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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사기꾼에게도 분노하지만, 사기꾼들의 사기를 방조하다시피 한 검찰의 직무유기에 더욱 분노한다. 피해자와 시민의 입장에서 '검찰의 적폐'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검찰이 그 직무를 다하지 않고, 범죄 피해자를 다시 고통으로 밀어내는 것이 적폐이다." (금융피해자연대, 지난 6일 열린 금융범죄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그 고통에 빠져 있을 피해자 숫자가 실로 엄청나다. 

2008년 터진 키코 사건. 은행이 초고위험 상품을 불공정하게 판매했던 탓에 1000여개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봤다. 피해 규모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도 불렸던 벨류인베스트코리아 사기 사건. 2011년 불법투자업체를 만들어 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들였다. 피해자 규모는 3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시 2011년 발생한 IDS홀딩스 사기 사건, 고율의 환차익을 미끼로 내걸었다. 피해액은 1조원, 피해자는 1만2천명이 넘는다. 그 다음해에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MBI 국제 다단계 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액은 5조원 이상, 피해자는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명백한 민생 범죄들이다. 키코공동대책위, 벨류인베스트코리아피해자연합, IDS홀딩스피해자연합, MBI피해자연합 등으로 구성된 금융피해자연대가 약탈경제반대행동과 함께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시로 발생하는 대형 사기 사건의 배후에는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검찰과 법원이 있다"면서 "검찰은 권력자의 비리를 덮어왔고 자기 식구 감싸기를 하느라고 이러한 민생 범죄에는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로 김영일 검사(수원지검 2차장 직무대리)를 거명했다. "(김 검사는) IDS홀딩스 사건 주범 김성훈을 정보 수집 명목으로 검사실로 불렀고, 검사실에서 김성훈은 외부 공범들과 연락을 취하였다"고도 했다. "검사실이 범행 장소로 이용되는 기가 막힌 현실"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정진모 IDS홀딩스피해자연합 회장 그리고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고문변호사와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화가 나 있었다.

"사기꾼에게 편의 제공하는 건 검사가 아니지"
 
뉴스타파는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35번이나 김영일 검사실에 출정을 나갔고, 또 다른 브로커 죄수 한 모 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 사이 50번이나 출정을 나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재명 저격수로 투입된 그 검사의 위험한 과거' 뉴스타파 보도영상 갈무리
 뉴스타파는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35번이나 김영일 검사실에 출정을 나갔고, 또 다른 브로커 죄수 한 모 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 사이 50번이나 출정을 나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재명 저격수로 투입된 그 검사의 위험한 과거" 뉴스타파 보도영상 갈무리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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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이 다단계 금융조직을 이용하여 상습적으로 약 4년 10개월 동안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차용금 또는 투자금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고... (중략) 이 사건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수가 1만명이 넘고, 피해금액은 1조원이 넘는 등 범행에 따른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 피해자들에게 아직 상환되지 않은 차용금 또는 투자금 원금이 약 7913억원에 이르는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 ○○○, IDS홀딩스 사건 주범 김성훈 판결문 중)

"검사가 사기꾼을 자기 방에 불러 어떻게 외부에 전화하게 합니까. 검사가 피해자를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기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건 검사 아니지. 그러다가 범죄 수익 은닉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검사가 어떻게 대한민국에 있습니까. 대구까지 갔었어요. 플래카드 들고 기자회견 했어요. 제주도에도 가려고 했었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정진모 IDS홀딩스피해자연합 회장) 

역시 김영일 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21년 7월, 김 검사는 대구지검 중요경제조사단 부장검사로 발령이 났다. 같은 달, 정 회장은 대구지검 정문 앞에서 "김영일 검사를 직무에서 배제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주먹을 쥐었다. 그는 "IDS 홀딩스 검찰 수사는 은폐수사·축소수사였다"면서 "하루 빨리 공범들을 구속하고 배후세력을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년 2월부터 대검찰청, 대통령직 인수위 사무실, 용산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앞에서, 그리고 이날 국회 앞에 이르기까지 '김영일'이란 이름을 한결같이 입에 올렸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영전'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김 검사는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으로 발령났고, 지난 9월 23일에는 '원포인트 인사'로 수원지검 2차장검사 직무대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를 지휘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이 그에게 맡겨졌다.  (관련기사 : 추미애 앞에서 윤석열이 극찬했던 그 검사의 '황제 소환' http://omn.kr/20x0x) 

"직무배제는커녕... 기가 막힌 거죠. 그런 검사가 제1야당 대표 수사를 지휘한다는 게 어떻게 이치에 맞습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고문변호사)

그들은 화가 나 있었다. 

