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대위 참여자들은 70년대식 토건 행정에 사로잡혀 있는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를 강하게 성토했다. 그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금호강 개발이 아니라 금호강 복원과 보존운동이 필요하다 했다.
 공대위 참여자들은 70년대식 토건 행정에 사로잡혀 있는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를 강하게 성토했다. 그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금호강 개발이 아니라 금호강 복원과 보존운동이 필요하다 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대구지역 종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가)금호강 르네상스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12일 대구시청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추진하려는 금호강 개발사업 저지에 본격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들은 "지난 9월 14일 발표한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계획에 대한 청사진은 온통 개발계획들로 가득했다"라며 "산업화 시절의 온갖 오물과 폐수들을 몽땅 뒤집어쓰고 완전히 죽었다가 기적적으로 부활한 회생의 강 금호강이 이제 막 소생의 기지개를 펴려는 이 시점에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은 다시 '삽질'을 하겠다고 한다"라고 대구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금호워터폴리스지구의 개발이 준비돼고 있고, 강변에는 이미 파크골프장, 야구장, 축구장 등의 인간 편의시설들이 마구 들어와 있다. 이미 개발은 충분하다.
 금호워터폴리스지구의 개발이 준비돼고 있고, 강변에는 이미 파크골프장, 야구장, 축구장 등의 인간 편의시설들이 마구 들어와 있다. 이미 개발은 충분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저지 행동에 나서는 구체적 이유로 금호강이 이미 너무 많이 개발되었다는 점을 짚었다. "자전거 도로도 대구 구간이 거의 연결되어 있고, 둔치에는 야구장과 축구장, 오토캠핑장, 파크골프장과 같은 각종 체육시설들과 여러 주차장 심지어 물놀이시설까지 들어와 있다"라고 일일이 열거한 공대위는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인간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도 추가적인 개발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은 인간의 탐욕"이라고 성토했다. 

공대위는 이어 "금호강은 야생동식물들의 공간에 더 가깝다. 이 척박한 도심에서 야생동식물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라며 "(대구시의) 이번 금호강 개발계획들에는 이들과의 공존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다.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마저 (인간에게) 내어놓으라고 하고 있는 꼴"이라고 대구시의 생태성 부재를 비판했다.
 
수중보를 건설해 이 일대 물을 가득 채워 수상레저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금호강 르네상스의 핵심 공약이다.
 수중보를 건설해 이 일대 물을 가득 채워 수상레저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금호강 르네상스의 핵심 공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공대위는 대구시가 본 사업은 아직 발표도 하지 않았다며 우려스러운 점을 전했다. 이들은 "본 사업(계획)은 바로 수중보 건설로, 하중도와 그 상류 일대를 수상레저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유람선을 띄우고 모터보트와 제트스키를 타는 뱃놀이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실패한 4대강사업을 답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혈세를 탕진하고 금호강마저 망쳐놓을 제2의 4대강사업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라며 "대구시가 만약 금호강 토건개발사업을 이대로 강행해나간다면 대구지역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승렬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르네상스란 말의 오염에 대해서 성토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승렬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르네상스란 말의 오염에 대해서 성토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대구시에 대한 비판은 이날 준비된 발언자들의 말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현 영남대 영문과 교수인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금호강 르네상스'란 언어의 오염에 대해서 먼저 질타했다.
   
이승렬 의장은 "과거 14세기에서 17세기 초반까지의 서구 문명의, 인간을 중심으로 한 로마 교황청의 부패한 세력들을 몰아내고,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 시민들, 이런 사람들 중심으로 새로운 근대 문명을 만들고자 하는 사회적 운동 문화운동이 르네상스였다"라고 짚었다.

이어 "16세기까지 흐르게 되면 16세기 르네상스 문명의 화려한 꽃 그게 바로 셰익스피어"라면서 "결국 셰익스피어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자기 절제가 있지 않으면 결국 그 문명은 극단에 이르러 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르네상스 문명이라는 게 결국 교황청을 비롯한 여러 권세들에 의해 한동안 단절된 그리스 문명을 되살리자는 이야기"라며 "셰익스피어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자기 절제다. 지금 홍준표 시장이 시도하려는 자연에 대한 거친 '삽질', 그걸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시도하려는 것은 대단한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ㄹ
녹색당 대구시당 황정화 운영위원장은 생태환경 그리고 민주주의 훼손하는 홍준표 시정 규탄한다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녹색당 대구시당 황정화 운영위원장은 생태환경 그리고 민주주의 훼손하는 홍준표 시정 규탄한다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녹색당 대구시당 황정화 운영위원장은 "금호강 르네상스는 간단히 말하면 금호강 수변 개발 사업이다. 금호강 주위를 개발하겠다는 것이고 이것에 가장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토목 건축업자와 부동산 개발자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디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두는 것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고 경쟁력이 되는 이 시대에 아직도 강에다가 삽질하고 콘크리트 붓고 도로 만들고 온갖 소비 시설을 만들어서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그런 구태의연한 발상 너무 실망스럽다"고 대구시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구시 조례에는) 환경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금호강 수변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서 시민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가?"고 홍준표 시정을 강하게 성토했다.

