 띄어준 코너킥을 매과이어의 헤더로 돌려놨으나 골대를 강타했다. 

서서히 공격의 활로를 찾기 시작한 잉글랜드는 마침내 전반 35분 이란 수비를 무너뜨렸다. 빠른 원터치 패스를 통해 공간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 마운트로부터 패스를 받은 쇼가 왼쪽에서 논스톱 크로스를 올렸고, 박스 안으로 쇄도한 벨링엄이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이란의 족쇄가 풀리자 잉글랜드는 한층 가벼운 몸놀림으로 대량 득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전반 43분 왼쪽에서 쇼의 코너킥을 매과이어가 머리로 떨궜다. 이 때 사카가 지체하지 않고 감각적인 왼발슛을 시도한 공이 골문 오른쪽 상단에 꽂혔다. 
 
전반 46분에는 헐거워진 이란을 상대로 압박을 시도해 공을 탈취한 후 역습을 감행했다. 벨링엄을 거쳐 공을 이어받은 케인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공급했고, 스털링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0-3으로 뒤진 이란은 전반 55분에서야 첫 번째 슈팅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피의 크로스를 혼자 대기하고 있던 자한바크시가 급하게 발리슛으로 시도해 골문을 넘기고 말았다.  

이란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카리미, 체슈미, 자한바크시 대신 에자톨라히, 카나니, 골리자데를 교체 투입하며 시스템 변화를 가져갔다. (왼쪽부터) 호세이니-푸랄리간지-카나니를 중앙 수비로 구축하며 재정비했다. 에자톨라히는 중앙 미드필더, 골리자데는 오른쪽 윙어에 포진했다. 

잉글랜드는 이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뿌리쳤다. 후반 17분 오른쪽 박스 모서리에서 사카가 수비수 타이밍을 빼앗은 드리블로 2명을 따돌린 뒤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이란은 후반 18분 모하마디 대신 중앙 미드필더 토라비를 넣으며, 하지 사피를 왼쪽 윙백으로 내렸다. 후반 20분 고대하던 한 골을 만회하며 조금이나마 자존심을 세웠다.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골리자데가 수비 사이로 절묘하게 패스를 찔러넣었다. 이후 타레미가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잉글랜드는 실점하자마자 다이어, 래시포드, 그릴리시, 포든을 한꺼번에 투입하며 재정비했다. 전방은 (왼쪽부터) 그릴리시-케인-래시포드를 포진시키고, 포든이 중원에 자리잡았다. 다이어는 센터백으로 스톤스와 호흡을 맞췄다. 

잉글랜드는 후반 27분 재차 4골차로 점수를 되돌렸다. 케인이 밀어준 패스를 받은 래시포드가 페인팅으로 수비 1명을 제친 뒤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사실상 승부가 갈리자 케인을 불러들이며 다음 경기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란은 부상에서 갓 회복한 핵심 공격수 아즈문을 교체 투입하며 총력전에 나섰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잉글랜드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45분 역습 상황에서 스톤스의 전진 패스, 래시포드의 힐 패스, 벨링엄의 스루 패스로 이란 수비진을 붕괴시켰다. 이후 윌슨이 골키퍼와 일대일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그릴리시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6-1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 시간 아즈문이 골키퍼와 단독 찬스에서 마무리 슈팅이 픽포드 골키퍼 손에 스치고 골대를 팅겨나오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후 세트피스에서 VAR 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리고 후반 58분 키커로 나선 타레미가 성공시키며 4골차로 줄인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잉글랜드, 성공적인 세대교체 꽃 피우나
   
잉글랜드 하면 누구나 '축구종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성적표는 굉장히 초라하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이 유일한 업적이다. 

유로 2016에서 씁쓸한 실패를 맛본 잉글랜드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체제로 탈바꿈한 뒤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유로 2020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토록 잉글랜드가 부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젊은 유망주들의 급성장세와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이 맞아떨어졌다. 특히 2000년대생 벨링엄(2003년생)과 사카(2001년생)은 잉글랜드 미래를 이끌 선두 주자로 불린다. 

3시즌째 독일 명문 도르트문트에서 활약 중인 벨링엄은 유연성, 볼 간수, 뛰어난 패싱력을 두루 갖춰 다수의 빅클럽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는다. 사카 또한 현재 프리미어리그 1위 아스날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일찌감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유망주다. 

이날 이란전은 잉글랜드의 밟은 미래를 새삼 재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벨링엄은 중원에서 유려한 경기 운영과 많은 활동량, 더 나아가 전반 35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사카는 오른쪽 측면에서 센스 있는 원터치 패스와 드리블 돌파로 활기를 불어넣었고, 멀티골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기선을 제압한 잉글랜드는 후반에도 대량 득점을 선보인 끝에 승점 3을 획득했다.  

이에 반해 이란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견된 바 있다. 월드컵 개막 2개월 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감독 교체로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해임된 스코치치 감독을 대신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이란 대표팀을 이끈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뛰어난 피지컬을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케이로스 감독은 2014년과 2018 월드컵에서 특유의 질식 수비로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스페인 등 강팀들을 맞아 선전하는 등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독이 됐다. 케이로스가 도전장을 던진 세 번째 월드컵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한층 젊고 역동적인 잉글랜드 앞에 이란의 수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첫 경기에서 대패를 당한 이란으로선 남은 웨일스, 미국전에 대한 부담이 한껏 커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1차전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카타르 알 라얀 - 2022년 11월 21일)
잉글랜드 6 - 벨링엄(도움:쇼) 35' 사카(도움:매과이어) 43' 스털링(도움:케인) 46+' 사카(도움:스털링) 62' 래시포드(도움:케인) 71' 그릴리시(도움:윌슨) 90'
이란 2 - 타레미(도움:골리자데) 65' 타레미(PK) 103+'

선수명단
잉글랜드 4-3-3 : 픽포드 – 트리피어, 스톤스, 매과이어(70'다이어), 쇼 - 라이스 - 벨링엄, 마운트(70'포든) – 사카(70'래시포드), 케인(76'윌슨), 스털링(70'그릴리시)

이란 5-4-1 : 베이란반드(19'H.호세이니) – 모하라미, 푸랄리간지, 체슈미, M.호세이니, 모하마디(63'토라비) - 자한바크시, 누롤라히(77'아즈문), 카리미, 사피 - 타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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