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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바라기하는 길고양이 모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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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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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가족일까. 반려묘와 반려견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함께 한 여섯 개 기업이 "다양한 가족형태를 반영하는 내규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레벨업!'의 결과다. 참여 기업은 노란들판·동구밭·마포의료생협·문학동네·빠띠 등(가나다 순, 익명 참여기업 포함해 6곳)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최근,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레벨업' 캠페인을 마치면서 여기에 참여한 기업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추가로 대안적 내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캠페인 과정에서 이미 대안적 내규를 도입한 사례도 발굴했는데, 해당 기업의 담당자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사례가 더 많이 알려질수록 대안적 내규도 더 많은 기업에 확산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편,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레벨업!' 캠페인은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 기간: 2022.07.11~09.30
- 제안 내용: 내규(취업규칙) 개정 제안에 대한 약속문 회신
① 경조사·돌봄휴가 등의 조항에서 가족 범위에 '노동자가 지정한 1인' 추가
② 모계·부계 구분 등의 성차별적 조항 폐지
(①·② 중 한 가지만 해당해도 참여 가능. 내규의 구체적 내용, 도입 절차·시기 등은 기업별로 자율적으로 추진)


다양한 가족을 회사 내규에? 담당자들의 고민 
 
한국여성민우회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레벨업!’ 캠페인 제안서 표지
 한국여성민우회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레벨업!’ 캠페인 제안서 표지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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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업들은 캠페인 제안을 받기 전부터도 구성원들의 다양한 가족 구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마포의료생협 담당자는 "우리 구성원들도 다양한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이번 제안을 (구성원들과) 공유했을 때 반응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의 담당자는 "이미 다양한 가족형태를 용인하고 있긴 한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직원들도 많다"면서 "이번 기회에 동물도 가족 구성원으로 추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미 대안적 내규를 도입한 기업들은, 과거 다양한 계기로 내규 개정에 나섰다. 이번에 참여한 A기업은 실제로 경조사휴가 확대가 필요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내규를 바꾼 사례이다. 2년 전 반려묘의 죽음을 겪은 직원이 심리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고민하자, 이사회와 논의해 유급휴가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현재 이 기업에서 경조사휴가는,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를 포함해 동거인이나 친근한 사람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우리동생')은 초기 설립 때부터 가족다양성 문제를 고민했지만, 일단 노동부 '표준취업규칙'에 맞춰 취업규칙을 수립했다. 그러다가 사회적기업 컨설팅을 통해 노무사 자문을 받은 뒤 '사실혼 또는 동성' 관계도 가족에 포함하기로 했다. 사회적기업 퍼플레이 역시 표준취업규칙을 적용하려 했으나, 해당 내용이 기업의 지향이나 정서와 영 맞지 않았다. 대표와 인사 담당자가 가족의 범위를 넓힌 내규의 초안을 만들고 전체 구성원과 논의해 내규를 바꿔나갔다.

현실적 고민도 없지 않았다. 한 기업 담당자는 "직원들마다 내규를 다르게 이해하면 안되니까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가족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지 고민이 된다"고 전했다. 지출 확대나 규정 남용 등에 대한 우려도 확인됐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담당자는 "우리는 협동조합이니까 운영비도 조합원인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내규 개정에 따라 추가되는 지출을) 어디까지 예산에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내규를 도입한 기업들도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A기업 담당자는 "법적 가족 형태로 살아가는 직원들도 이런 내규 개정에 공감할지가 걱정됐다"고 말했다.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담당자는 "가족 범위를 친구까지 넓히려고 했는데, 취업규칙 개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노무사 조언을 받아들여서 일단 '동성 혹은 사실혼'까지만 포함했다"고 전했다.

