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에 평균자책점 2.13으로 리그 2위였던 SSG 김광현

SSG 김광현 ⓒ SSG랜더스

 
올 시즌 개막전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SSG 랜더스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기록을 세우며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11월 11일 인천에서 우승 축하 연회를 열었던 SSG에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2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활동을 마무리하고 KBO리그에 돌아왔던 SSG의 에이스 김광현이 KBO리그 최고 투수에게 수여하는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프로 선수 16년 차인 김광현은 2014년에 제정된 이 상을 9년 만에 처음으로 수상하게 됐다.

최동원 상 시상을 주관하는 최동원기념사업회(이사장 조우현)에서는 11일 발표를 통해 제9회 BNK부산은행 최동원상 수상자로 김광현이 선정되었음을 발표했다. 선정 위원들이 모든 투구 지표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했으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프로야구 선수로서 최상의 품위를 보였음을 들어 김광현의 수상 사유를 설명했다.

무쇠팔 레전드 최동원의 이름을 딴 투수 최고 영예의 상

1984년 한국 시리즈 7경기 중 5경기에 등판, 그 중 4경기를 완투했던 고 최동원은 롯데 자이언츠의 4승을 모두 책임지며 롯데의 한국 시리즈 첫 우승을 이끌었다. KBO리그 40주년을 기념하여 고 최동원은 KBO 레전드 올스타 40인 중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메이저리그의 사이 영 상과 일본 프로야구의 사와무라 상을 표방하여 KBO리그에도 매년 최우수 투수에게 시상하는 상으로 2014년에 최동원 상이 제정됐다. 처음에는 국내 투수들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대한민국 국적의 투수들에게만 시상했다가 2018년부터 외국인 투수도 선정 대상에 포함했다.

기자단의 투표로 수상자가 정해지는 사이 영 상과 다르게 최동원 상은 저명한 야구계 인사들이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정해진다. 투수와 관련된 지표 7가지 중 1개 이상 충족한 선수들이 후보가 되며 선정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가 상을 받는다.

최동원 상 후보에 오르기 위한 기준은 다음 7가지 중 1가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25경기 이상 선발 등판, 180이닝 이상, 15승 이상, 150탈삼진 이상, 퀄리티 스타트 15회 이상, 평균 자책점 3.00 이하 그리고 35세이브 이상의 기준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된다.

이 7가지 지표는 후보 자격 요건이며, 이 기준을 많이 충족했다고 해서 수상자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기준들을 많이 충족하게 되면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이 7가지 지표 이외에도 결격 사유가 있을 경우 후보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2022년까지 최동원 상을 수상한 국내 투수는 양현종(2014,2017), 유희관(2015), 장원준(2016), 그리고 올해 수상한 김광현(2022)이 있다. 외국인 투수로는 조쉬 린드블럼(2018,2019), 라울 알칸타라(2020) 그리고 아리엘 미란다(2021)가 이 상을 수상했다.

국내 복귀 시즌에 우승과 개인상 모두 차지한 김광현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했던 김광현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 동안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쉰 2017년을 제외하고 팀의 에이스를 맡으며 4번의 한국 시리즈 우승(2007, 2008, 2010, 2018)을 이끌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다녀오는 2년 동안 김광현의 친정 팀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선발진은 중심을 잃으며 팀 성적도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SK텔레콤이 운영하던 팀도 이마트로 매각됐다.

메이저리그 계약이 만료된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의 파업으로 스토브리그가 멈춘 탓에 새로운 팀을 구하기 힘들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가 늦어지면서 김광현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고,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던 친정 팀 SSG가 김광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FA 다년 계약을 통해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은 다시 SSG의 에이스가 됐다. 28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73.1이닝을 던졌고 19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다(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9경기). 시즌 13승 3패 평균 자책점 2.13에 153탈삼진을 기록하면서 7가지 기준 중 4가지를 충족했다.

