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에 개막했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가 어느덧 1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7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1라운드 6경기를 모두 소화했고 15일 GS칼텍스 KIXX와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끝나면 여자부의 모든 구단이 1라운드 일정을 마치게 된다. 시즌 개막 전까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던 각 구단들의 전력도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시즌 1위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이번 시즌에도 1라운드 6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승점 17점을 획득, 이번 시즌에도 강력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가세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도 1라운드를 5승1패의 호성적으로 마치며 현대건설을 승점 3점 차이로 쫓고 있다. 반면에 중위권은 그야말로 혼전양상인데 3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부터 6위 인삼공사까지 네 팀이 승점 4점 차이로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초반부터 치열한 선두권 및 중위권과는 달리 순위표의 가장 아래에는 홀로 외롭게 자리하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1라운드 전 경기에서 6전 전패를 기록한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다. 지난 시즌에도 31경기에서 3승28패로 승점 11점을 따는데 그쳤던 AI페퍼스는 이번 시즌에도 1라운드 6경기에서 5번의 세트를 따내는 동안 18번의 세트를 내주면서 시즌 첫 승을 챙기지 못하고 승점 1점을 따내는데 머물렀다.

패기만으론 어려웠던 막내들의 첫 시즌
 
 지난 시즌 토종에이스로 활약했던 이한비는 이번 시즌에도 팀 내에서 가장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토종에이스로 활약했던 이한비는 이번 시즌에도 팀 내에서 가장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사실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과 박정아(도로공사) 같은 슈퍼루키들을 한꺼번에 데려갔던 2010년의 기업은행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신생구단이 창단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남자부의 우리카드 우리WON은 지난 2008년 우리캐피탈 드림식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해 처음으로 봄 배구에 진출할 때까지 무려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AI페퍼스 역시 작년 3월 한국배구연맹에 창단의향서를 제출할 때부터 쉽지 않은 행보가 예상됐다. 작년 고3 선수들 중에서 김희진이나 박정아처럼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특급신인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 메레타 러츠(MEGABOX) 같은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유럽과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걸출한 외국인 선수의 등장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AI페퍼스의 초대사령탑으로 선임된 김형실 감독은 당장 성적을 내는 것보다 팀의 기초를 다지는 것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신생구단 특별지명으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들 대신 이한비, 최가은, 지민경, 이현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유망주급 선수들을 대거 지명했고 외국인 선수 역시 1999년생의 젊은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인삼공사)를 선발했다. 신생팀의 젊은 패기로 언니들과 맞서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선수단 대부분이 프로 무대에서 주전 경력이 없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는 AI페퍼스는 V리그에서 노련한 언니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긴 쉽지 않았다. AI페퍼스는 주장 이한비가 31경기에 모두 출전해 262득점을 올리며 선전했다. 지난 시즌 AI페퍼스의 실질적인 주전세터로 활약한 이현 세터는 김다인(현대건설)과 이윤정(도로공사) 같은 상위권 팀의 주전 세터들을 제치고 세터 부문 올스타로 선정됐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의 선전이 AI페퍼스의 성적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AI페퍼스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시즌이 조기종료될 때까지 31경기에서 3승28패라는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한 채 V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마쳤다. 물론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거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AI페퍼스는 31경기에서 승점 11점을 따내는데 그치며 신생구단의 약점과 아쉬움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알찬 전력보강에도 1라운드 6경기 전패 
 
 AI페퍼스는 이번 시즌 1라운드에서 승점 1점을 따내는데 그치며 FA 이고은 세터 영입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AI페퍼스는 이번 시즌 1라운드에서 승점 1점을 따내는데 그치며 FA 이고은 세터 영입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프로무대에서 신생 구단이 많은 약점을 드러내며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보강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AI페퍼스는 FA시장에서 3년 총액 9억9000만 원을 투자해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을 축적한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이고은 세터가 안정된 토스워크와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을 질 이끌어 준다면 AI페퍼스는 경험이 적은 세터들로 버텼던 지난 시즌보다 한층 전력이 강해질 수 있다. 

지난 시즌 득점 6위(598점)를 기록한 엘리자벳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AI페퍼스는 2021-2022 시즌 브라질리그 득점왕 니아 리드를 1순위로 지명했다. 물론 엘리자벳도 뛰어난 공격수지만 AI페퍼스는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더 많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질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로 195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몽골 출신의 귀화선수 염어르헝을 선택했다.

지난 시즌 5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김형실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시즌 10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고은 세터의 안정된 경기운영 속에 젊은 선수들이 더욱 성장하고 리드가 엘리자벳을 능가하는 활약을 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던 목표였다. 하지만 시즌 10승을 위해 라운드 별로 약 1.7승을 따내야 하는 AI페퍼스는 1라운드 6경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리드는 1라운드에서 37.91%의 높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111득점(6위)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33.22%(11위)로 토종선수 이한비(34.62%)보다 낮다. 양효진(현대건설)을 이을 국가대표 미들블로커로 성장하고 싶다던 역대 최장신 신인 염어르헝은 아직 프로데뷔 첫 득점조차 올리지 못했다. 실제로 AI페퍼스는 이번 시즌 6경기에서 팀 공격성공률(33.12%)과 블로킹(세트당 1.65개), 리시브 효율(30.17%)에서 모두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제 장기레이스의 1/6을 치렀을 뿐이고 시즌 중간 어떤 변수가 발생해 AI페퍼스가 갑작스런 상승세를 타고 연승행진을 달릴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AI페퍼스는 기적에 가까운 변수를 기대해야 할 정도로 시즌 초반 흐름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1라운드 6경기에서 간신히 승점 1점을 챙긴 AI페퍼스의 2라운드 첫 상대는 오는 16일 1라운드에서 6전 전승을 기록했던 선두 현대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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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1라운드 전패 승점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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