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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한 만료로 최근 출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기획본부장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구속영장 기한 만료로 최근 출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기획본부장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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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이 재판 당사자인 '유동규 입'에만 주목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20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후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고, 언론은 그의 말을 중계 경쟁하듯 보도하고 있다. 문제는 검증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1면에 대서특필되는 피고인 발언 
 
<한국일보> 10월 22일자 1면에 실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기획본부장의 단독 인터뷰.
 <한국일보> 10월 22일자 1면에 실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기획본부장의 단독 인터뷰.
ⓒ 한국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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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0월 22일자 기사.
 <중앙일보> 10월 22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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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월 22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 10월 22일자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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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난 21일 <한국일보>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였다. 유씨는 이 인터뷰에서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인터뷰 내용은 22일자와 24일자 <한국일보> 1면에 보도됐다. 

유 전 본부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이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20억 달라고 해서 6억 정도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가) 모를 리 있겠느냐"면서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 측근에게 돈을 줬다는 건 그의 주장이고, 이 대표가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언급은 그의 추정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과 관련된 그의 주장을 무조건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한 유 전 본부장의 인터뷰는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을 단독 인터뷰한 <한국일보>는 22일자 신문 1면을 할애해 "이재명, 명령한 죗값 받아야, 유동규의 폭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22일자 <중앙일보>도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심경 피력'이라며 이슈 코너를 만들어 그의 말을 상세히 전하는 인터뷰 기사(제목 : 유동규 "의리? 이 세계엔 없어, 법정서 사실 다 얘기할 것")를 내보냈다. 

특히 "재판 중에 잠시 기사(기자회견 기사)를 봤는데 재미있더라"라는 유 전 본부장의 인터뷰 내용은 다수 언론사들이 받아적으면서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조선일보>도 22일자 신문 1면과 3면(제목- 유동규 "숨길까 했는데 다 얘기하겠다")에 걸쳐 유동규 인터뷰를 보도했다.

멈추지 않는 유 전 본부장의 입, 입을 중계하는 언론들  

   
<동아일보> 10월 25일자 기사
 <동아일보> 10월 25일자 기사
ⓒ 동아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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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공판이 열린 지난 24일에도 유 전 본부장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며 "예전에 조사할 때는 책임감을 갖고 임했는데, 이제는 사실만 갖고 (임하겠다)"며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25일자에서 이 말을 집중 보도했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24일자 사설에서 유 전 본부장의 발언에 기초해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사설은 "유씨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대선자금 수수 혐의를 일부러 조작해 만들어낼 이유가 있나"라면서 "(이 대표는)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겸허하게 수사를 받는 게 도리"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말을 근거로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대선자금을 수수한 범죄자인 것처럼 쓴 것이다. 

<중앙일보>도 25일자 '김용도 과연 입을 열까'라는 제목의 최민우 정치에디터 칼럼에서 "20억 요구, 8억 수수는 김(용) 부원장 혼자 한 일일까"라면서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씨처럼 폭로전을 펼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는 내다봤다. 이 역시 유 전 본부장이 언론을 통해 전한 말들을 '사실'로 전제한 내용의 칼럼이다.

사실 대장동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고인' 신분인 유 전 본부장이 연일 언론에 폭로하는 말들은 검증이 필요하다. 그가 쏟아내는 말들이 향후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들은 검증 없이 유동규의 입을 빌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재판 핵심 당사자 발언 검증 필요"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장동처럼 대형 비리 사건의 경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주장들이 많다"면서 "특히 재판 핵심 당사자인 사람의 말은 검증이나 사실 확인이 필요한데, 이런 절차 없이 언론사의 논조와 맞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말이 대서특필하고 마구잡이로 받아쓰는 행태는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게 일방의 주장을 기사로 양산하게 되면, 진실 규명은커녕 더 많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특정 정치세력의 당리당략에 이용될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태그:#유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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