순위로 보면 김광현은 평균 자책점 2위, 승률 2위, 다승 4위, 최다 이닝 9위, 탈삼진 9위를 기록하며 여러 가지 지표에서 상위 성적을 기록했다. 박영길 선정위원장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두 시즌을 보내고 국내에 돌아와 정상급 투구를 펼친 김광현의 활약상을 보며 "클래스가 다른 투수"라고 평가했다.

김광현의 최동원 상 수상이 가지는 의미

최동원 상 선정위원 9명이 1인 1표 방식으로 후보자들에게 투표하여 가장 많은 선수가 수상자가 된다. 김광현은 이 9명의 선정위원들로부터 6표를 얻어 2022년 최동원 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2022년의 최동원 상 시상식은 11월 17일 부산에서 열린다.

최동원 상 후보에만 5번째 올랐던 김광현은 이번 수상을 통해 생애 첫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김광현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최동원 상 후보에 올랐고, 2019년에도 후보에 올랐다. 이 때마다 다른 선수들(양현종, 유희관, 장원준, 린드블럼)에게 밀리며 수상에 실패했으나 이번 수상을 통해 한을 풀었다.

최동원 상은 외국인 투수들도 후보 자격이 주어진 201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투수에게 돌아갔다. 2018년과 2019년은 린드블럼(현 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트리플A 내슈빌 사운즈), 2020년은 알칸타라(전 한신 타이거즈) 그리고 2021년은 미란다(전 두산 베어스) 등 계속 외국인 투수들만 수상했다.

또한 그 동안 최동원 상은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2014, 2017)을 제외한 나머지 수상자들이 모두 두산 베어스 소속 투수들이 받았다(유희관, 장원준, 린드블럼, 알칸타라, 미란다). 이번에 김광현이 수상하면서 SSG도 최동원 상 수상자를 처음 배출하게 됐다.

김광현은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한 획을 그은 대투수의 이름을 딴 큰 상을 받았다는 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린 시절 故 최동원의 투구를 보면서 자랐던 김광현은 그의 영향을 받은 덕분에 한국 시리즈 5차전과 6차전에 연이어 등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팀과 리그에서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다짐했다.

후보에서 제외된 안우진, 사유는 학폭 이력

사실 올해 개인 성적만 따진다면 이 기준들을 충족했던 후보는 또 있었다. 한국 시리즈에서 손가락 물집이 터지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5차전에서 투혼의 100구를 던졌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었다.

안우진은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퀄리티 스타트 24경기)하여 196이닝을 던졌고, 15승 8패 평균 자책점 2.11에 224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닝과 평균 자책점, 탈삼진, 퀄리티 스타트 등 여러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성적만 봤을 경우 수상 자격은 충분했다.

그러나 안우진은 성적과는 다른 이유로 최동원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아예 후보에서도 제외되면서 선정위원들로부터 심사를 받을 수도 없었다. 휘문고등학교 시절 논란이 되었던 학교 폭력의 전과가 후보 제외 사유였다.

재단 측의 설명에 의하면 고 최동원 역시 연세대학교 시절 선배였던 박철순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였다. 당시 박철순은 이 논란으로 대학을 그만뒀고, 이후에도 고 최동원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이후 고 최동원은 프로야구에서 구타 및 폭력 문화를 근절하려고 노력했고, 이에 따라 재단 측에서도 고인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안우진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안우진은 올 시즌 키움의 에이스로 성장했지만, 학창 시절에 그릇된 판단과 행동으로 인해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 됐다.

안우진은 올 겨울 시상식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성적 지표로만 놓고 봤을 때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KBO리그의 MVP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선수 개인의 인격적 결함으로 인하여 수상 자격이 박탈된 사례는 없었다.

2018년 KBO리그 MVP를 수상했던 김재환(두산 베어스)은 2011년 금지 약물 복용 이력으로 인해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에 대한 징계 이력이 있다. 그러나 2018년 MVP 수상 과정에 있어 결격 사유가 되진 않았었던 적이 있다.

안우진의 이번 최동원 상 후보 제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로 선수가 인격적인 결함으로 인하여 논란을 일으켰을 경우라도 성적만 좋다고 시상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도덕성을 무시하는 것과 같음을 다른 시상식에서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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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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