복잡한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할 묘안은 없는 듯했다. 기업들은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길을 택했다. 그래야 내규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빠띠 담당자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전체 구성원이 충분히 공유하고 논의한 시점에서 내규를 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대안적 내규는 조직 전체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었다. A기업 담당자는 "막상 내규를 도입해보니 직원들이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공감하더라. 직원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퍼플레이 담당자 또한 "예전에는 법적 가족이 아픈 상황이 아니면 휴가 사용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회사 내규를 도입한 지금은 자연스럽게 직원들이 각자 자신의 생활과 일의 균형을 맞추면서 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안적 내규를 새 '보편'으로... "혼인·혈연만 가족 인정하는 현행법, 바뀌어야"
 
지난 9월 28일 국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모습.
 지난 9월 28일 국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모습.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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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가족다양성을 인지하고 이를 조직 운영에도 반영하려 애쓰는 '좋은 회사'였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에게도 내규 상 가족 범위의 확대는 도전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현행 법이었다고 한다. 현행 민법 제 779조,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관계만을 가족의 범위로 인정한다. 그리고 각종 법과 제도가 이 조항을 적용해 가족을 정의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이 앞서 현행 협소한 '법적 가족' 규정을 넓히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관련 기사: 혼인·혈연만 가족? 현실과는 다른 이 법, 고칩시다  http://omn.kr/20m32 ).

노동부의 표준취업규칙 역시 바로 이러한 법적 가족을 토대로 경조사휴가, 돌봄휴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부가 제시한 '표준'에서 벗어나 대안적 내규를 고민하기 쉽지 않다. 아예 고민조차 없이 표준취업규칙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다. 그대로 갖다 쓰도록 만든 것이 표준취업규칙이기 때문이다.

조직 운영 이외의 다양한 활동에서도 가족의 범위를 넓히고 싶어하는 기업도 있었는데 이 때도 현행 법이 걸림돌이었다. 마포의료생협 담당자는 "직원과 달리 조합원에 대해서는 법적인 가족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협동조합 관련 법률은 조합의 혜택을 받는 조합원 가족의 범위를 주민등록상 거주를 함께 하는 혈연 및 혼인 가족으로 제한한다. 사실혼 등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혜택을 넓힐 수 없는 것이다.

법 때문에 발생한 차별과 배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이 바뀌어야 한다. 민법 제 779조,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의 삭제가 시급하다. 다양한 가족 범위를 포함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이에 기반해 표준취업규칙은 물론 가족 관련 제도들을 바꿔야 한다. 대안적 취업규칙 모델을 만들고, 대안적 내규를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해 도입하려는 기업을 위해서는 컨설팅도 지원해야 한다.

제도만큼이나 조직문화의 변화도 중요하다. 노동자의 다양한 가족 형태가 가시화되고 해당 사업장이 이를 포괄하려 할 때, 대안적 내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앞서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4~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노동자의 절반 이상(56.3%)은 가족 형태로 인해 내규상 차별을 겪어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마음 편하게 자신의 가족형태를 드러내거나 내규 개정을 요구할 만한 조직이 아직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아무리 좋은 내규가 도입된다고 해도 법적 가족 이외의 형태를 '비정상'이라고 간주하는 분위기라면, 노동자가 내규 상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내규와 함께 인식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담당자는 "새로 들어온 구성원에게는 내규의 취지가 생소할 수 있다. 그래서 성평등·성적다양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서 직원교육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모든 가족은 존중 받아야 한다

법적 가족만 인정하는 기업 내규는, 오직 결혼과 출산만을 정상적 생애주기로 인정한다. 1인가구, 비혼가구, 자녀를 낳지 않는 가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가족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은 혼인·혈연·입양에 국한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꾸리며 살아간다. 최근 1인 가구의 비중은 40.1%로 '4인 가구 이상(19.0%)'의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여성가족부의 '가족다양성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69.7%)가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라면 가족"이라고 동의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들 중에는 내규 개정에 동의하면서도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고 밝힌 기업도 있었고, 캠페인에 참여하면서도 사회적 부담 때문에 익명으로 함께 한 기업도 있었다. 이런 반응은 법적 가족을 넘어서는 대안적 내규 도입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든 돌파하려는 현장의 노력들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더 이상 낡은 가족 규범에 기대 현실의 수많은 가족을 '비정상'의 영역으로 내몰 수는 없다. 가족 범위를 확대하는 대안적 내규가 '힘든 도전'이어서는 안 된다. 일터에서 집에서 병원에서 모든 가족은 존중 받아야 한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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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는 1987년 태어나 세상의 색깔들이 다채롭다는 것,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 사실이 만들어내는 두근두근한 가능성을 안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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