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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 둔주봉 가는 길 한반도지형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 좌우가 바뀐 한반도 지형  옥천 둔주봉 가는 길 한반도지형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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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 영월 선암마을, 정선 동강, 진천 초평호에 있는 한반도 지형이 널리 알려졌다. 한반도 모양을 한 호수도 있다. 충주 심항산 전망대에서 충주호를 바라보면 호수 생김새가 한반도를 닮았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도 몇 군데 있다. 영동 월류봉에서 바라보는 초강천과 옥천 탑산 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금강에 한반도 지형이 있다. 옥천 둔주봉 가는 길에서도 볼 수 있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좌우가 바뀐 모양이다. 거울을 통하여 보면 한반도 모양이 제대로 나온다.

지난 6일 옥천 둔주봉을 올랐다. 대청호 오백리길 13구간 '한반도길'의 한 부분이다. 금강 강변길을 걷고, 독락정에 들렀다.

한반도 지형

옥천 안남면사무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안남초등학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마을길을 걸었다. 가을걷이가 거의 마무리된 듯 한가로운 시골길이다. 둔주봉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가 친절하게 곳곳에 붙어있다. 차량이 겨우 한 대 지나갈 정도인데,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차가 여럿이다.

20여 분 만에 점촌고개에 다다랐다. 산행 들머리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나무계단이 만들어졌고 야자매트가 깔려있다. 그 위에 나뭇잎이 떨어져 밟으면 발밑에서 부스러졌다. 차가운 기온에 땀은 나지 않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둔주봉 한반도지형전망대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보면 한반도 지형이 제대로 보인다.
▲ 한반도 지형  둔주봉 한반도지형전망대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보면 한반도 지형이 제대로 보인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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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기구가 설치된 평평한 곳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내리막길을 거쳐 가파른 오르막을 한번 더 지나면 한반도지형전망대다. 정자도 있고, 산불감시초소도 있다.

앞을 보면 휘돌아가는 금강 물줄기가 보이고, 그 가운데 한반도 지형이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었다. 전망대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보면 제대로 된 모습이다. 옥천 9경 가운데 제1경이다.

둔주봉

전망대에서 800m쯤 오르면 둔주봉(屯駐峯)이다. 해발 384m다. 전망은 그다지 볼 것 없다. 나뭇잎 사이로 금강이 보일락말락 한다. 산악회 리본이 많이 달렸다.

재경안남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에는 등주봉(登舟峯)이라고 쓰여 있다. 산 아랫마을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초계 주씨 족보에 등주봉이라고 기록되었고, 마을 이름도 배바우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본래 이름을 찾기 위해 나섰다고 하나, 옥천군청 홈페이지에는 모두 둔주봉으로 되어 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세 갈래다. 피실, 금정골, 고성 방면이다. 그 가운데 주차장과 가장 가까운 고성 쪽으로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다. 나무계단에 낙엽이 쌓여 잘 보이지 않았다. 내내 발에 힘을 주고 내려오면 산등성이 길이 이어진다. 늦가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낙엽 부스러지는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햇빛 잘 드는 곳을 골라 낙엽 위에 앉았다.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멈추었다. 바람 소리도, 물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온갖 소음에서 완전히 차단되었다. 한참 있으니 희미하게 벌레 소리가 들렸다. 아! 늦가을이니 새소리일까? 매우 작은 새소리 같기도 했다. 이런 순간이 있을까 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금강 강변길

고성으로 가는 마지막 길은 급경사다. 다 내려가면 개인 땅이 나온다. 농지 개발 중이다. 굴삭기로 산비탈을 깎아 파헤치고 있다. 그곳을 지나면 금강을 만난다. 이 물줄기가 대청호로 흘러 들어간다. 강변길을 따라 금강 상류 쪽으로 걸었다. 차가 다닐 정도로 넓다. 흙먼지 날리는 길이다.
 
  금강을 따라가면 강가에 터를 잡고 자연인처럼 사는 사람도 만난다.
▲ 자연인 터  금강을 따라가면 강가에 터를 잡고 자연인처럼 사는 사람도 만난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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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다닐 정도로 넓다.
▲ 금강 강변길  차가 다닐 정도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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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가까운 언덕 위에 독락정이 있다. 오른쪽에 있는 산이 한반도 지형이고, 왼쪽 끝 산 위에 전망대가 있다.
▲ 독락정 가는 길  마을 가까운 언덕 위에 독락정이 있다. 오른쪽에 있는 산이 한반도 지형이고, 왼쪽 끝 산 위에 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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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녹조로 덮였다. 강가에 있던 새 한 마리가 사람 소리에 놀라 날아올랐다. 녹조 가득한 강물에 앉지 못하고 아주 멀리 날아갔다. 자연인처럼 천막집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벌통 수십 통이 뒤꼍에 있다. 큰 평상과 경운기도 있다. 강가에 고무보트가 한 척 있고 그물도 나무에 걸려있는데, 이런 곳에서 잡은 고기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개 두 마리가 사납게 짖어댔다. 주인이 소리치니 바로 꼬리를 내리고 물러섰다.

안남천이 금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곳에 이르렀다. 흙길이 끝나고 포장도로가 시작된다. 강가에 작은 배가 여러 척 있다. 한반도 지형으로 오가는 배일성싶다. 길옆에 세워진 차도 많다. 낚싯꾼들이 부지런히 손목을 낚아챘다. 그나마 이곳은 녹조가 심하지 않았다.
 
  첨지중추부사를 지낸 주몽득이 세운 정자다. 금강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 독락정  첨지중추부사를 지낸 주몽득이 세운 정자다. 금강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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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독락정(獨樂亭)이 있다. 1630년 첨지중추부사를 지낸 주몽득이 세운 정자다. 대문은 잠겼고, 담장은 높았다. 전망 좋은 곳에 세워졌으나, 지금은 '동락정양수장'이 바로 앞에서 금강을 가로막고 있다. 툇마루에 앉아 금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선비들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웠다.

독락정 앞 금강 건너로 보이는 산이 한반도 지형 남쪽 자락이다. 지나가던 차가 멈추더니 물었다. 한반도 지형을 보러 왔는데 전혀 알 수 없다며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산 위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한반도지형전망대로 올라가라고 했다. 안남면사무소 주차장에서 45분 걸린다고 하니 망설인다. 그들이 전망대까지 올라갔는지 궁금하다. 그때가 늦은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금강에 두둥실 뜬 배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등주봉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조형물이다. 안남면사무소 주차장 앞 연주공원에 있다.
▲ 둥실둥실배바우  금강에 두둥실 뜬 배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등주봉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조형물이다. 안남면사무소 주차장 앞 연주공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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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돌아온 뒤, 식당에 들러 올갱이 국밥을 먹었다. 금강에서 잡은 올갱이로 만들었다. 속이 풀리는 국물에 올갱이가 푸짐하다. 금강 주변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먹거리다.

태그:#옥천, #한반도 지형, #둔주봉, #독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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