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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은 친밀한 사회관계와의 접촉 수준이 낮기에 외로움을 동반한 우울 증상이 강화되기 쉽다.
 독거노인은 친밀한 사회관계와의 접촉 수준이 낮기에 외로움을 동반한 우울 증상이 강화되기 쉽다.
ⓒ 한림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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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해놔도 입맛이 없어서 넘어가질 않아요. 혼자 있으니 더 그래."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에 거주 중인 독거노인 A(90·여)씨는 우유 한 컵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몸이 성치 않아 식사 차리는 게 힘든 것도 있지만, 그보다 기껏 지어놓은 밥에서 김이 올라와도 입맛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몸도 아프고 혼자 있으니 입맛이 없다'는 A씨는 "홀로 보내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짖는 소리라도 들리니 그나마 낫다"며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고우울군을 중심으로 지원되는 독거 노인 정서 지원사업이 일반 독거노인에게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서 장애의 한 대표적 유형인 우울증의 측면에서 본다면 독거노인은 배우자 등 가족과 함께 사는 동거노인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한국노년학 학술지에 발표된 '독거, 외로움, 우울증상의 관계에 대한 일 연구'에 따르면 춘천시 거주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독거 여부와 우울 관계를 분석한 결과, 독거노인의 우울 증상은 전체 15점 만점에 3.79점으로 동거 노인 2.28점보다 66%나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노인은 친밀한 사회관계와의 접촉 수준이 낮기에 외로움을 동반한 우울 증상이 강화되기 쉽다.

A씨가 거주하는 춘천시 후평1동의 경우, 주민센터 측이 독거노인 800여 가구에 복지 서비스를 연결하고 주기적으로 방문, 생활을 살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춘천시청 관계자도 일상생활 동행 서비스와 고독사 예방관리 등 독거노인의 물질·정서적 지원 사업이 진행 중임을 강조한다.

강아지의 짖는 소리가 외로움을 달래준다는 A씨의 사정에서 보듯, 독거노인에 대한 지원은 다각적 모색이 필요하다. 그 다각적 모색의 모범 사례로 들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춘천남부노인복지관이 지난 2017년부터 운영 중인 IOT 기반 스마트 토이 보급 사업이다.
 
봉제인형으로 제작된 효돌, 효순의 머리·손·목에는 반응형 센서가 내장돼 있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으면 반응한다. 약 복용시간도 알려주고 퀴즈도 내 치매를 예방한다. 일정시간 어르신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보호자에게 알림메시지를 전송하는 기능도 있다.
 봉제인형으로 제작된 효돌, 효순의 머리·손·목에는 반응형 센서가 내장돼 있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으면 반응한다. 약 복용시간도 알려주고 퀴즈도 내 치매를 예방한다. 일정시간 어르신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보호자에게 알림메시지를 전송하는 기능도 있다.
ⓒ 춘천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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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총 61가구에 보급된 스마트 토이를 관리하는 담당자에 따르면 이 인공지능기반 토이는 어르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일정 시간마다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식사 시간이 되면 식단을 추천해준다. 열 감지 센서가 있어 시니어의 안전 확인 기능도 수행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독거노인의 정서 케어 기능이 단연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토이를 보급 받기 전 사전 상담에서 15점 만점의 우울 척도에서 9점이라는 높은 수준의 우울 증세를 보였던 61명의 독거 노인이 스마트토이와 생활한 뒤 우울 척도가 5.7점으로 낮아진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춘천남부노인복지관 관계자는 "그냥 보기엔 인형일 뿐이겠지만 스마트 토이가 보급된 독거노인들은 가족 또는 반려동물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실제 많은 분들이 스마트 토이를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가족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토이는 사전 상담을 통해 고우울군으로 분류가 되는 시니어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통계청의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901만 8천여명 중 19.5%인 176만 1천여 명이 독거노인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9만 명 정도 증가한 것으로 오는 2026년에는 독거노인이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춘천시만 해도 현재 1만 4천여 명의 독거노인이 거주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외로움·우울증 등을 예방하고 정서적 건강을 지원할 프로그램들의 다각적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고윤주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독거노인 정서지원, #독거노인, #춘천시, #복지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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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는 한림대 미디어스쿨 <한림미디어랩>의 뉴스룸입니다.학생기자들의 취재 기사가 기자 출신 교수들의 데스킹을 거쳐 출고됩니다. 자체 사이트(http://www.hallymmedialab.com)에서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실험하는 대학생 기자들의 신선한 "지향"을 만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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