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비프 해운대 상영 풍경

동네방네비프 해운대 상영 풍경 ⓒ 성하훈

  
 해운대 해변에서 동네방네비프를 즐기는 관객들

해운대 해변에서 동네방네비프를 즐기는 관객들 ⓒ 성하훈

 
구름과 바람과 달과 영화!
 
지난 8일 저녁 부산영화제 동네방네비프 상영이 이뤄지고 있는 해운대 해변의 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스크린 뒤로 파도가 흰 물결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었고, 흐르는 구름이 달빛을 살짝살짝 가리고 지나갔다. 시원한 바람은 조금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나 영화에 빠져들기 좋은 방향제 역할을 했다.
 
스크린에서 상영된 영화는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 레저용 의자가 놓인 좌석은 빼곡했고, 혹시라도 자리가 나면 서서 있던 사람이 빠르게 빈자리를 메웠다. 뒤편 모래밭 진입 계단에 앉아서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300여 명 정도의 관객이 꾸준히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40대 관객 김민권씨는 "해운대에 왔다가 영화 상영을 해서 앉았는데, 운치 있고 바닷가 극장이 분위기랑 너무 잘 맞는다"며 "야외라서 감동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시끄러운 줄 알았으나 막상 자리에 앉으니 소리도 잘 들리고 집중이 됐다"면서 바람도 시원한 데다 스크린이 주변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고 주변 건물들의 조명은 주연의 영화를 빛내주는 조연처럼 보인다"고 극찬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아우른 부산영화제
 
 10일 저녁 부산 범어사에서의 동네방네비프

10일 저녁 부산 범어사에서의 동네방네비프 ⓒ 성하훈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의 중심으로 부상한 동네방네비프가 높은 호응 속에 관객들의 영화제의 범위를 부산 전역으로 넓히는 모습이다. 집 가까이에 스크린을 갖고 찾아온 부산영화제 덕분에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편하게 영화를 즐기는 시간이 마련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처음 시도된 동네방네비프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부산시 17개 시군 전체로 확장됐다. 부산영화제에서 소외되는 관객층을 배려한 것인데, 1년만에 커뮤니티비프의 주력 프로그램으로 부상했다.
 
10일 저녁 부산의 대표 사찰인 범어사에서도 동네방네비프의 상영이 개최됐다. 산 중턱에 자리한 범어사 조계문 앞에 차려진 스크린은 바닷가 스크린의 경치에 못지않게 정감 있었다. 달빛이 비치는 가운데 영화를 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될 정도였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다큐멘터리 <니얼굴>. 양평의 문호리 프리마켓에서 사람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발달장애(다운증후군) 은혜씨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그녀의 일상과 작품활동을 가감 없이 담았다. 
 
50석 정도 자리가 마련됐고 30석 정도가 채워졌는데, 산사에까지 부산영화제가 찾아와 준 것에 대해 스님들을 비롯한 관객들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본 남원중씨는 "작품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면서 "산사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동안거 준비를 위해 잠시 머물고 있다는 한 스님은 "이렇게 산사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좋다"면서 "범어사를 잠시 스쳐가는 입장에서 조심스러우나 산사음악회 등도 열리고 있는데, 이렇게 영화 상영도 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법회에 참여하러 왔다가 영화를 봤다는 초등학교 6학년 김도경 학생과 5학년 김소윤 학생은 "사찰에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 마련돼 좋았고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관객들은 "기온이 많이 떨어져 추운 게 힘들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중간에 일어선 한 관객은 끝까지 보고 싶은데,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못해 부득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산 속에 위치한 환경으로 인해 쌀쌀한 날씨가 장애물이었다.
 
반면 도심 쪽 상영은 시원하게 음료나 음식을 먹으며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친지 등이 단체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관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돗자리와 겨울 옷을 미리 준비해 야외에서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보는 모습이었다.
 
먹고 마시는 데 제한없는 커뮤니티비프
 
 밤새 먹고 마시며 영화는 커뮤니티비프 '취생몽사'

밤새 먹고 마시며 영화는 커뮤니티비프 '취생몽사' ⓒ 부산영화제 제공

 
음식물 제한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동네방네비프가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이다. 간식 준비 등을 통한 관객 배려도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요소다. 9일 심야상영 취생몽사도 커뮤니티비프가 맥주와 음료, 과자 등 먹을거리를 잔뜩 준비한 덕분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영화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동네방네비프 상영작은 주로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국내외 호평을 받은 예술영화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많은 감독과 제작자들을 부산영화제로 부르는 역할을 했으며, 관객 입장에서는 극장에서 일찍 내린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커뮤니티비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동네방네비프 상영작까지 합치면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은 모두 160편 정도"라고 말했다. 상영작 규모가 웬만한 국내 주요 영화제 수준과 비슷하다. 1996년 1회 영화제 개막 당시 젊은이들이 거리에 넘쳐난다며 해외영화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부산영화제가 27회를 맞으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 동네방네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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