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한국축구로는 지난 1954년 스위스대회에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것으로 시작으로 이번 카타르월드컵까지 11번째 월드컵 도전이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는 10회 연속으로 본전에 출전하고 있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지난 9번의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소화한 경기는 모두 34경기이고 6승 9무 19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한국은 총 34골을 넣었고 70골을 실점했다. 대륙별로는 역시 유럽 국가들과 가장 많은 23회 격돌하여 5승 6무 12패(승률 .217, 22득점 47실점)를 기록하며 가장 많이 졌지만 그나마 가장 많이 이겨보기도 했다. 아프리카팀들과는 1승 1무 1패(6득점 7실점)로 대등했다. 반면 남미에게는 1무 4패(3득점 10실점), 북중미팀에게 1무 2패(3득점 6실점)로 아직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거둔 승수의 절반은 바로 4강 신화를 작성한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둔 것이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한일월드컵에서만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연장전 골든골)를 차례로 격파하며 유럽팀에게만 3승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또한 공식 기록상으로는 무승부지만 스페인전(8강)은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경험한 승부차기였다.

이후 한국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토고(아프리카)를 상대로 원정 첫 승을 달성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는 그리스(유럽)를 잡고 원정 첫 16강을 달성했다. 최근에 치른 가장 마지막 월드컵 경기였던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디펜딩챔피언 독일(유럽)의 덜미를 잡는 '카잔의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매 경기만큼이나 한 골마다 한국축구의 역사가 녹아있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는 아직까지 상대적 약체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당 1골에 이끄는 득점력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던 대회는 역시 2002 한일월드컵으로 당시 한국은 4강까지 진출하며 가장 많은 7경기를 소화했고 총 8골을 넣었다. 원정 16강에 올랐던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4경기 6골이 터지며 가장 높은 경기당 평균(1.5골)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사상 첫 출전이었던 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는 헝가리(0-9)와 터키(0-7)에게 참패를 당하며 유일하게 단 한골도 넣지 못한 대회였다.
 
한국은 월드컵 1경기 최다골은 2골이며 총 10회를 기록했다. 3골 이상 넣은 경기는 아직 전무하다. 최다골차 승리도 2골차(2002 폴란드, 2010 그리스, 2018 독일)로 3번 모두 2-0 승리였다.
 
인상적인 부분은 강한 뒷심이었다. 한국축구가 기록한 34골중 무려 28골이 후반에 나왔다. 대신 전체 31골중 무려 25골(82.3%)가 후반에 나왔다. 지난 2018 러시아 대회에서도 한국이 기록한 3골은 모두 후반 정규시간 막판과 후반 추가시간 이후에 나왔다.
 
월드컵에서 지금까지 득점을 맛본 태극전사는 모두 23명이었다. 박창선은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중거리슛을 작렬시키며 한국축구의 역사적인 본선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김종부-최순호-허정무-황보관-홍명보-서정원-황선홍-하석주-유상철-안정환-박지성-이천수-이을용-송종국-설기현-이정수-이청용-박주영-이근호-손흥민-구자철-김영권이 계보를 이으며 월드컵 무대에서 짜릿한 골맛을 봤다.
 
공동 최다득점자는 박지성-안정환-손흥민으로 각각 3골씩을 기록했다. 박지성은 한국축구상 최초의 3회 연속 본선득점자(2002 포르투갈, 2006 프랑스, 2010 그리스)라는 기록을 세웠고, 안정환은 한국축구 사상 유일의 골든골(2002 이탈리아)과 결승골 2회(2006 토고)의 주인공이다. 이밖에 황선홍-홍명보-유상철-이청용-이정수가 월드컵에서 2골씩을 기록하며 멀티골을 달성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득점을 기록한 선수중 이번 카타르월드컵에도 출전하는 선수는 손흥민과 김영권이 있다. 특히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은 앞으로 득점을 추가할때마다 한국축구의 월드컵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한국축구는 월드컵에서 스트라이커보다는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골을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월드컵 최초 득점자인 박창선을 시작으로, 3회 연속 본선득점자인 박지성, 이밖에 황보관, 이청용, 서정원, 허정무 등은 모두 미드필더였다.

1994년 미국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각각 2골씩을 터뜨린 홍명보와 이정수는 센터백이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이 기록한 2골을 나란히 책임진 하석주와 유상철은 당시 좌우윙백으로 출전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한국축구의 정통 스트라이커 기근 현상이 길어지면서 침투와 역습에 능한 측면 공격수들이나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 비중이 높아졌다.
 
반면 스트라이커들에게 월드컵은 고난의 무대였다. 전체 34골중 스트라이커 포지션의 선수가 기록한 득점은 11골로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스트라이커로 출전하여 골을 넣은 선수는 김종부-최순호-황선홍-안정환-박주영-이근호-손흥민까지 7명에 불과했다. 안정환이나 손흥민은 팀사정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도 출전했지만 주포지션은 2선 공격수였다. 정통 스트라이커 출신으로 월드컵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넣은 것은 2010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으로 득점을 올린 박주영이었다.
 
월드컵에서 상대적인 약체인 한국으로서는 강팀들을 상대로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자주 펼칠 수밖에 없었고 공격수들은 전방에서 상대 수비에 둘러싸여 외롭게 플레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실제로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올린 득점중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서 성공한 득점은 총 20골, 박스 바깥에서 세트피스나 중거리슛으로 올린 득점이 무려 14골이나 된다.
 
골을 넣기도 힘들었지만 월드컵에서 그리 많지도 않은 득점찬스를 어쩌다 놓치는 선수들은 두고두고 원망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특히 포지션 특성상 공격수들에게 유독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대형 골잡이나 세계적인 스타가 부족한 한국축구가 그나마 월드컵 무대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확실한 루트는 세트피스였다. 한국축구는 월드컵에서 세트피스에서 올린 득점이 12골로 전체 득점 비중이(35.2%)이 가장 높았다.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9회 대회 연속으로 직-간접적인 세트피스 플레이를 통하여 비롯된 득점이 1골 이상은 꼭 나왔다. 특히 직접 프리킥으로 올린 득점만 6골에 이른다. 세트피스의 위력이 가장 돋보였던 시기는 2010 남아공월드컵의 허정무호로서 당시 16강까지 올린 6골중 무려 4골이 세트피스 플레이에서 나왔다. 세트피스 전담키커이기도 한 손흥민은 프리킥으로만 통산 A매치 4골을 기록하며 은퇴한 하석주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라있어서 기대를 모은다.
 
반면 아쉽게도 한국축구는 월드컵에서 가장 '쉬운 득점'인 페널티킥 골 기록은 아직 없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페널티킥 찬스를 얻어낸 것은 2002 한일월드컵이 유일하지만, 두 번의 페널티킥 기회에서 키커로 나선 이을용(미국전)과 안정환(이탈리아전)이 모두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헤딩골(3골)의 비중도 낮다. 안정환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넣었고, 가장 최근의 헤딩 득점은 이청용이 2010 남아공대회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터뜨린 만회골이 1골을 터뜨린 것에 마지막이었다.
 
한국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를 상대한다. 객관적 전력에서 모두 만만치않은 팀들을 상대해야하는만큼 확실한 찬스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한 방'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과연 한국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는 어떤 멋진 골로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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