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관련사진보기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닷새째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에 나섰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윤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책임자 즉각 파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의 책임이다"

부산참여연대, 대구참여연대, 마창진참여연대 등 전국 18개 지역의 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4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태원 참사는 국가나 경찰, 지방자치단체가 제 역할을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애도기간을 정한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양을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에 국가와 대통령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정부의 설명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34조를 언급하며 "(정부가) 애타는 시민들의 간절한 구조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501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에 대해서는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것과 같다고 봤다. 이른바 '셀프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들은 "일선 경찰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수사의 방향이 우려스럽다"라고 했다.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장동엽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국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풀뿌리 지역 단체들이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이에 따라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꼬리 자르기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사무국장은 "참사 과정에서 시민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이 대응하지 않았단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하려면 진상규명의 화살이 가장 위에서 '책임져야 할' 이들을 향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내외국인들이 직접 작성한 추모글과 그림이 붙어 있다.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내외국인들이 직접 작성한 추모글과 그림이 붙어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번 발표에 동참한 곳은 참여연대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같은 단체가 아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997년 참여민주주의 확대와 시민사회운동의 역량 결집을 위해 전국적 연대체를 결성했다. 여기엔 서울의 참여연대도 하나의 구성 단체로 참여한다. 장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이태원 피해자와 가족이 함께하는 독립적 진상조사위가 필요하다. 앞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민사회 차원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가 제기한 정부 책임론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결과(10월 31일~11월 2일, 전국 만18세 이상 1072명,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0%p)를 보면 응답자의 73.1%는 정부·지자체에 참사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정부·지자체에 책임이 없다는 의견은 23.3%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20%대로 다시 낮아졌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1월 1일~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이 29%, '부정'이 63%였다. 긍정 평가는 지난주 대비 1%p 하락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음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가 낸 입장문 전문이다.

<국가책임 이태원 참사 원인규명하고 책임 물어야>

1. 국가,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누구라도 제 역할을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국가와 부재로 막지 못했고, 무려 156명의 귀중한 생명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비통하고 참담하다. 그러나 정부는 애도기간을 정하더니,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양을 만드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진정한 애도는 피해자를 존중하여 함께하는 것이고, 참사의 원인을 파악하여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책임이 명백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책임을 방기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참사의 책임자들을 파면하는 등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

2. 정부의 관계자들은 "주최자가 없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라는 말로 국가의 시민안전 보호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34조는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까지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애타는 시민들의 간절한 구조요청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 경찰과 정부의 책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말대로 매뉴얼도 없고 주최자도 없었기에 정부와 경찰과 지자체에 안전 관리의 책임이 있는 것이 명백하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지 말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은, 위험에 대한 상황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안전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 그 최종 책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가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대통령의 직접 사과는 물론 정부와 경찰, 지자체 책임자들이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 나아가 핵심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부터 파면해야 마땅하다.

3. 참사의 직접 책임이 있는 경찰이 501명을 투입하여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하고 경찰과 지자체, 정부를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리라 믿기 어렵다. 핼러윈 축제 참여자를 가해자로 몰고, 112 신고 대응을 문제 삼아 지휘책임자는 제쳐두고 일선 경찰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수사의 방향도 우려스럽다. 책임을 묻는 데에 있어 더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진상규명과 수사에서 중요한 것은 참사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문제와 작동하지 않은 안전관리 시스템,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 경찰 대응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경찰에게만 수사를 맡겨놓아서는 안 된다.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와 조사는 독립성과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조사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 과정에서 피해자와 시민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4. 정부는 참사 직후 국민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지금은 애도해야 할 때'라며 참사의 책임을 묻는 질문을 막아왔다. 그런데 정작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애도하는 동안 경찰청 정보국은 <정책참고자료>라는 이름의 대외비 문건을 생산하여 대통령실에 보고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 중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라는 부분에서 볼 수 있듯 오로지 이태원 참사가 정권에 부담을 줄까 걱정하고, 정권 보위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사회단체를 사찰하고, 여론동향을 분석하며 반정부 시위가 확산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전히 참사를 '정권 안보'의 관점에서 관리할 대상으로 보는 경찰과 정부의 관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참사의 진정한 애도를 위해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목소리를 막아서려 하지 마라. 끝.

태그:#이태원 참사, #윤석열 대통령, #진상규명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