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에서 2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꿨던 LG 트윈스는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하지만 일반의 예상과 달리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밀려 탈락해 대권 도전의 꿈은 백일몽이 되고 말았다. 

당시 LG 류지현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등판했던 외국인 에이스 켈리를 3일 휴식 후 4차전 선발로 투입하는 무리수를 던졌다. 마지막 보루였던 켈리는 4차전에서 5이닝 6피안타 1피홈런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고 LG는 1-4로 완패해 이렇다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가을무대에서 퇴장했다.

켈리의 선발 등판을 앞당긴 이유는 류지현 감독이 정규시즌 4선발 이민호를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민호는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 플레이오프에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이민호는 정규 시즌에 12승 8패 평균자책점 5.51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 0.829를 기록했다. 2020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0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5점대 평균자책점과 0.8이 넘는 피OPS에서 알 수 있듯 세부 지표는 매우 저조했다.

이민호가 기록한 12승은 LG 타선의 득점 지원이 5.43으로 넉넉했던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나타내는 WAR(케이비리포트 기준) 역시 0.63으로 음수를 겨우 모면한 수준이었다.

※ LG 이민호 프로 통산 주요 기록
   
올시즌 28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했지만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5차례에 불과했다. 경기 초반부터 난조로 조기 강판당한 경기가 적지 않았다. 이민호는 올 시즌 43개의 볼넷을 허용했는데 그중 1/3이 넘는 15개를 1회에 허용했다. 1회 볼넷이 빌미가 되어 실점해 어렵게 끌려가는 패턴이었다. 

따라서 류지현 감독은 경기 초반 불안한 이민호의 플레이오프 등판을 주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가 초반에 무너지면 당일 경기는 물론 시리즈 전체의 흐름이 부정적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호의 포스트시즌 등판이 좌절된 것은 사실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도 정규 시즌에 25경기에 등판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해 8승 9패 평균자책점 4.30 피OPS 0.677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를 상대했던 준플레이오프에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LG는 두산에 1승 2패로 패퇴해 시즌을 마감했다.
   
이민호의 포스트시즌 등판은 프로 데뷔 첫해이자 2년 전이었던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민호는 두산을 상대했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1회말 페르난데스에 결승 2점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되었다. LG는 두산에 2전 전패로 탈락해 전신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가을야구에서 유일한 시리즈 전패 탈락을 기록했다.

2020년 데뷔한 이민호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5.0km/h로 '파이어볼러 신인 선발 투수'로 큰 기대를 불러모았다. 하지만 올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5km/h로 제자리걸음이었다. 프로 3년차 시즌을 보냈지만 패스트볼 구속의 상승이나 경기 운영 능력 향상과 같은 성장세를 입증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LG는 시즌 종료 후 염경엽 감독을 새로 선임했고 거포 포수인 박동원을 FA로 영입해 내년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생애 첫 두자릿 수 승수를 거둔 이민호가 2023시즌에는 안정감있는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해 LG의 우승 한을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족쇄 풀린 이형종, '퓨처스 FA' 대어가 뜬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