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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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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 말씀이 있는데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선고기일을 최대한 뒤로 미뤄주실 수 있으십니까?"(전주환씨)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서부지방법원 304호 법정. 공판이 시작된 지 2분 가량 지났을 무렵, 피고인 전주환(31)씨가 손을 들고 불쑥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 운을 떼며 판사 말을 끊었다. 전씨가 '신당역 살인'을 저지르기 전 범행한 성폭력처벌법(불법 촬영 및 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재판부가 막 양형이유를 밝히려던 참이었다.

잠시 당황한 형사12부 안동범 부장판사가 사유를 묻자 전씨는 "아시겠지만,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하나 걸려있습니다"라며 "그 사건과 병합을 하기 위함도 있고, 지금 국민들 시선과 언론의 관심이 시간이 조금 지나가면서 누그러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라고 말했다.

요청은 기각됐다. 안 부장판사는 "재판부도 병합 부분을 검토했으나, 이미 선고가 가능할 정도로 심리가 이뤄졌고 별도로 선고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사망에 재판부 "일반 형보다 높은 형 선고"

재판부는 이날 전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과 동일하다. 또 80시간의 스토킹 치료와 40시간의 성범죄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안 부장판사는 양형이유로 "피해자는 2021년 10월 범죄 피해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경찰로부터 스토킹과 관련한 형사처벌 대상자 권고문을 받고 수사도 진행됐다"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추가적으로 스토킹 범죄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고도 이와 상반되게 피해자를 살해하는 등 참혹한 범행에 이르렀다"며 "이는 향후 별도 재판에서 심리가 될 것이지만 이 사건 스토킹 범행은 그 방법, 추가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 추가 범행을 방지할 필요성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일반적인 형보다 높은 형 선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옅은 갈색 수의를 입은 전씨는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주문을 들었다. 이날 전씨의 법률대리인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안 부장판사는 재판 시작 전 "먼저 이 사건 피해자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황망한 결과가 발생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문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피해자 법률 대리인은 선고도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선고를 비공개하는 예외 규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 전씨의 구체적인 범죄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안 판사는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고 보강증거에 의해서 (혐의가) 인정되므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한다"고 말했다.

유족들 "어떠한 처벌도 만족하기 어렵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과 의원들이 쓴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과 의원들이 쓴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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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직후 유족들은 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피해자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는 법원 청사 정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족 입장을 대리 낭독했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고인의 생전 모습을 생각하면 어떠한 처벌에 대해서도 만족스럽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 법 안에서 큰 처벌이 이뤄져 고인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고인의 추가 범행에 대해서도 검찰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민 변호사는 '전씨의 선고 연기 요청을 어떻게 보셨냐'는 질문에 "(전씨는) 마지막 공판 기일에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했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죄송하다고 동일하게 말했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 변호사로서 피고인이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고,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며 "법원에서 판결문 비공개 결정을 했기에 기자나 외부인이 판결문을 열람할 수 없다.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사실관계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전씨의 '신당역 스토킹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이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수사가 완료되는 대로 전씨를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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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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