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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
ⓒ 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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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부터 19일까지 동남아시아 3국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11일~13일, 캄보디아 프놈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14~15일, 인도네시아 발리), 아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18일~19일, 태국 방콕)가 잇달아 열렸다.

코로나 감염,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의 대결이라는 3대 불안 요소가 기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속에서 동남아 지역에서 열린 세 다자회의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의 주요국 수뇌들이 대거 모여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큰 시선을 끌었다.

특히, 신냉전 시대의 두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대면 회담은 이번 동남아 외교 행사 중의 고갱이였다. 동아시아 지역의 일원인 한국으로서는 한중 정상회담과 함께 중일 정상회담도 미중 정상회담 못지않게 중요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세계적 흐름을 결정한다면 중일 회담은 지역 정세에 큰 영향을 주고, 한중 회담은 그런 연장선에서 양국 및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 오태규
  
미국의 합종책에 연횡책으로 맞선 중국
중국, 미국엔 '강대강' - 일본엔 공세적 방어 - 한국엔 적극 공세로 차별화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는 중국을 세계 질서 및 지역 질시의 도전자·교란자로 보고 공동대응했다. 세 나라가 손을 잡고 공개적으로 맞대응한 것은 처음이다. 13일 미국 주도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과 중국에 대한 3국의 공동 견제를 담은 포괄적인 3국 공동성명이 대표적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라는 강력한 도전자에 한미일 3국의 연대로 맞서는 합종책을 구사한 셈이다. 동맹과 우군으로 끌어들여 '중국 포위망'을 펴는 미국 주도의 합종책에 중국은 각 나라와 개별 회담을 통해 각개 격파하는 연횡책으로 나왔다.
  
미국의 합종책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중국 외교부가 미국, 한국, 일본과 개별 회담을 한 뒤 발표한 설명자료를 분석해 보면 비교적 잘 알 수 있다. 14일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백악관이 다섯 단락으로 된 비교적 짧은 설명자료를 낸 데 대해, 중국 외교부는 2배 이상 긴 13단락의 장문의 설명자료를 내놨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의 자료는 모두 양 정상이 논의된 항목을 비슷하게 밝혔다. 백악관 자료는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보는 미국의 시각을 비롯해, 기후변화 거시경제 안정, 보건 안보, 식량 안보 등의 국제적 문제와 신장·티베트·홍콩의 인권 문제,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및 북한 도발 문제가 논의됐다는 점을 직접 인용 없이 설명식으로 전했다.

반면 중국 자료는 각 사안에 관해 시 주석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직접 인용하면서 길게 설명했다. 특히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 "미중관계의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는 시 주석의 표현을 따다 쓰며 강하게 대응했음을 밝혔다.

한국과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미국 자료에는 북한의 도발이 나오지만, 중국 자료에는 이 부분이 없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미중 양쪽의 자료를 보면, 미국도 중국도 서로 양보 없이 대치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다만 양쪽이 우발적인 무력 충돌을 피하고 세계적인 과제에 공동 대응한다는 정도에 인식을 같이했음을 알 수 있다.

한중회담 양쪽 설명자료, 회담한 것이 맞나 할 정도로 차이 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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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시 주석과 회담했다. 회담 시간은 미국이 3시간, 일본이 45분인 데 비해 한국이 25분으로 가장 짧았다. 회담의 시간 길이를 통해 세 나라를 보는 중국의 비중을 엿볼 수 있다. 한중 회담과 관련해서도 한국 대통령실과 중국 외교부가 회담 뒤 설명자료를 내놨다. 그런데 양쪽의 설명자료를 비교해 보면 과연 두 정상이 같은 자리에서 회담한 것이 맞나 할 정도로 설명자료의 공통점이 없다시피 하다.

우선 한국 대통령실 자료는 8단락으로 비교적 긴 데 비해 중국은 5단락으로 매우 짧다. 대통령실은 보편적 가치 규범에 기반하여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외교 목표라는 점, 북한의 도발 억제에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 한국의 담대한 구상에 시 주석이 반응한 점,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응하고 윤 대통령 방중을 초청한 점을 부각해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쪽 자료엔 이런 대목은 전혀 없었고, 시 주석이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분리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점, "국제 자유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유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의 안전, 안정,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고 경제협력을 정치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한 점 등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굳이 공통된 대목을 꼽자면 윤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교류를 강화하길 희망했다고 밝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한중의 양쪽 자료를 보면, 중국 자료는 시 주석이 일방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것으로 돼 있고, 한국 자료에는 윤 대통령의 설명에 시 주석이 상당히 호응한 것으로 나온다. 이것만 봐도 한중 사이의 거리감, 엇갈림이 크게 눈에 띈다. 또한 중국의 고압적 자세가 돋보인다.

중일 회담, 절제 속에서 상호 견제와 협력 교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포럼과 별도로 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포럼과 별도로 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교도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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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세 나라 중에서 일본이 중국과 가장 늦게 중국과 회담을 했다. 중일 양쪽의 외교부와 외무성이 낸 설명자료는 우선 양에서 균형을 이뤘다. 중국 자료가 배석자를 설명한 단락까지 포함해 8단락, 일본 자료가 6단락이었다.

내용에서는 관점의 차이가 크게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미중 회담처럼 날이 선 표현이 적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먼저 중일 관계의 중요성을 거론한 뒤 중일 관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센카쿠열도 분쟁, 대만 문제, 중국 내 인권 문제, 일본의 농수산물 수입 제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일본 자료는 설명했다. 또 경제 및 인적 교류, 환경 에너지, 의료, 개호, 보건 분야의 협력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안보·경제·문화 교류 등 분야의 고위 대화를 조기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했다. 두 나라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핵 전쟁에 반대했다는 점, 북한 도발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반면 중국 쪽 자료는 시 주석이 기시다 총리가 제기한 대만 문제, 인권 문제 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한 뒤 양국 경제가 상호의존도가 높다면서 여러 가지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더욱 높은 수준의 상호보완과 상호이익을 실현하자고 한 대목을 부각했다. 또 중국과 일본 자료 모두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중일관계' 구축에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보아 중일 회담이 서로 할 말을 하면서도 타협할 것은 하는 균형 잡힌 모양새를 갖췄다.

양쪽의 설명자료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미중-한미-중일 세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각국이 내놓은 설명자료를 분석해 보면, 각국 사이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엿볼 수 있다. 설명자료가 자국 중심으로 쓰는 것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그런 한계 속에서도 상대를 대하는 전략이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이번 회담에 들어간 배석자 면면을 훑어보면 앞으로 각 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을 누가 좌지우지할 것인지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회담 설명자료 맨 끝에는 항상 "당쉐샹, 왕이, 허리펑 등이 참석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앞으로 중국 외교는 이들 3명이 끌고 갈 것이라는 걸 강하게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 '반중 외교' 공개 선언, 국익 훼손 가능성 크다 http://omn.kr/21mv0

태그:#미중관계, #한중관계, #중일관계, #합종연횡,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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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 문제 평론가, 미디어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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