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번째 월드컵이다. 북중미에서 소리없이 강한 코스타리카가 3회 연속 출전하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또 한 번 기적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 출전국 중 마지막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코스타리카는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 세대의 마지막이란 점에서 의미가 큰 대회다.

2014년 이후 내리막길... 구세주된 수아레스 감독

첫 출전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스코틀랜드와 스웨덴을 격파하고 16강에 오르며 세계 축구에 처음 알려졌던 코스타리카는 24년 뒤인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또 한 번 기적을 일으킨다.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우루과이(2회), 잉글랜드(1회), 이탈리아(4회)와 한 조가 되는 죽음의 조에 편성된 코스타리카에 많은 이들이 3전 전패를 예상했다. 그러나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빠른 역습을 구사하는 실리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 코스타리카는 우루과이를 3대 1로 물리치는 대이변을 일으키더니 이탈리아와의 2차전마저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D조에서 제일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코스타리카의 돌풍 속에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

코스타리카의 돌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와의 16강전에선 한 명이 퇴장 당한 수적 열세에도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역대 최고인 8강에 오른 데 이어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도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친다. 비록 아쉽게 4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코스타리카의 선전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큰 볼 거리를 제공했었다. 아울러 이 대회를 통해 케일러 나바스라는 스타 플레이어도 배출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부턴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브라질, 스위스, 세르비아에 밀려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19년과 2021년에 열린 북중미 골드컵에선 모두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2019년 대회는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했음에도 8강에서 탈락해 그 충격이 컸다.

이 위기에서 코스타리카를 구한건 콜롬비아 출신의 루이스 페르난도 수아레스 감독이었다.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빠른 역습을 펼치는 그는 이를 통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에콰도르의 16강,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온두라스를 월드컵 본선행으로 이끌었다. 이후 남미 클럽에서 경력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여름 코스타리카 감독으로 부임한 뒤 자신의 기본적인 축구색깔에 능동적인 전술운용을 감미하면서 팀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부임 후 치른 최종 예선 첫 7경기에선 1승 3무 3패 4득점, 6실점을 기록해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본선은커녕 플레이오프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등 출발이 매끄럽지 못했다. 특히 캐나다의 엄청난 상승세와 파나마의 성장으로 인해 월드컵 탈락의 우려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7경기에서 반전을 일으켰다. 지난해 11월 17일 온두라스전 2대 1 승리를 시작으로 7경기 6승 1무의 성적을 거둔 코스타리카는 미국에 골 득실에서 아쉽게 뒤져 4위로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이 기간 동안 9득점에 2실점을 기록했는데 첫 7경기 4득점에 6실점을 기록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결과물이었다. 즉 수아레스 감독의 색체가 완벽하게 투영됐다는 뜻이다.

그렇게 맞이한 뉴질랜드와의 대륙간 플레이오프. 전반 3분 조엘 캠벨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코스타리카는 이후 남은 시간 안정적인 수비로 뉴질랜드의 공격을 막은데 이어 고비 때마다 나온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의 신들린 듯한 선방까지 겹치면서 1대 0 승리를 거두고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여전히 남아있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멤버

코스타리카 선수단을 살펴보면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 기적을 일으킨 멤버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즉 지난 8년 동안 세대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중 단연 에이스는 골키퍼인 케일러 나바스다. 에르난 메드포드, 파울로 완초페를 넘어 코스타리카 역대 최고 선수로 손꼽히는 그는 엄청난 반사신경을 활용한 세이브 능력을 앞세워 브라질 월드컵 8강,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리그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어내는 등 오랜시간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나바스의 활약은 지난 뉴질랜드와의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빛났다. 경기 내내 상대의 엄청난 공세 속에서도 무려 7차례의 세이브를 해내며 1골의 리드를 지켜 코스타리카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본선에서 스페인, 독일과 같은 강호들을 상대할 코스타리카에겐 그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외에도 각 포지션 별로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역대 A매치 최다출전(152경기)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레전드 셀소 보르헤스를 중심으로 옐친 테하다가 중원에서 수비를 두텁게 한 뒤 정교한 패스웍으로 역습을 이끈다. 그리고 풍부한 유럽 무대 경험이 있는 베테랑 브라이언 루이스는 조커로 출전한다. 수비는 오스카 두아르테, 프란시스코 칼보, 브라이언 오비에도가, 최전방은 지난 뉴질랜드와의 플레이오프 결승골의 주인공 조엘 캠벨이 중심이 된다.

이밖에 이번 대회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도 눈에 띈다. 지난 1월 멕시코전을 시작으로 주전 수비수로 올라선 다니엘 차콘을 비롯해 헤르손 토레스, 제위손 베네트, 안토니 콘트레라스는 향후 코스타리카를 이끌 선수들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예선 후반부 중용되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며 본선 진출에 공헌했다. 이 중 베네트는 지난 9월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코스타리카의 현 상황은 2014 브라질 월드컵과 비슷한 점이 있다. 첫 번째로는 조 편성인데 당시 우루과이,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팀들과 한 조에 속해 '승점 자판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를 비웃듯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죽음의 조에서 무패(2승 1무)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조편성 역시 마찬가지다.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 독일과 한 조가 된 코스타리카는 객관적인 전력 열세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난이도만 놓고봤을 때 8년 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팀 컬러도 당시와 비슷하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코스타리카를 이끈 호르헤 루이스 핀투 감독은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날카로운 역습을 구사하면서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를 모두 물리치는 등 대회 내내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한 축구를 구사하면서 코스타리카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번에 코스타리카를 이끄는 수아레스 감독 역시 핀투 감독과 추구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3백과 4백을 혼용하지만 중앙 미드필더인 보르헤스와 테하다를 수비적으로 배치시키며 수비에 많은 숫자를 동원한 뒤 캠벨과 콘트레라스 베네트를 활용한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다소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상대 수비가 느슨해지면 엄청난 타격을 입히기엔 충분하다.

이런 코스타리카가 희망을 거는 것은 2022년 들어 이어지고 있는 상승세다. 지난 9월 평가전까지 A매치 10경기에서 8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하는 등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상승세가 월드컵에서도 이어진다면 충분히 저력이 있는 팀이다.

2022년의 상승세를 발판 삼아 코스타리카가 황금 세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까.

코스타리카(Costa Rica)
FIFA 랭킹: 31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6회(1990, 2002, 2006, 2014,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8강(2014)
역대 월드컵 전적: 5승 5무 8패
감독: 루이스 페르난도 수아레스(콜롬비아, 1959. 12. 23)

*코스타리카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4일 01:00 스페인, 도하 알 투마마 스타디움
11월 27일 19:00 일본, 알 라얀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12월 2일 04:00 독일, 알 코르 알 바이트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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