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천 유나이티드 이주용 선수.

.지난 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천 유나이티드 이주용 선수. ⓒ 류호진


그 어느때보다 다양한 스토리가 있었던 2022 하나원큐 K리그. 전북의 우승을 막은 울산현대의 스토리도 큰 이슈였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변은 '잔류왕' 인천유나이티드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진출이었다.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낸 인천은 실력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큰 쾌거를 이뤘다. 바로 지난 8월 27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10,139명이라는 엄청난 관중수를 기록한 것. 특히 해당 경기일에는 인천 구단의 대학생 마케터 '스포일러 4기'가 직접 기획한 다양한 이벤트들이 진행되었는데, 일부 선수들 또한 이벤트에 함께 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런 역사적인 하루에 경기장 안에서보다 밖에서 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선수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3번의 부상에도 오뚜기 처럼 일어나 팀의 후반기 수비를 책임졌던 이주용 선수. 국가대표 출신 K리거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는, 부상이라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행사 당일 약 2시간 동안 팬들과 사진을 찍으며 전반전을 경기장 밖에서 보냈다. 그렇다면 이번시즌 인천에서의 한 해는 그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다음은 지난 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그와 만나 나눈 인터뷰 전문.     


- 시즌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인천이 ACL 진출권을 따냈는데, 소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처음 감독님으로부터 팀의 목표가 ACL진출이라고 들었을 땐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분명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목표를 이루었고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할 수 있었음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약 14년 만에 프로선수가 되어 인천으로 돌아온 이주용 선수.

.약 14년 만에 프로선수가 되어 인천으로 돌아온 이주용 선수. ⓒ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 프로 팀과 직결된 것은 아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스팀인 대건고등학교 창단 멤버라고 들었습니다. 인천으로 다시 오셨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것 같은데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가 대건고등학교에 다녔을 때는 축구부 선수들이 천연잔디를 쓸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인천 프로구단의 천연잔디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참 새로웠습니다. 또한 인천을 상대팀으로 만날 때마다 인천 팬분들의 열정에 놀라곤 했는데, 그런 열정적인 팬분들 앞에서 뛸 수 있게 되어 정말 설렜습니다."

- 이번시즌 부상으로 인해 마음 고생을 많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에 복귀하시고 좋은 활약을 보여주셨어요. 복귀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번 시즌 크게 3번의 부상이 있었습니다. 먼저, 시즌 시작 전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었습니다. 하지만 임대생으로서 개인적인 욕심이 매우 컸고, 무엇보다도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급급하게 복귀를 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더 큰 부상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후 우연치 않게 복귀 경기에서 팀 동료와 충돌하여 부상이 재발하였습니다.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7월에는 햄스트링 부상이 생겼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욕심이 앞서서 복귀를 서둘렀었다고 생각합니다.

복귀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선 통증 완화를 위해 몰두하였고, 2차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보강 훈련에 집중했습니다. 마지막 부상 이후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복귀를 위해 준비하다보니 지금의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또한 신인 때부터 주변에서 제가 웨이트 훈련을 너무 과하게 한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최근까지도 많은 분들께서 비슷한 조언을 해주셔서 결국 체중을 감량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체중관리까지 하려니 무기력하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복귀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팬분들과 유독 소통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코로나 이전에는 팬분들께서 훈련장에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사실 운동장이나 훈련장에서도 팬분들과 선수들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코로나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팬분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은 단 한 분이라도 자신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팬분들을 위해 선수들이 경기를 뛰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활동 뿐이라고 생각하기에, 어쩌면 팬분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 데이 당일, 인천팬들과 2시간 동안 함께 사진을 찍은 여름, 이주용 선수.

