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가 결국 류지현 감독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LG 구단은 지난 11월 4일 공식발표를 통하여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서 류 감독은 첫 2년 계약을 끝으로 LG와 무려 29년에 걸친 동행을 마감하게 됐다.
 
류 감독은 LG 구단 역사상 최초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이었다. 류 감독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1994년 LG 1차 지명으로 입단했고, 데뷔 첫해 서용빈-김재현과 함께 '신인 3총사'로 맹활약했고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또한 그해 LG는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지금까지 류 감독은 LG의 마지막 우승 멤버가 됐다.
 
리그 정상급 유격수이자 톱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한 류 감독은 은퇴한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기간을 제외하면, 지도자 경력 역시 LG에서만 수비·주루·수석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역임하며 평생을 'LG맨'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류 감독은 2020년 LG의 제 13대 감독(전신인 MBC청룡 시절 포함하면 19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부임 2년간 LG를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전임 류중일 감독 시절까지 포함하면 구단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2019-2022)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는 정규 시즌 3위에서 올해는 정규 시즌 2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2022시즌은 87승으로 144경기 체제에서 구단 역대 최다승, 승률 6할 1푼 3리로 1994년 통합우승(81승 45패, .643) 이후 28년 만에 최고승률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SSG(88승 4무 52패)와는 불과 2게임차, 승수는 단 1승이 모자랐다.
 
2년간 류 감독이 거둔 정규 시즌 승수는 159승, 승률은 5할 8푼 5리(16무 113패)에 이른다. 2000년대 이후 역대 LG 사령탑 중 부임 첫 2년에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장기레이스에서 안정된 선수단 관리능력과 소통, 유망주 육성의 병행을 통하여 전력을 더 끌어올린 합리적인 경기운영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게 1승2패로, 올해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1승3패로 탈락했다. 2년 연속으로 하위 팀에게 충격적인 '업셋'을 당했다.
 
두 팀 모두 LG를 상대하기 전, 두산은 와일드카드 2경기를, 키움이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모두 최종전까지 접전을 치르고 올라왔음에도 LG는 상위 팀의 전력과 체력적인 이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특히 올해 키움과의 시리즈에서 류 감독의 연이은 투수교체 실패와 작전미스가 치명타로 작용하며 단기전 운용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극복하지 못했다.
 
용두사미로 시즌을 마감하서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된 류지현 감독의 거취는 비시즌 LG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반응은 반반으로 갈렸다. 대체로 야구계나 미디어에서는 류 감독을 옹호한 반면, 팬들의 여론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더 강했다. 구단은 고심 끝에 우승후보급 전력을 구축했음에도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실패한 책임론에 좀더 무게를 싣고 결국 감독교체를 결정했다.
 
한편 구단은 심사숙고해 빠른 시일안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동열 전 KIA 감독, 김태형 전 두산 감독 등 우승경력이 있는 다양한 베테랑 감독과 외부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다시 한번 내부 인사나 초보 감독의 깜짝 인선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LG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이 맺힌 팀이다. 전신인 MBC 청룡 시절에는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전성기인 1990년대에 접어들며 LG로 모기업이 바뀌면서 두 번의 우승(1990,1994)을 차지했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은 무려 28년전이고, 한국시리즈 진출도 2002년으로 무려 20년이 흘렀다. 롯데 자이언츠(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30년, 1999년 마지막 KS진출 이후 23년)에 이어 최장기간 무관-KS진출 실패 역대 2위 기록으로 현재진행형이다. 구단 역상 암흑기였던 2003년부터 2012년까지는 무려 10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흑역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진한 성적으로 인하여 감독들의 수명도 짧았다. LG는 롯데와 함께 역대 감독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2년을 넘기지 못한 유이한 팀이다. 청룡 시절에는 사실상 거의 해마다 감독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LG로 넘어온 이후에도 3년 이상을 재임한 감독은 이광환, 천보성, 김재박, 양상문, 류중일 등 5명 뿐이다. LG 역사상 최장수 감독은 1994년 LG의 마지막 우승 사령탑이자 두 차례에 걸쳐 감독을 역임한 이광환 감독(2대, 6대)으로 7시즌간 719경기(369승 17무 333패)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이광환 감독 이후 LG에서 재계약에 성공하며 장기집권한 감독은 아예 전무하다. 2003년 한 차례 다시 복귀했던 이광환 감독 본인을 비롯하여 총 11명의 지도자가 팀을 이끌었지만 LG는 두 번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광은(1999년~ 2001년 5월), 이순철(2003∼2006년 6월), 김기태(2011년∼2014년 4월) 등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한 지도자도 3명이나 된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은 구단 수뇌부와 방향성의 차이로 갈등을 빚다가 물러나기도 했다.
 
