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길을 걷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카페. 이제 카페를 드나드는 건 많은 시민들의 일상이 됐다. 1년간 사용되는 일회용컵의 양은 얼마나 될까? 식품접객업에서만 84억 개다(2018년 기준). 엄청난 양이다. 쏟아지는 일회용컵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나 기업에서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할인 혜택을 주며 텀블러 사용을 권장한다. 시민들은 환경을 위해 또는 할인 혜택을 받고자 애써 텀블러를 들고 카페로 향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을 무산시키는 것이 있으니, 이는 바로 키오스크(무인단말기)다.
 
텀블러를 들고가도 키오스크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 텀블러를 들고가도 키오스크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텀블러를 들고가도 키오스크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텀블러 선택, 할인이 안 되는 키오스크가 정말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유명 브랜드에 텀블러 할인을 크게 써놓고도 선택이 안되는 점이 가장 답답했던 것 같아요." - '우리동네 키오스크 내가 바꾼다' 캠페인에 참여한 김OO씨

텀블러 사용 포기하게 만드는 키오스크

텀블러를 들고 매장에 방문한 시민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다가 텀블러를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없어 당황하게 된다. 누군가는 애써 가져온 텀블러를 사용하지 못해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는다.

매장 곳곳에 키오스크가 들어섰지만, 키오스크에서 텀블러 주문이 가능한 곳은 매우 드물다. 녹색연합은 7월 7일부터 8월 1일까지 26일 동안 전국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내 키오스크 시스템을 시민과 함께 조사했다. 시민 53명이 참여해 총 76개 브랜드, 374개 매장의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가능 여부 및 할인 가능 여부, 매장 내 텀블러 할인 정보 제공 여부를 조사했다. 결과는 어떨까?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불가(왼쪽),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가능(오른쪽)
▲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불가(왼쪽),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가능(오른쪽)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불가(왼쪽),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가능(오른쪽)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키오스크 내 텀블러 주문 10%만 사용 가능

조사 결과,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이 가능한 브랜드는 76개 중 7곳(9.2%), 매장은 374곳 중 36곳(9.6%)으로, 매장을 방문한 시민 열에 아홉은 텀블러를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회용품 줄이기에 앞장서겠다던 브랜드들은 조금 다를까? 일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해 환경부와 자발적협약을 맺은 19개 브랜드(아래 협약 브랜드)의 경우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중 키오스크를 도입한 곳은 16곳이며 키오스크 내 텀블러 주문이 가능한 곳은 3곳(18.7%)밖에 되지 않는다. 협약을 맺지 않은 브랜드나 협약을 맺은 브랜드나 80%가 넘는 브랜드에서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이 불가능했다.
 
자발적협약 브랜드 19곳의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여부 현황
▲ 자발적협약 브랜드 19곳의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여부 현황 자발적협약 브랜드 19곳의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여부 현황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협약 브랜드들은 협약 이행사항으로 음료 판매액의 약 10%를 텀블러 사용시 할인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다. 텀블러 사용량을 확대하고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시민조사에서 협약 브랜드를 조사한 경우는 187곳이었다. 그러나 이중 텀블러 할인 정보를 제공하는 매장은 31곳(16.6%)뿐이었다. 텀블러 할인을 제공하겠다며 협약을 맺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텀블러 사용시 할인 혜택이 있는지 모르는 시민들은 키오스크에서 텀블러 선택항목이 없는 것을 당연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할인 안내 정보가 없어도 텀블러를 가져오는 시민도 있지만, 이 또한 키오스크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키오스크 시스템은 개선하지 않은 채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기업
▲ 키오스크 시스템은 개선하지 않은 채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기업 키오스크 시스템은 개선하지 않은 채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기업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조사에 참여한 시민들 대부분이 생각보다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이 가능한 매장이 적어 당황하고 놀랐다. 시민 조사자 이OO씨는 "10곳이 넘는 키오스크 매장을 조사했는데, 단 한 곳도 텀블러 선택 항목이 없었서 조사를 잘못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키오스크에 텀블러 선택 항목이 있는 것만으로도 고객이 재방문 시 키오스크에서 텀블러를 사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OO씨는 텀블러 할인을 진행하고 있는 매장 내 키오스크에서 텀블러 주문이 되지 않아, 점원에게 가 음료를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했는데 거절을 당한 상황을 겪었다. 심OO씨는 텀블러를 사용하기 위해 사정을 해야 하는 경험을 알렸다. 그러면서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며 매장 직원들의 교육도 함께 이뤄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키오스크 시스템 개선에 응답없는 기업들

