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후 18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가장 많은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팀은 흥국생명 스파이더스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1기 시대(2005~2009년)'에 3회, 이재영(PAOK 테살로니키) 시대(2018-2019 시즌)에 1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자부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프전에서 4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 뒤를 이어 GS칼텍스 KIXX와 IBK기업은행 알토스, 그리고 KGC인삼공사가 나란히 3번씩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4시즌 연속 3위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GS칼텍스나 2010년대 최고의 명문으로 군림한 기업은행에 비해 인삼공사는 강호의 이미지가 약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인삼공사의 마지막 우승은 마델라이네 몬타뇨와 한유미(KBS N 스포츠 해설위원), 김세영 등이 활약했던 2011-2012 시즌이었다. 당시 멤버 중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는 선수는 임명옥 리베로(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세터에서 센터로 변신한 한수지(GS칼텍스) 뿐이다.

지난 시즌에도 인삼공사는 FA 최대어 이소영을 영입했음에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도로공사, GS칼텍스 등 3강에 밀려 '외딴 섬'처럼 4위에 머물렀다. 2017-2018 시즌부터 이어진 5시즌 연속 봄배구 진출 실패.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인삼공사는 두 시즌 반 동안 팀을 이끌었던 이영택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지난 시즌까지 남자부의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지휘했던 고희진 감독 체제에서 6시즌 만에 봄 배구 복귀를 노린다.

여자부 최초 5시즌 연속 봄 배구 실패
 
 2020-2021 시즌 신인왕 출신 이선우는 2년 차 시즌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성인대표팀에도 선발됐다.

2020-2021 시즌 신인왕 출신 이선우는 2년 차 시즌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성인대표팀에도 선발됐다. ⓒ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는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한 번도 봄 배구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부진한 성적에도 외국인 선수에 대한 걱정은 해본 적이 없다. 2016-2017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활약했던 알레나 버그스마에 이어 2019-2020 시즌과 2020-2021 시즌에는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의 202cm '고공폭격기' 발렌티나 디우프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지역에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를 피해 V리그를 노크했던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유럽으로 돌아갔고 이는 디우프도 마찬가지였다. 디우프와 작별한 인삼공사는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96cm의 아포짓 스파이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흥국생명)을 지명했다. 그리고 FA시장에서는 2020-2021 시즌 챔프전 MVP에 빛나는 '소영선배' 이소영을 3년 총액 19억5000만 원에 영입했다.

옐레나는 득점(672점)과 공격성공률(39.44%)에서 5위, 블로킹 부문에서도 8위(세트당 0.58개)를 기록하며 제 역할을 해줬지만 외국인 선수로서의 존재감과 파괴력은 상위권 팀의 외국인 선수에 비해 크게 돋보이지 못했다. GS칼텍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30경기에서 439득점을 기록했던 이소영 역시 인삼공사에서는 32경기에 출전하고도 득점(377점)은 62점, 공격성공률(35.72%)은 5.94%P가 떨어지며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2020-2021 시즌 양효진의 오랜 독주를 깨고 생애 첫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던 베테랑 미들블로커 한송이도 속공 8위(42.11%)와 블로킹 9위(세트당 0.52개)로 2020-2021 시즌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한국의 4강신화에 큰 힘을 보탰던 염혜선 세터는 지난 시즌 손가락 골절과 코뼈 부상을 당하며 시즌 내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GS칼텍스 시절 '쌍소자매(이소영, 강소휘)'에 가려 있던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이 인삼공사로 이적하며 데뷔 후 최고 성적(205득점)을 올린 것이 지난 시즌 인삼공사의 몇 안 되는 호재였다. 2020-2021 시즌 리그 첫 경기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돼 시즌 아웃됐던 정호영도 지난 시즌 코트에 복귀해 속공 4위(46.15%)와 함께 세트당 0.60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미들블로커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 어느 시즌보다 봄 배구 절실한 인삼공사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주장이 된 이소영이 GS칼텍스 시절의 기량을 회복한다면 인삼공사의 봄 배구도 그만큼 가까워진다.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주장이 된 이소영이 GS칼텍스 시절의 기량을 회복한다면 인삼공사의 봄 배구도 그만큼 가까워진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에서는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과 기업은행의 김호철 감독, 흥국생명의 권순찬 감독처럼 남자부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여자부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연고의 남자팀을 지도했던 감독이 사임 후 곧바로 다음 시즌부터 같은 연고를 쓰는 여자팀을 이끄는 된 경우는 인삼공사의 고희진 감독이 역대 최초다. 인삼공사는 고희진 감독과 함께 KBS N 스포츠의 이숙자 해설위원을 코치로 선임했다.

작년 FA시장에서 이소영이라는 최대어를 영입하며 '큰 손'으로 떠올랐던 인삼공사는 올해 FA시장에서 내부 FA 고민지와 총액 5000만 원에 1년 계약을 체결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고민지는 지난 시즌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던 노란이 대표팀에 차출됐다가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이번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리베로로 활약하게 될 확률이 높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은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서 활약했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를 지명했다. 엘리자벳은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598득점을 올리며 1순위 외국인 선수로는 다소 아쉬운 활약에 그쳤다. 하지만 인삼공사에는 이번 시즌부터 주장을 맡게 된 이소영이라는 확실한 '파트너'가 있는 만큼 엘리자벳도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인삼공사는 주전 출전이 확실시되는 '캡틴' 이소영과 리베로 변신이 유력한 고민지 외에도 박혜민, 고의정, 채선아, 이선우 등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 풍부한 구단이다. 기본기와 수비의 안정감을 생각한다면 박혜민이나 채선아를 투입해야 하고 서브와 공격력은 피지컬이 좋은 고의정과 이선우가 우위에 있다. 따라서 각 선수들의 장점과 특징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희진 감독의 '슬기로운 용병술'이 필요하다.

V리그 여자부에서 5시즌 연속으로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인삼공사가 유일하다. 이번 시즌까지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지 못하면 연속 시즌 봄 배구 실패의 불명예 기록이 6시즌으로 늘어난다. V리그 원년 우승팀의 자존심 회복도 중요하고 '명가재건'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인삼공사는 6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 실패라는 암흑기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 반드시 봄 배구 티켓을 따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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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KGC 인삼공사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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