LG가 암흑기를 보내던 2010년대만 해도 가을야구 진출이 숙원이었다면, 이제는 더 올라갈 목표가 우승밖에 남지않았다. LG는 최근 10년간 7번이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으며 어느덧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부활했지만 유독 한국시리즈와는 인연이 없다. 이 기간 포스트시즌에서 업셋을 당한 것만 3번으로 단기전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뚜렷하다. LG가 류지현 감독의 재계약을 고심 끝에 포기한 것과, 다음 20대 감독은 또다른 초보 감독의 선임이나 내부 승격보다는 '외부 영입'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리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현재 프로야구계에서 LG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는 '우승청부사'를 과연 찾을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다. LG는 다른 팀에서 왕조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김재박(2006∼2009년), 류중일(2017∼2020년) 감독을 영입했지만 이들은 LG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전례가 있다. 김성근(SK)과 김기태 감독(KIA)은 LG를 떠난 이후에 다른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야구계에서 한국시리즈 우승경험이 있는 김응용, 김인식, 김성근 등 1세대 감독들은 대부분 지도자에서 은퇴한 상황이다. 2,3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인물중에는 선동열, 조범현, 김기태, 김태형, 이동욱 감독 등이 KS 우승경험이 있으면서 현재는 프로 1군을 맡고 있지않은 지도자들이다. 우승은 없지만 한국시리즈 진출로 한정한다면 김경문-염경엽 전 감독도 있다. 또한 LG는 성적에 대한 높은 기대치와 극성 팬덤 등으로 베테랑 지도자들도 감독하기 어려운 구단으로 꼽히곤 한다.
 
일단 LG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만한 매력적인 후보군이 그리 많지는 않다. 선동열 감독은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게 삼성시절인 무려 16년전이고 이후 KIA와 국가대표팀을 사령탑을 거치면서 모두 좋지 않은 모양새로 물러났다. 김기태 감독은 이미 LG와 한번 불편하게 결별했던 전력이 있고, 조범현이나 김경문은 현장 공백기가 너무 오래되어 옛날 지도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나마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단기전 운용 능력 등, LG가 원하는 이상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은 김태형 전 두산 감독 정도다. 그는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끌며 3번이나 우승을 안겼다. 다만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저순위인 9위에 그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자리에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같은 잠실 라이벌팀의 사령탑 출신은 데려오는 것이 모양새가 썩 좋아보이지않는다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결국 베테랑 감독이라고 해도 과거의 경력이나 이름값보다는, 얼마나 현대야구 트렌드를 이해하고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세대의 지도자들이 개인의 직감이나 경험에 의존한 야구를 펼쳤다면, 현대의 지도자들은 전문적인 데이터와 논리로 선수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소통해야하는 시대다. 여기에 LG는 당장 '윈나우' 라는 목표에 올인해야만 하는 팀이다. 누가 맡든 부담스러울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차기 감독이 반복되는 LG의 한국시리즈 무관 행진과 감독 잔혹사를 과연 끊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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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류지현감독 역대LG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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