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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유행 감소세가 확연히 완화하면서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시설, 장애인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접촉 면회를 허용한 4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가은병원에서 한 입소자 가족이 3년만에 대면 면회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 감소세가 확연히 완화하면서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시설, 장애인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접촉 면회를 허용한 4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가은병원에서 한 입소자 가족이 3년만에 대면 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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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되는 분위기에서 찾아온 경기침체의 암울한 전망은 우리들의 마음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도생이 아닌 서로 연결된 하나의 운명공동체로서 같이 살 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우리는 그런 국민, 그런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재에서는 우리 사회의 낯선 타인들을 돕기 위한 방법들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각각의 방법은 이미 다 아시는 것이겠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 연재의 제목을 기독교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붙인 것은 그 비유의 의미심장함 때문입니다. 예수는 자신을 둘러싼 청중에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명령하였는데, 그때 한 사람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묻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예수가 던진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그 내용은 잘 모르실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관심이 생기면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요지는 '곤경에 처한 모든 사람이 네 이웃이다. 네가 가진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그 이웃을 도와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종교들에서도 비슷한 지침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이웃을 돕는 방법들 

이 기사에서 다룰 첫 번째 방법은 '기부'입니다. 사회복지의 기원은 '상부상조 전통'에서 찾을 수 있으며, 서로 나누는 원리는 '십시일반'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의 현대화된 표현이 기부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분야 대표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20년 총 모금액은 8461억원이었습니다. 2019년의 6540억원에 비하면 대폭 증가한 것인데, 아마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리 국민의 공동대응 노력이 돋보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8천억원이라는 규모가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만 이 정도 규모이고, 모든 사회복지법인과 사회복지시설들이 개별적으로 모금하는 금액을 모두 합하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2021년) 자료에서 기부 경험을 가진 국민의 비율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현금기부를 한 사람들의 평균 모금액이 60만원 정도였으니 국민 전체 기부금 총액은 5조가 좀 넘는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종교단체 기부금도 있고, 정치후원금 등 다른 목적의 기부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사회복지분야의 모금액은 3조원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회복지법인 중 하나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2021년 현금모금액이 1700억원이었으니까 대략 비슷할 듯합니다.

그리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22년 보고서를 보니 10년 전과 비교하면 기부자의 비율이 15%p나 낮아졌습니다. 그 사이에 세상이 각박해진 탓일까요? 그러나 1인당 평균 기부금은 3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를 보면 앞으로 기부의사가 있다고 답한 국민이 45% 정도였고, 유산을 기부하겠다는 분도 35%나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잠재적인 기부금액은 상당히 큰 편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13세 이상 인구의 1인당 평균 기부금은 12만4000원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에 1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다시 언급하자면, 현금으로 기부하는 분들의 1인당 평균 현금기부 금액은 60만 3000원이었습니다. 일단 기부를 하는 분들은 한 달에 5만원 정도 한다는 뜻이겠죠? 우리나라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80만원 정도 되니까 소득의 1% 정도를 기부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맞벌이 부부가 포함된 4인 가구가 월 600만원을 벌고, 그 중에서 400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나면 200만원 정도가 남을 텐데, 그 중에서 1-5만원을 기부하는 것은 그리 큰 부담은 아닐 듯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의 다수는 평균소득보다 적은 돈으로 생활하고 계시지만 매월 1만원 정도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금액의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만, 기부에 참여하는 국민의 비율을 높여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잠깐. 저는 개인적으로 기부를 활성화하는 것보다 같은 금액이라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가치와 이념에 따라 논쟁거리가 될 수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사교육비, 사적 이전소득, 사보험 등에 지출하는 막대한 비용을 공공 서비스와 공적 이전소득으로 전환하면 훨씬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여기에 살짝 묻어두고자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은 이 지점에서 '나는 기부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이 질문의 숨은 맥락에는 '후원금을 내 달라고 요청하는 기관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감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12.2%의 응답자가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불신의 기원과 배경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이제 그런 불신감은 접어두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사회복지 분야에 기부하고 싶은데 어디에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으신다면, 일단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안심하고 기부하셔도 된다고 답하겠습니다. 안심해도 되는 이유는 모든 사회복지법인이 정기적으로 재정 감사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사회복지법인은 매우 투명하게 재정자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종종 언론에 사회복지 법인이나 시설의 비리 사건이 터질 때가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또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과 시설이라면 어디든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사실상 절대적으로 넉넉한 곳은 없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는 판사들이 우수시설로 평가받고 있는 청소년복지시설에 방문했다가 재정 비리 의혹을 발견하고 조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조사 결과 돈을 전용해서 잘못 쓴 것은 맞지만, 시설장의 비위는 아닌 것으로 밝혀집니다. 지금도 극소수의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실제로 비리가 벌어지는 곳들도 있지만, 그 꼬리가 그렇게 길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선순위에 따라 가장 돈이 부족하고, 긴급하게 필요한 곳에 내 돈이 쓰이길 바란다'고 생각하신다면,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중앙 또는 지회에 기부하시면 됩니다. 이 기관은 모금된 돈을 엄밀한 절차를 거쳐 사회복지기관과 시설에 배분하고 감독하고 있는데, 그 규정과 절차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합니다. 그럼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각종 방송 프로그램이나 공익광고에 등장하는 대규모 사회복지법인 또는 재단의 웹사이트를 찾아가셔도 됩니다. 또는 집이나 직장 근처의 사회복지기관을 검색해 보셔도 될 것입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요? 한 달에 1만원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다가 부담이 된다면 바로 중단할 수 있습니다. 요즘 사회복지기관들은 후원을 중단하는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세전 또는 세후 소득의 1%, 그리고 조금씩 그 비율을 올려 주시면 됩니다.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1대 1로 직접 대상을 정해서 기부하는 결연 후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대규모 사회복지법인들은 다양한 기부 경로를 개발해 왔습니다. 참고로 위에 나열한 대규모 사회복지법인들은 매년 1천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금해서 국내외 사회복지사업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만큼 2중, 3중의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어디든 믿을 수 있으며, 그중 하나만 선택해도 쉽게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13월의 월급'이라고 부르는 연말정산 환급금 중 일부를 기부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지 못한 회사 보너스를 낯선 이웃과 나누는 기쁨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복권기금 중 상당 부분이 사회복지 민간재정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아실 텐데요. 복권에 당첨된 느낌을 주는 수입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너무 오래 생각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눈길이 가고 마음에 들어오고 손길이 닿는 곳에 연락하시면 됩니다.

태그:#은밀한 맥락을 찾아서, #기부, #선한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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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상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구하는 질적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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