.스포일러 데이 당일, 인천팬들과 2시간 동안 함께 사진을 찍은 여름, 이주용 선수. ⓒ 인천유나이티드 팬 박진이씨 제공

 
- 지난 8월 서울전에선 경기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 가까이 포토부스에서 팬들과 사진 찍는 활동을 하셨어요.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깜짝 놀라셨다고 들었는데.
"일단 경기가 시작되었는데도 계속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행사 담당자분께서도 마감시간이 되어 행사를 중단하려고 하셨는데, 1분도 안걸리는 사진촬영을 위해 경기를 포기하시면서까지도 줄을 서서 기다리시는 팬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 행사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팀에 많이 도움이 된 선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라도 팬분들께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또한, 평일에는 각자의 일로 다들 피곤하실텐데, 황금같은 휴식시간을 저희 선수들을 위해 내주신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니 책임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 원래는 윙어로서 오랜기간동안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역할은 윙어와는 또다른 요구사항들이 있을텐데, 포지션에 변화를 주게된 계기와 (포지션 변경전) 과거와의 차이점에 대해 여쭤볼 수 있을까요?
"사실 프로무대에서는 늘 윙백이라는 자리에서 뛰어왔는데, 아무래도 대학에서 윙어로 뛰며 득점왕을 한 경험도 있었고 여러 이유에서 아직도 많은 분들께 윙어라는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지션을 변경하게 된 정확한 계기는 과거 최강희 감독님께서 제안을 해주셔서 바꾸게 되었고, 감독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하나 가르쳐주시겠다고 개인 코칭도 해주시는 등 그 당시에 선수로서 배운 것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어떻게보면 두 포지션은 공격과 수비라는 부분에서 각자가 갖는 부담감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크게 다른 포지션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 운동장에서는 누구보다도 저돌적인 수비를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나 수비수로서 자신만의 축구철학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저는 전북에서 최강희 감독님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감독님과 함께 활동했던 당시, 감독님께서 '물러서는 수비수는 죽은 수비수와 다를 것이 없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전북출신의 수비수들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또한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유럽을 다니며 축구를 자주 보았는데, 이탈리아에서 수비수들의 한 치 물러섬 없는 플레이를 보고 정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사실 물러서는 수비는 결과적으로 눈덩이가 내리막 길에서 점점 커지면서 빠르게 떨어지는 것과 같은 위험성을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물러서는 수비를 늘 스노우볼에 비유하곤 합니다(웃음). 

- 올해 인천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던 만큼 기억에 남는 순간들도 많을 것 같아요. 혹시 이번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부상으로 인해 서울 원정경기를 관중석에서 보며 인천 팬분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니 뭉클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이번시즌 계속된 부상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고 1년 내내 부상에 대한 불안감과 압박이 컸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정말 온갖 부정적인 마음들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천은 낭만이 가득한 구단이라는 이야기를 늘 들어왔는데, 정말 그 말이 사실임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부상없이 오랫동안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주용 선수.

부상없이 오랫동안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주용 선수. ⓒ 이주용 선수 제공


- 이주용 선수의 선수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는 그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부상없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팬분들 앞에서 뛰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부수적인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땐 그저 욕심으로만 운동을 했지만, 이제는 너무 큰 욕심을 내며 부상을 초래하기 보단 욕심을 내려놓고 건강하게, 꾸준히 뛰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올해로 인천에서의 임대기간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아직 거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한 시즌 동안 사랑을 보내주신 인천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죄송한 마음이 너무 큽니다. 제가 처음 인천에 왔을 때 정말 많은분들께서 기대를 해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경기장보다 밖에서 인사드린 날들이 더 많았기에 그저 죄송한 마음입니다. 복귀전에서 정말 많은 팬분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그 사랑을 정말 깊이 느꼈고 아직까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곳 인천에서 다음시즌에도 함께할 수 있을진 아직 모르지만, 확실히 제가 낸 성과에 비해 이곳에서 100배 이상의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자면 인천의 고참 선배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30대가 넘어가다보니 어린 선수들을 대하는 것에 있어 고민이 들 때가 많은데, 이번 시즌 인천의 고참 선수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후배 선수들을 정말 많이 배려해주고, 희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저또한 많은 것들을 배웠고, 한명의 사람으로서 배운 것들이 많은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선수로서는 실패했던 한 시즌이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이 된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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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용 인천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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