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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이 많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은퇴를 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떠나 있던 엄마랑 비혼 동생, 셋이 함께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씁니다.[기자말]
누구에게나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엄마와의 동거를 시작하기 전, 엄마에게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리스트>를 보여주고,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라고 했다. 숙제 검사 날, 엄마는 백지를 제출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한다. 진짜 딱 한 가지만 생각해보라고 사정을 했다. 엄마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핵폭탄급 단어를 내뱉었다. "번지점프."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이번 생이 힘들었던가? 아니면, 모든 걸 훌훌 던져버리고 창공을 나는 새처럼 살고 싶었던가? 일단, 말렸다. 엄마는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와 관절염 환자로 30년째 약을 먹는 고위험군이다. 갑작스러운 기압의 변화는 정신적 충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착지 순간의 강한 압력으로 무릎이 빠질 수도 있다고 겁을 줬다. 하필, 생각한 것이 번지점프라니.

칠순 넘은 엄마의 도전, 패러글라이딩

삶에 있어 모범답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우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엄마의 액티비티를 위해 우리는 머리를 맞댔다. 안전하되, 짜릿함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야외 활동. 마침내 찾아낸 것이 패러글라이딩이다. 숙련자가 함께 탑승하는 패러글라이딩 체험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진성 말기 고소공포증 환자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도 땅 위로 3m 이상 올라가는 기구는 절대 타지 않는다. 밑에서 사진만 찍어줘도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동생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높은 곳을 싫어한다. 결국 엄마만 태우기로 했다. 아무리 지켜주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게 있다.
 
번지점프의 대안으로 선택한 패러글라이딩 체험
▲ 군산패러글라이딩 스쿨 번지점프의 대안으로 선택한 패러글라이딩 체험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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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체험장을 찾았다. 비교적 가깝고, 체험 시간도 길다는 군산을 택한다. 길어야 10분가량의 비행을 위해 왕복 네 시간 거리를 운전해야 한다. 그런데도, 엄마가 진짜 원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았다. 딱, 문 앞까지만 간다. 동행이란, 일정 선까지만 함께 가는 여정이다.

체험 당일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시야가 썩 좋지 않았다. 비행을 함께 해줄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다행히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서풍이어서, 날은 잘 잡았단다. 제갈량도 아니고 바람의 방향을 예측해서 날짜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저 하늘이 도왔을 뿐. 엄마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뼈와 살을 깎아 내주었기에, 하늘도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뿌렸으니 거두어들일 시점이다.

세 동거인은 역할을 분담했다. 활공장이라 불리는 출발점까지는 내가 에스코트하고, 동생은 착륙지점에서 엄마를 맞이하기로. 그리고 엄마가 대표로 체험을 한다. 완벽한 조화를 이룬 팀 구성이다. 드넓은 하늘 위에서 만나 굳이 손 흔들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믿고 맡길 전문가가 함께 탑승하니까.
 
숙달된 전문가에게 착지 자세를 배우고 있는 엄마
▲ 패러글라이딩 체험 교육 숙달된 전문가에게 착지 자세를 배우고 있는 엄마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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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간단한 교육과 설명을 듣고, 패러글라이딩 복으로 갈아입는다. 엄마에게 빨간색 복장이 제법 어울린다. 오성산 활공장까지 오르는 길은 자체가 모험이었다. 트럭 뒷좌석에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낀다. 내게 액티비티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다. 칠순을 넘긴 엄마의 흔들림 없는 의지에 새삼 경외심을 느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30미터쯤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평지도 걷기 힘들어 하는 엄마를 부축하여 한 걸음씩 천천히 올랐다. 이 짧은 거리도 오르기 힘든데, 패러글라이딩은 어떻게 타겠다고. 마지막까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엄마가 하늘 높이 떠오르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동영상 촬영용 카메라에 얼굴을 비출 정도의 자신감.
▲ 출발 직전 기념 촬영 동영상 촬영용 카메라에 얼굴을 비출 정도의 자신감.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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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을 펼치는 동안,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데도, 다리에 힘이 풀린다. 사람들은 이런 걸 굳이 왜 돈 주고 탈까? 세상에는 나와 다른 차원을 사는 이들이 존재한다. 옆에서 마냥 신이 난 엄마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른 차원의 인류다. 신이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은 이유는 천사를 흉내낼까 봐서가 아니다. 땅에서 안전하게 살라고 그런 거다.

아들이 울컥한 순간
 
하늘 위에서 아들 사랑해라고 외치는 엄마의 모습
▲ 마침내 하늘을 날다 하늘 위에서 아들 사랑해라고 외치는 엄마의 모습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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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공중 촬영용 캠을 잠시 들고 서 있는 엄마의 모습이 호기롭다. 도움닫기가 시작된다. 다리에 힘을 못 쓰고 살짝 주저앉는 엄마를 보며 비명이 절로 나왔다. 모든 게 후회되었고, 암담했다. 하마터면 내가 혼절할 뻔했다. 하지만, 능숙한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엄마는 드디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엄마가 기뻐하며 날고 있다.

공중에서 "아들, 사랑해!"를 외치는 우리 엄마. 물론, 시켜서 했겠지만, 이 와중에 그게 무슨 의미인가.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나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또 울컥한다. 자식들에게 발목을 잡혀, 이제껏 자기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엄마. 꿈도 컸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 우리들의 대장. 새처럼 하늘을 날며 가슴 깊이 묵혀 두었던 응어리를 훌훌 털어버리기를.
 
고소공포증이 없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패러글라이딩은 안전한 야외활동입니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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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하강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리나케 도착지로 향한다. 동생이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착륙 전까지는 마음을 놓지 못한다. 내리막길을 내딛는 트럭은 F1 그랑프리만큼이나 박진감 넘친다. 엄마 덕분에 제대로 익스트림을 느끼는 하루다. 그래도 땅에 붙어 가는 게 어딘가.

도착 지점에서 재회한 엄마는 천국이라도 보고 온 표정이다. 늠름하고, 자신감 넘치며, 세상을 다 가진 모습. 패러글라이딩으로 세계 여행을 방금 마치고 돌아온 승리자의 여유가 묻어난다.

태생적으로 간이 작은 두 아들은,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내려온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엄마를 보고 나니, 이제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땅에서 하는 건 뭐든. 엄마의 용기와 열정에 존경을 표하는, 어느 멋진 가을날이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발행 후 개인블로그(blog.naver.com/irondownbros)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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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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