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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고구려 벽화에는 말 위에서 국궁을 쏘는 사람이 등장할 정도이니 활쏘기에 대한 우리 민족의 애정은 남다르다. 부여를 세운 동명왕부터 조선의 정조에 이르기까지 명궁으로 이름난 임금이 여럿이며 양반과 백성 가리지 않고 누구나 활쏘기를 즐겼다. 고구려의 각궁은 수와 당나라에 수출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났다.

대한궁도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활터는 약 400개 정도에 이른다. 서울 시내에는 8군데가 있는데 종로구 사직동에 자리한 황학정과 남산공원길에 있는 석호정이 널리 알려져있다. 이러한 국내 저변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양궁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림픽에서 33년간 부동의 1위를 하고 있는 양궁은, 1988년 부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등 자리를 넘겨준 적이 없다. 대한양국협회의 투명한 운영은 물론이요, 대기업의 지원과 두터운 선수층, 과학적인 훈련으로 이루어진 성과다.
 
활잡이들의 손때가 묻은 활과 화살.
▲ 국궁 활잡이들의 손때가 묻은 활과 화살.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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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이나 학연, 지연은 찾아볼 수 없으며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세계다. 그 동안 세계양궁연맹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차례 규칙을 바꿨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 활잡이의 뛰어난 능력을 더 빛나게 해 줄 뿐이었다.

뻗은 다리를 늘어뜨리고 쏜살같이 난다

다리를 늘어뜨리고 나는 모습이, 마치 '화살을 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쌍살벌. 순 우리말로는 '바다리(뻗은 다리)'라고 하며 영어권에서는 종이집벌(Paper wasp)이라고 부른다. 나무를 갉아내어 잘게 씹은 뒤 타액으로 반죽하여 집을 만들기 때문이다. 뱀허물쌍살벌은 길다란 벌집을 만드는데 허물을 벗어던진 뱀 껍질을 떠올리게 하여 지어진 명칭이다.

종이로 만든 벌집이라 쉽게 구부러지고 무척이나 가볍다. 벌집에 가까이 다가서면 위협하는 날갯짓을 하는데 마치 싸리나무 잎을 통과하는 바람소리처럼 사라락~ 하고 들린다. 이때 햇빛이 반사되는 투명한 날개에는 보랏빛 색감이 감돌면서 반짝거린다. 각도에 따라서 보였다 안보였다하는 것이 재미난다.

사실 쌍살벌에게 쏘여도 꿀벌의 침처럼 아프지는 않다. 오히려 쌍살벌이 놀라서 도망가는 경우가 더 많다. 4월이면 겨울에 깨어난 뱀허물쌍살벌 여왕은 주로 나뭇가지 아래에 집을 짓는다. 육각형 방을 이어붙여 만들고 칸칸마다 알을 하나씩 낳는다. 애벌레가 깨어나면 나비류 애벌레를 잡아서 동그란 고기 반죽으로 만들어 새끼에게 먹인다.
 
노출된 형태로 길다란 집을 만든다.
▲ 뱀허물쌍살벌 노출된 형태로 길다란 집을 만든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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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지나면 애벌레는 방 입구를 막고 번데기가 되고 다시 20여 일을 넘기면 일벌이 태어나 군체가 상당히 늘어난다. 대개 50마리 정도로 구성된 봉군을 만들지만 수가 불어나면 100여 마리를 넘기도 한다. 이때가 되면 여왕은 사냥을 가지 않고 알을 낳으며 왕국을 건설한다. 성충으로 자라난 일벌들이 어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고기 경단을 만들어 새끼를 키우는 것은 물론이요, 날이 더우면 날갯짓을 하여 시원한 날개바람을 부친다. 장마철이면 빗물을 입으로 물어 방울방울 외부로 배출한다. 헌신적으로 새끼를 돌보며 제국을 확장시키지만 운이 나빠 말벌의 공격을 받으면 벌떼가 전멸하기도 한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새 여왕벌과 수벌이 벌집을 떠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다. 남겨진 집단은 일벌들이 수명을 다해 점차 쇠락해가며 늙은 여왕벌도 죽고 빈 집만 남는다. 둥지를 떠난 신 여왕벌은 수벌과 교미 후 월동에 들어가 이듬해를 기약한다. 결국 살아남아 해를 넘기는 것은 소수의 여왕벌이다.

생태계의 조절자 역할을 하는 바다리

몸 길이 약 25mm 정도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제일 큰 쌍살벌을 '왕바다리'라고 한다. 쌍살벌(뱀허물쌍살벌, 제주왕바다리, 등검정쌍살벌, 꼬마쌍살벌 등) 종류는 나비목 애벌레를 잡아먹으므로 천연의 살충제로 작용한다.

왕바다리는 비가 들이치지 않고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는 농가의 처마 밑이나 수목의 가지 사이, 큰 돌이나 바위 아래에 집을 짓는다. 때로는 벌집의 규모가 매우 커져서 1000마리를 넘는 봉군을 만들기도 한다. 원형의 벌집에 수백 마리의 벌떼가 빼곡히 모여 있으면 보면 보통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낄 것이나 말벌과는 달리 온순한 편이다.
 
쏜살처럼 난다는 쌍살벌의 순 우리말 왕바다리.
▲ 말벌과 비슷하게 생긴 왕바다리 쏜살처럼 난다는 쌍살벌의 순 우리말 왕바다리.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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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이상으로 겁먹지 않아도 되며 벌집을 잘못 건드려 쏘이더라도 꿀벌의 침 만큼 아프지는 않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곧 괜찮아진다. 왕바다리의 천적은 장수말벌과 꼬마말벌인데 여기에 사람을 추가해야 할 판이다. 소방관이 출동하여 제거하는 벌집의 약 2/3가 왕바다리 집이다. 

등검정쌍살벌은 20mm 내외의 크기다. 잘록한 허리부분(전신복절)에 줄무늬가 없이 검은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8월의 한 여름에 집단의 수가 가장 최고조에 이르는데, 그래봤자 5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10~30마리 정도의 집단을 이루기에 왕바다리와 다른 쌍살벌에 비해서 수가 적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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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O|O.3EE5.E8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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