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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대만, 일본, 한국의 2021년 과로자살 현황을 알아본다. 

용혜인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승인된 산재보상 중 자살은 모두 88건이었다. 자살 산재 신청 건수는 158건으로 승인율은 55.7%였다. 2020년 87건 신청, 61건 승인(승인율 70.11%)에 비해 승인율은 감소하였고, 신청과 승인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공무원 10명과 군인 16명을 포함하여 총 114명이, 2021년 업무상 자살로 보상받았다.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이조차 실제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보다 훨씬 과소 보고된 것으로 생각된다. <2022 자살예방백서>(2020년 자살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자살자 수는 1만2776명이고, 그중 3.9%인 492명이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가 원인으로 분류됐다. 경찰청에서는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인한 자살이라고 봤지만, 보상을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했더라도 불승인된 사례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또한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자살했다는 그 492명 역시 과소 추정일 수 있다. 현재 자살 원인 분류는 대표적인 한 가지 원인만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자살에 이르도록 중요한 계기가 된 경우 여기 집계되지 않을 수 있다. 2015~2021년 자살한 총 801례에 대한 <2021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801건의 자살 사례 중 59.2%에서 사망 전 직업 관련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족 관계(60.4%), 경제(59.8%) 다음으로 흔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정신질환은 많고 자살은 적은 일본 산재

일본은 한국과 정신질환 관련 산재 신청과 승인 현황이 매우 다르다. 2021년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재 신청은 모두 2346건, 승인은 629건이었다. 이에 비해 자살은 171건 신청되어 79건이 승인되었다. 한국과 자살 신청 및 승인 건수는 비슷하지만, 정신질환 산재 신청과 승인은 한국보다 훨씬 많다. 산재 제도뿐 아니라 정신질환과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승인된 정신질환 사례를 살펴보면, 40대가 32%(200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20~30대 젊은 노동자들도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20~29세가 24%(153건)로 2위, 30대(23%, 145건)가 3위였다. 고용형태는 무기계약직이 83%(521건)로 가장 많았고, 시간제 노동자가 10%(62건), 비정규직이 4%(24건)로 뒤를 이었다. 정신질환은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만연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과로에만 국한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 등 다양한 직장 문제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업종별로는 사회복지업이 23%(142건)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17%, 106건), 도소매(12%, 67건)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에는 승인된 사례의 주요 원인도 밝혀두고 있는데 상사로부터의 신체적, 정신적 괴롭힘을 포함한 괴롭힘은 20%(125건)로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업무량의 변화가 11%(71건), 비극적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경우가 10%(66건) 로 뒤를 이었다.

정신질환, 과로자살의 신청과 승인 모두 낮은 대만

대만의 경우 한국과 일본과는 극적으로 다르다. 아직 대만은 정신질환 혹은 자살 사건의 산재 승인이 매우 낮다. 최초의 자살 산재 승인이 2012년이었고, 아직도 과로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고 신청도 적다.

2021년 대만에서 자살에 대한 산재 신청은 아예 없었다. 2021년 업무 관련 정신질환은 18건의 보상 청구가 접수되었다. 이 중 승인을 받은 건은 10건(55.56%)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일시적 장해 사례였다. 일시적 장해 보상이 11건 신청되었고, 이 중 7건이 승인되어 승인율은 63.64%였다. 영구적 장해 보상은 7건이 신청되었고, 이 중 2건이 승인되었다. 승인율은 28.57%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아시아과로사감시 팀에서 작성하였습니다. 한노보연 월간 일터 10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과로자살, #과로, #동아시아_과로사_감시, #동아시아_과로사_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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