금호강의 추억, 금호강의 오래된 미래

이어 세 번째 발언자로는 금호강 주변에서 나고 자랐다는 '안심마을사람들'의 박호석 대표가 나섰다. 그는 어린 시절 추억을 들려주면서 그런 금호강으로 '진짜 르네상스 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세번째 발언자로 나선 안심마을사람들 박호석 대표는 금호강의 추억, 금호강의 미래란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어린시절 금호강에서 경혐했던 생생한 강 체험을 들려주었다.
 세번째 발언자로 나선 안심마을사람들 박호석 대표는 금호강의 추억, 금호강의 미래란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어린시절 금호강에서 경혐했던 생생한 강 체험을 들려주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는 "어릴 때 금호강에서 멱을 감다가 얕은 곳으로 나와서 쉬면 발밑에서 모래무지나 자라 같은 것들이 꿈틀거려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큰물이 지면 바다 가까이 있는 고기들인 은어, 황어, 심지어 숭어까지도 올라왔다. 지금은 보 때문에 못 올라오지만 내가 어릴 때는 올라왔다. 은어도 잡고 했다"며 당시 풍성했던 생물 다양성에 대해서 들려줬다.

그런데 금호강도 1970년대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70년대 전후로 들어서면서 개발독재가 시작됐다. 강이 변해갔다. 온갖 섬유공장들이 거기에 들어섰고 일부는 폐수 염색물을 그대로 강으로 방류시켰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이 시커멓게 썩었고, 강바닥이 염색됐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강을 질식시키고 있는 데다가, 그나마 상류에서 물이 조금 내려왔는데 그걸 막아버렸다. 그게 바로 영천댐"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그 강이 자구책으로 습지를 만든 거다. 지금 '안심습지'라고 하는데, 그게 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호강 르네상스 우리는 반대한다"
 
멸종위기종들의 외침이다. 금호강 르네상스 나는 반대한다
 멸종위기종들의 외침이다. 금호강 르네상스 나는 반대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발언이 마무리된 뒤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그간 금호강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들 그들의 발언을 담은 사진을 들고 섰다. 조기현 시인의 시 '강물을 흐르게 하라'가 시인의 입으로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들은 소리쳤다. "금호강 르네상스 우리는 반대한다!"

금호강에선 최근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이 목격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금호강 생태조사에서 확인된 것만도 7종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천연기념물 원앙과 역시 쳔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남생이, 그리고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와 고니, 삵, 얼룩새꼬미꾸리까지 목격했다"고 알렸다. 

말하자면 금호강은 이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들의 집인 셈이다. 이들의 존재는 최근의 금호강이 멸종위기종들이 깃들어 살 정도로 획기적으로 회복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금호강에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개발이 아니라, 금호강의 복원과 보존"이란 공대위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지닌다.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이 이들의 바람과 기대처럼 금호강 르네상스를 접어야만 하는 이유인 것이다.

도시에 살고 있는 구성원이 행복해하는 세계적인 도시들은 대부분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그런 곳들이다. 대구시도 시민이 행복해하는 그런 도시로 대구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첫걸음이 금호강의 개발이 아닌 금호강의 복원과 보존 활동에서 시작돼야 한다.

부디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가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본다.
 
금호강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매위 왼쪽부터 멸종위기종 1급 얼룩새코미꾸리.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인 남생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 천연이념물인 원앙. 멸종위기종 2급인 고니. 역시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
 금호강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매위 왼쪽부터 멸종위기종 1급 얼룩새코미꾸리.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인 남생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 천연이념물인 원앙. 멸종위기종 2급인 고니. 역시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우리강 현장을 다니며 우리강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르네상스, #홍준표, #대구시, #멸종위기종, #이승렬 교수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