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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땅속에서 밝은 곳으로 나와 주신 111명의 영령께도 제를 올립니다.
한없이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영령들의 넋을 기립니다.
부디 해원 하시고 영면하시옵소서!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불리는 산내 골령골(대전 동구 낭월동)에서 16일 울려 퍼진 축문(祝文)이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 제례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이 초헌(첫잔드리기)을 올리고 있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 제례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이 초헌(첫잔드리기)을 올리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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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 후에 유해 앞에 묵념을 하고 있다. 흰색 상자가 111구가 수습된 상자이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 후에 유해 앞에 묵념을 하고 있다. 흰색 상자가 111구가 수습된 상자이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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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동구(구청장 박희조)와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은 올해 4월부터 산내 골령골 '1학살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해 111구의 유해를 수습해 안치식을 진행했다.

올해 유해 발굴 과정에서 허리띠, 단추, 신발류 등 모두 396점의 유품도 수습했다. 이에 따라 유해 발굴이 본격 시작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산내 골령골에서 수습된 유해는 모두 1362구로 늘어났다.

'1학살지'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2학살지'에서도 한 달 전에 어렵사리 유해가 드러나면서 산내 골령골에서 수습될 유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도 발굴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안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학살지에서 수습될 유해도 100여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먼저 감식이 완료된 111구의 유해와 유품들은 이날 오전 10시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진행된 진혼제 후에 국가 임시 안치 시설인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되었다.

이날 진혼제에서 추모사에 나선 박희조 대전동구청장은 "비극의 역사로부터 어느덧 72년이 지났지만 전쟁으로 입은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은 채 후손들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만 했다"며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가슴에 품고 견뎌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에서 박희조 대전동구청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에서 박희조 대전동구청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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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회 서영균 위원장도 추모사에 나서 "땅 밖으로 드러난 유해를 밝은 곳으로 모시고자 모인 유가족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며 유족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4.3 특별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특별재심과 직권 재심이라는 법률 용어가 도입돼 영령들에 대한 법률적 명예 회복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영혼들의 넋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저희가 살아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며 산내 골령골에서 학살된 제주4.3 희생자 유족으로서의 다짐을 말했다.

김운택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남지회 지회장은 "골령골은 내 아버지, 내 어머니, 우리 형, 우리 오빠, 우리 이웃이 끌려가던 길이었다"며 "육신의 흔적으로나마 이렇게 저희를 만나주신 영령들께 엎드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이어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된 여순사건 영령들께 특별히 알린다"며 올해 여순사건 특별법이 시행되었고, 처음으로 정부가 추념식을 주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는 추모사에 나서 "유해 발굴을 하는 것만으로 국가의 책무를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오늘 떠나는 유해들이 다시 산내 골령골로 되돌아 올 때에는 피학살자들이 해원할 수 있도록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가의 반성이 조성되는 '진실과 화해의 숲'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례로 시작된 진혼제는 각계의 추모사에 이어 청흥가야금연주단의 추모공연으로 이어졌다. 청흥가야금연주단은 지난 6월 25일 '그 여름 붉은 꽃'이라는 제목의 정기연주회를 통해 골령골의 아픔을 가야금 연주로 표현했고, 올해 위령제에서도 추모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에서 청흥가야금연주단이 ‘골령골 산허리’, ‘그 여름 붉은 꽃’ 등의 노래와 연주를 하며 추모공연을 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에서 청흥가야금연주단이 ‘골령골 산허리’, ‘그 여름 붉은 꽃’ 등의 노래와 연주를 하며 추모공연을 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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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유족대표인사를 하고 있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2022년 발굴 유해 안치식 진혼제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유족대표인사를 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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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진혼제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유족인사를 통해 "발굴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해 망자에 대해 예우를 갖춰주신 발굴에 임하신 모든 분들에게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지시고 아픈 상처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보듬어 주시기를 긴절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진혼제는 유족인사에 이어 헌화를 끝으로 마무리되었고, 22개 상자에 담겨진 올해 발굴된 유해는 운구차에 실려 세종 추모의 집으로 이동 후 안치되었다. 유품 3상자는 보존처리 후 추후 안치할 예정이다. 
  
2022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를 유족들이 세종 추모의 집으로 옮겨와 안치를 하고 있다.
 2022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를 유족들이 세종 추모의 집으로 옮겨와 안치를 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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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국가 임시 안치 시설인 ‘세종 추모의 집’으로 안치되었다. 위쪽에 자리한 상자가 2022년에 수습되어 안치된 유해상자이고, 아래쪽으로 2021년에 수습된 유해상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2022년에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국가 임시 안치 시설인 ‘세종 추모의 집’으로 안치되었다. 위쪽에 자리한 상자가 2022년에 수습되어 안치된 유해상자이고, 아래쪽으로 2021년에 수습된 유해상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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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20여 일간 법적 절차 없이 충남지구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등 최소 1800명 이상, 최대 7천여 명의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당해 암매장당한 비극의 현장이다.

당시 대전형무소 재소자 중에는 제주4.3사건 관련자 300여명을 비롯해 여순사건 관련자도 수백명 포함되어 있었고, 이들 대부분이 학살당했다. 9·28수복 이후에도 소위 '부역혐의자' 처벌이라는 이유로 학살은 계속되었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선 지난 2007년 2개 지점에서 34구(진실화해위원회), 2015년 20구(민간단체), 2020년 234구(정부주도), 2021년 962구(정부주도)가 수습되었다. 행정안전부와 대전시 동구는 산내 골령골에서 유해 발굴을 모두 마친 후에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전국단위 위령시설인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에 착수해 2024년까지 조성을 끝마칠 예정이다. '진실과 화해의 숲'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봉안하고 추모와 함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전시 및 교육 시설도 담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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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평화통일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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