사람들이 죽어갔다
 
2021년 7월 대구지검 앞에서 열린 'IDS홀딩스 범죄수익은닉 편의 제공 김영일 검사 규탄 기자회견' 당시 모습.
 2021년 7월 대구지검 앞에서 열린 "IDS홀딩스 범죄수익은닉 편의 제공 김영일 검사 규탄 기자회견" 당시 모습.
ⓒ 금융피해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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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2014년 9월 경 FX마진거래(두 나라의 통화를 동시에 매매하여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외환거래, 기자 주) 사업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홍콩에 IDS FOREX(포렉스) 법인을 설립하였고... (중략) 그러나 IDS FOREX에 소속되어 홍콩 현지에서 법률자문과 자금관리, 금융당국 신고업무 등을 담당했던 ○○○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IDS FOREX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설명한 내용대로의 사업을 수행한 사실이 없고..."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 ○○○, 위 판결문 중)

정 회장도 갔던 곳이었다. 1960년생으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그 때, 보험회사와 주고받은 한 통의 전화가 화근이 됐다. 그로 인해 IDS 홀딩스를 알게 됐고 "처음에 1천만원을 넣었더니 한 달에 20만원을 주더라"고 했다. "회사를 통해 대출을 받아 그 다음에는 3천만원, 또 그 다음에는 1억원을 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가보게 된 홍콩 회사. 그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것이 그 때였다고 한다. 

"뭔가 이상한 거예요. 사무실이 빈털터리야, 빈털터리. 일반적인 일터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남자 직원 셋이 앉아서 농담 같은 거나 주고받고 있고... 일하는 직원 같지가 않았단 말이지. 아... 이거 가짜구나."(정진모 IDS홀딩스피해자연합 회장)

귀국하고 정 회장은 자신의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사건 주범 구속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된 경찰서,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 하나 있다. 

"피해자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글쎄, 책상 위에 그렇게 서류가 많이 쌓여 있더라고요. 다 조서야, 조서. 피해자가 나말고도 엄청나게 많았던 거지. 그래서 '이거 나 혼자 하면 안 되겠다, 다른 피해자들과 같이 해야겠다'. 인터넷으로 사람 모으고 그렇게 시작한 거죠."(정진모 IDS홀딩스피해자연합 회장)

그런데, 사람들이 죽어갔다. 피해자중 누군가는 울화병이 생겼고, 누군가는 지병이 악화됐으며, 또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민석 변호사는 "2017년 12월까지 서른 일곱 분이 돌아가셨고,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걸로는 이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가 50명이 넘는다는 것"이라면서 "피해자 규모가 워낙 커서, 우리도 간간이 전해 듣고 있는 상황이라 실제로는 더 많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주범의 이상한 변명
 
키코공동대책위, 벨류인베스트코리아피해자연합, IDS홀딩스피해자연합, MBI피해자연합 등으로 구성된 금융피해자연대가 약탈경제반대행동과 함께 6일 국회 앞에서 금융범죄 진상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키코공동대책위, 벨류인베스트코리아피해자연합, IDS홀딩스피해자연합, MBI피해자연합 등으로 구성된 금융피해자연대가 약탈경제반대행동과 함께 6일 국회 앞에서 금융범죄 진상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융피해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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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에게도 그래서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2018년 7월 한 장례식장,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 앞에서 세상에 남은 피해자들은 "주범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분노했다고 한다. 

세상에 남은 가족들에게도 역시 "범죄 피해자를 고통으로 밀어내는 상황"이 유산처럼 남는다. 화병으로 숨진 어느 아버지, 이를 대리하는 두 딸의 재판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정 회장은 "함께 재판에 간다"면서 "(부모 문제가) 자식들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서"라고 했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범죄 수익 환수가 개인의 몫으로 돌아오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정 회장이 'IDS홀딩스피해자연합 회장'이란 낯선 일을 공식적으로 맡은 것이 2018년 12월이다. 어느덧 네 번째 겨울이 다가온다. 그에게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거냐'고 물었다. 앞서 홍콩에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던 그는 IDS 홀딩스 측에 입금한 1억 4천만원 중 1억원 가량을 이미 오래 전 회수한 상태이기도 했다. 

"계속해야죠. 공범들 다 구속되고 은닉 자금 다 찾을 때까지. 배후세력들 다 잡아넣을 때까지. 내 돈 못 찾아도 상관없습니다. 주범은 검찰이에요. 썩은 검찰들 다 때려잡는 게 소원입니다."(정진모 IDS홀딩스피해자연합 회장)

정 회장이 자신의 '소원'을 말하던 비슷한 시각,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의 바람을 밝히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정치 탄압 수사에 검사들을 동원하느라 민생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한 장관은 "검수완박을 해놨기 때문에 민생 수사를 직접 하기 어려워졌다"면서 "마약 수사 같은 거 못 하게 해놓지 않았냐, 민생 수사 정말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이 입만 열면 서민, 서민, 그러시는데요. IDS 홀딩스 사건이 어떤 사건입니까. 주위에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1조원이란 피해 규모가 가능하겠어요. IDS 창립 기념식에 축하 메시지 보냈던 정치인들, 저희는 다 배후세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어요. 서민을 걱정한다? 정말 그렇다면, 당연히, 부실 수사했던 검사를 강하게 처벌 해야죠. 그런데 자기 식구라고 감싸고만 있지 않습니까. 모순이죠."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고문변호사)

끝으로, 이 변호사는 사건 주범 김성훈이 한 말이라며 판결문을 건넸다.

"특히 피고인은 검찰조사에서 차용금 및 투자금이 입금된 계좌에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지속적으로 출금된 수 백 억원의 현금에 관하여는 별도로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 이와 같이 현금의 사용처가 관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사용처를 밝힐 수 없는 돈도 있는 법입니다'라고 답변하는 등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을 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 ○○○, 위 판결문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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