19개의 협약 브랜드들은 정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원하는 것일까? 녹색연합은 협약을 맺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쓰레기 저감 대책과 텀블러 사용 확대 방안, 키오스크 시스템 개선 등에 관한 질의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10곳은 응답하지 않았다. 응답한 9곳 중 2곳은 키오스크 시스템을 개선한 상태였다. 7곳 중 한 곳은 키오스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는 했으나 결국 개선하지 못했고 나머지 6곳은 재질 개선 및 재활용 등의 계획과 키오스크 시스템을 향후에 개발할 예정이라는 등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만 했다.

키오스크 비율이 54%에 달하는 빽다방의 경우, 전체 매장의 절반에서 텀블러 주문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롯데리아는 키오스크 설치 비율이 약 90%에 이른다. 거의 모든 매장에서 텀블러를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기업들은 ESG경영을 논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음료를 주문하는 통로인 키오스크는 개선하지 않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이미 일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키오스크&개인텀블러 사용인식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에서 텀블러 선택이 가능하면, 텀블러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91.6%에 달했다. 소비자는 키오스크 시스템 개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기업은 묵묵부답인 현실이다.
 
[표] 키오스크&개인텀블러 사용인식조사, 녹색연합(2022.05)
▲ [표] 키오스크&개인텀블러 사용인식조사, 녹색연합(2022.05) [표] 키오스크&개인텀블러 사용인식조사, 녹색연합(2022.05)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기업이 바뀌면 세상도 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키오스크 주문변경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 '우리동네 키오스크 내가 바꾼다' 캠페인에 참여한 이OO씨

키오스크 시스템 개선 이외에, 텀블러 사용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5월에 실시한 녹색연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텀블러 사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할인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5.8%였으며, 할인 혜택이 강화된다면 텀블러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97.2%였다.
 
[표] 키오스크&개인텀블러 사용인식조사, 녹색연합(2022.05)
▲ [표] 키오스크&개인텀블러 사용인식조사, 녹색연합(2022.05) [표] 키오스크&개인텀블러 사용인식조사, 녹색연합(2022.05)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20년 6월 국민권익위 설문조사 결과, 텀블러 사용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응답자의 42.7%가 가격 할인 혜택 확대를, 28.3%가 에코포인트 등 인센티브 혜택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시민들은 더 높은 할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텀블러 사용시 할인 혜택으로 1,000원을 제공하는 매장도 있다.
▲ 텀블러 사용시 할인 혜택으로 1,000원을 제공하는 매장도 있다. 텀블러 사용시 할인 혜택으로 1,000원을 제공하는 매장도 있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정부와 기업이 두 발 벗고 나서길!

정부와 기업은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수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은 형편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기업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기업은 플라스틱 빨대나 스푼 등을 종이나 생분해 재질로 바꾸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회용품 사용의 저감이다.

또한 이를 실시할 수 있게끔 하는 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일상과 밀접한 카페에서부터 소비자가 텀블러를 쉽고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제도가 마련될 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사회 기반과 문화가 곳곳으로 퍼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제품을 소비하고 싶어도, 일회용품을 사용해 쓰레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망설일 때가 많습니다. 제품을 소비하고 싶은 것이지 쓰레기를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요구를 귀기울여 들었으면 합니다." - '우리동네 키오스크 내가 바꾼다' 캠페인에 참여한 OOO씨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항목 도입을 요구하는 시민들
▲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항목 도입을 요구하는 시민들 키오스크 내 텀블러 선택 항목 도입을 요구하는 시민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관련 콘텐츠]
텀블러 들고 갔는데...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http://omn.kr/1zmoi
카드뉴스 <텀블러 쓰라더니 왜 못써?>
영상 <OOOO에선 왜 텀블러를 사용할 수 없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활동가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