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식에서 김동연 조직위원장, 공로상을 수상한 고 이성규 감독 가족, 정상진 집행위원장과 나란히 선 진모영 부집행위원장

지난 22일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식에서 김동연 조직위원장, 공로상을 수상한 고 이성규 감독 가족, 정상진 집행위원장과 나란히 선 진모영 부집행위원장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인터뷰 중반 이후 "집행부 전체가 아닌 부집행위원장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는 거침없는 답변에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DMZ 영화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진 집행위원장의 목소리엔 꽤나 힘이 들어가 있었다(관련기사 : "다큐 제작, 지원금 체제에 묶어둬선 곤란하다").

실제 왜 'DMZ'냐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현 지역이 지닌 뚜렷한 한계, 향후 DMZ 영화제가 나아갈 방향까지 짚어봤다.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다큐의 저변 확대는 DMZ 영화제의 지상과제 중 하나일 터다. 진 부집행위원장도 거기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에 부응해 DMZ 영화제가 맞이해야 할 변화의 지점들도 확실해 보였다. 적어도 진 부집행위원장의 비전이 실행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계속 질문을 해나가야 한다"는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다음은 진모영 부집행위원장과의 인터뷰 2부 전문이다.

- 영화제의 또다른 숙제가 있다면.
"우리 영화제가 14회를 거치면서 쌓아온 프로그램적 능력은 사실 90% 이상 올라오고 안정됐다고 본다. 대신 이 영화제가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살 수 있느냐가 엄청난 숙제라고 본다. 우리 영화제가 그 점에 있어서 취약하다. 국내 국제영화제 중에 지역 이름이 안 붙은 영화제는 우리가 유일할 거다. 지역이란 이름이 하나씩 붙은 게 굉장히 브랜드가 되기도 하고 지역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와도 결부된다."

- 처음 만들때 DMZ란 개념은 확장성이었을텐데.
"영화제 처음 만들었을 때 히스토리는 자연다큐멘터리 그룹이 만들었다. DMZ를 경계와 군사로서 보지 않고 마지막 남은 천혜의 자연으로 봤다. 확장이 되고 시가 붙으면서 상징을 붙인거다. 영화제는 와글와글해야 한다. 한국의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그룹은 여성이고 또 젊다. 그러려면 바둑판이나 모판처럼 모집단이 존재해야 한다. 우리 영화제를 애호하는 지역 여성 그룹이 폭넓고 두텁게 형성되지 않는다면 영화제 객석을 어떻게 채우겠나."

국제영화제의, 다큐 전문 영화제의 고민 
 
 DMZ 영화제 4기 아시아청년다큐멘터리공동제작 공개발표회 현장.

DMZ 영화제 4기 아시아청년다큐멘터리공동제작 공개발표회 현장.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국제영화제별로 시대별 고민은 닮아 있는 거 같다.  
"너의 시민은 누구냐라는 질문을 하는 거다. 말 하나 하나가 조심스럽지만, 백석이라는 장소가 전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빌딩 숲 안에서 영화제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 필름은 있는데 페스티벌이 없는 거다. 영화제의 여러 가지 기능들이 있지만 도시에 영향을 주고 도시를 변화시키는 미션이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한다면 서울이 더 좋지. 다만 조건들을 가진 경기도에서 한다면 가장 잘 구현할 공간이 어디일지를 늘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 전주나 부천 같은 경우도 지역성을 잘 살렸다.
"우리 영화제가 처음에 파주로 갔다가 파주가 여건이 안 되니까 고양으로 온거다. 이유는 단순하다. 미안하지만, DMZ영화제를 고양에서 한다고 하면 페스티벌로서의 매력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저는 그래서 수원 화성을 생각한다. 리뉴얼하는 방식의 하나로서 말이다."

- 영화제 구조 특성상 장기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이런 이야기는 여러 논의들이 필요하다. 심지어는 집행위원장에 따라서도 많이 바뀔 수 있다. 총회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하고 다큐와 관객들이 잘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거잖나. 물론 다른 지역으로 가기 싶지 않다. 대신 지역의 매력을 품어야 한다. 수원이 그런 면에서 좋은 장소다. 저는 영화제가 오래 남길 원하고 저변 확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복안을 못내놓고 의미로서만 밀어붙이는 건 나쁘다고 생각한다."

- 굉장히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영화제의 공식적 의견은 아닌 거니까. 계속 생각해 볼만 한 문제다. 고양을 버리자는 측면이 아니고 어렵게 경기도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의 문제로 보면 좋겠다. 가장 좋은 환경을 관객들에게 돌려줄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DMZ 영화제의 장기계획에 관하여 
 
 사진가 김흥구가 작업한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가 김흥구가 작업한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포스터.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당연직 조직위원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 임기가 이제 시작이다. 본인이 영화광을 자처하고 있다. 
"(조직위와 별개로) 영화제를 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시기의 문제다. 왜 9월 말인지. EIDF가 우리 바로 앞이다. 다큐멘터리는 절대적인 양이 적으니 영화제에 쪼개서 가게 된다. 제천부터 시작해서 EIDF, 여성영화제, DMZ 영화제, 부산 영화제로 가을을 타고 쭉 한 번 간다. 근데 거기에 우리 인더스트리 피칭을 하는데 2주 전에 EIDF에서 똑같은 피칭을 한다. 약간 수렁 같은 타이밍에 우리가 들어왔다고 본다. 국내 유이한 다큐 영화제가 2주간 붙어서 한다. 말도 안 된다."

- 시기를 옮기는 게 더 어려워 보이는데.
"그렇다. 그런데 둘을 합치라고 하는 건 일종의 폭력이다. EIDF는 방송사에서 운영하고 성격도 뚜렷하다. 우리가 차별화를 도모해야 한다. 상반기에 종합영화제로 전주가 있다면 하반기엔 EIDF가 커버해도 되고. 오래전부터 누군가 하고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재미있게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본다. 관객 입장에선 영화 한 편 보고 피칭 하는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산업 안에서 보면 '굳이 이렇게 하는 건 좋지 않은데'라는 생각도 든다."

- 설득력이나 명분은 충분한 얘기 같다. 지역이나 시기를 옮기는 것 모두.
"세계 다큐 흐름도 마찬가지다. 핫독스는 4월에, IDFA(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11월에 개최하는데 누구는 핫독스와 연계하거나 누구는 IDFA와 연계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볼 문제도 있다. 단순화시키기 그렇지만, IDFA는 한국에 매우 친절한 시장은 아니다. 시대적인 흐름도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이 다양하고 방식들도 특이하다. 과거의 IDFA가 아닌데 예전 것만 쳐다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면에 있어서 북미를, 북미 내 특정 플랫폼으로의 진출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다큐멘터리는 아직 안 가 본 길이 많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진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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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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