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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기재부가 주최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관련 토론회에 참석을 했다. 기재부 주장의 핵심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삭감해서, 3조6000억 원을 대학교육재정에 투입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이 내용은 여당에 의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으로, 지난 9월 2일 이태규 의원 외 13명의 의원 명의로 입법 발의되었다. 
  
토론 중에 나는 '왜 동생 돈을 빼앗아서 형한테 주겠다는 거냐? 대학 예산이 필요하면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관계자들이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게는 '동생이 서울에 가서 돈을 좀 벌면, 시골에서 부모님 모시고 고생하시는 형님 도와줄 수도 있는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들렸다.

얼마 전에는 대교협과 전문대교협 총장들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지방교육재정이 넘쳐나서 낭비가 심하다는 취지의 기획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 지금이야말로 '기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국세 교육세 3.6조를 삭감하여 , 고등교육특별회계로 이전하겠다는 기재부의 주장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국세 교육세 3.6조를 삭감하여 , 고등교육특별회계로 이전하겠다는 기재부의 주장
ⓒ 이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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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유초중등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들은 욕심 많고, 인정도 없는 심술궂은 동생이 되었다. 과연 정말 그런지 기재부의 논리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첫 번째 주장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유초중등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 감소 현상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다. 대학생 수도 줄고, 노동인구도 줄고, 군사병력의 수도 줄고 있다. 

노동력이 줄어들면 공장 자동화 등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설비 투자 예산을 증가시킨다. 군인 수가 줄면 무기 고도화에 예산을 투입해 전력을 확보한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금이야말로, 교육환경을 OECD 수준으로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0명, 중학교 26.1명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OECD 평균보다 높다. 선진국의 평균도 안 되는 교육환경은 외면하고, 학생 수 감소하니 교육 예산을 줄이겠다는 주장은, 인구가 감소하는 지자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결과 발표 (교육부2022.9.15보도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결과 발표 (교육부2022.9.15보도자료)
ⓒ 이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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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선, 출생율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 복지 예산이다. 두 자녀 사교육비로 월 70만 원이 들어가는 교육환경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있을 수 없다.

550만 전국의 학생들의 점심 한 끼 1년 예산이 6조5000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 새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온종일학교나, 저녁돌봄, 방과후학교 예산, 유보통합 사업에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적어도 의무, 무상 교육단계에서 학부모들의 부담을 제로화하지 않으면, 출생율이나 OECD교육환경 구축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교육시설환경도 여전히 열악하다. 여전히 비가 새는 학교가 있고, 화변기 화장실도, 노후한 냉난방시설도 있다. 아직도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고 있는 현실을 두고 교육선진국을 얘기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현재 시도교육청에 20조에 가까운 예산을 비축해 놓고 있고, 과잉투자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많은 예산이 있는데, 국가는 빚을 내야 하는 형편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잘못하여 일시적으로 교부금이 증가한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교직원 인건비가 부족해서 은행 빚을 내서 봉급을 줬다. 유초중등 예산이 내국세의 20.79%로 연동되어 있기때문에 경기에 따라서 재정규모가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수가 많을 때는 일정 부분을 기금화해서 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합리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 당연한 것이다.

당연히 고등교육재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OECD 교육지표 중 GDP대비 공교육비 중 정부재원은 3.8%로 OECD 평균보다 낮았고, 민간재원은 1.3%로 OECD 평균보다 높았다. 이는 학부모의 민간 부담이 높다는 의미다. 

학교는 갑작스럽게 설비투자가 가능한 공장이 아니다. 예산의 80% 이상이 인건비와 시설운영비 등에 투자되는 전형적인 사람중심의  교육예산이다. 교육의 본래 기능상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필요한 교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래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원 수를 늘려서 선진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교원 확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필요한 예산에 대해서는 기재부와 교육부가 철저하게 통제를 하고 있다. 최근 3000여 명의 교원을 줄이겠다는 발표 이후 각 교육청에서는 기간제교사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교육의 질 하락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학급당 학생 수나 교원 수 같은 중요한 지점에는 돈을 쓸 수 없게 해놓고 예산이 많다고 주장하는 건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영역에 투자는 막아 놓고, 전반적 국가 예산의 세수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부 예산이 불용되었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교육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다. 

당연히 고등교육재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일정한 투자 없이 방치하다가 이제서야 일시적으로 늘어난 유초중등예산을 가져가겠다는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의 기재부와 교육부의 논리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겠다는 의도다. 은근히 가족갈등(유초중등과 대학)을 부추기고 있는 기재부의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

교육감들은 4년마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 급식예산, 돌봄 등 국민기초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의 입장에서 유초중등 예산을 삭감되는 현실을 좌시할 수 없다. 적어도 의무교육 단계에서 학부모의 주머니에 손을 벌리지 않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와중에 교육부는 '말리는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기재부 출신의 차관보와 교육부 해체론자 장관이 내정되었으니, 경제 효율성이라는 시장논리로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교육복지 예산을 대대적으로 칼질할 자세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식들 공부시키는 데 헌신하셨던 우리네 부모님들의 정성으로 세계 10위권의 나라가 되었다. 디지털혁명과 에듀케어의 시대를 열어서, 다시 100년을 열어가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일부 경제관료들의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100년지대계인 우리 교육을 선진국 상위수준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위기에 처해 있다. 

태그:#지방교육재정교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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