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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서울만큼이나 우리의 일상에서 늘 회자 되는 단어이자 공간이다. 가깝고도 먼 미지의 도시, 하지만 우리는 평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글은 평양학을 꿈꾸는 신진학자들이 펴낸 <평양 오디세이>를 소개하는 자소서이다.[편집자말]
오늘도 평양의 거리를 걸어본다. 평양을? 물론 직접 가볼 수는 없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는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아주 쉽다. 구글 어스를 켜고 마치 내가 신이 된 것처럼 지구를 반 바퀴 돌린 후 평양을 찾아 줌인(zoom in)하면 그곳의 거리를 거닐 수 있다.
 
가깝고도 멀기만 한 평양, 구글 어스로 대동강변을 걸어본다.
▲ 구글 어스로 본 평양 가깝고도 멀기만 한 평양, 구글 어스로 대동강변을 걸어본다.
ⓒ 구글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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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객들이 서울의 청결함을 칭찬하지만 평양도 만만치 않다. 현대적이지는 않지만 깨끗한 거리와 강변이 눈에 띈다. 김정은 시대의 자랑으로 북한이 강조하는 고층 아파트가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지만 활기참이 없는 고요함이 평양의 그늘과 같이 느껴진다.

도시는 연구자에게 엘도라도와 같은 보고이다. 도시에는 우리가 연구하는 모든 영역과 대상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미지의 세계와 같은 북한에서 도시는 더할 나위 없는 연구 주제다. 북한의 도시에 관한 연구는 1990년대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며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정치학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그리고 도시사 연구 등 전 분야에서 도시 연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어느 한 도시에 대한 연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나마 진행된 도시연구 또한 도시 자체의 성격을 드러내기보다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시각에서 도시를 연구 공간으로 활용하는 접근이 주를 이뤄왔다. 이제 본격적인 도시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평양 공부의 '맛'을 찾아가 보자

필자는 좀 더 긴 여정의 도시 연구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풀어보고 싶었다. 마침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에서 평양학연구센터를 준비하며 평양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도전을 모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그런데 '평양학'이라고? 왠지 모르게 무겁고, 어렵게 다가왔다. 우선은 있는 그대로의 평양 연구를 찾아보자. 무언가 만들어 그 틀에 연구자와 그들의 연구를 맞추기보다는 평양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나름의 연구를 진행한 신진연구자들을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다양한 시각과 방식으로 평양에 다가서고 있던 신진연구자들을 만났다. 전공도, 생각도 다른 연구자들을 만나며 그간의 연구 성과들을 모아 첫 디딤돌로 삼아보면 어떨까? 시작한 것이 이제 일 년의 시간을 거쳐 작은 성과로 나타났다. 그렇게 출간된 책이 바로 <평양 오디세이>이다.
 
연구자들의 엘도라도, 7가지 시각으로 평양을 바라보았다.
▲ 평양 오디세이 연구자들의 엘도라도, 7가지 시각으로 평양을 바라보았다.
ⓒ 민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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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북 제재 속에서 일어난 평양의 건설 붐은 도대체 왜 일어난 것인지, 그 여파로 도미노처럼 이어진 평양의 부동산 열풍의 실체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평양을 떠난 청년과 평양을 동경하는 시골 소녀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만나보고 평양시민의 소비문화를 통해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엿보았다. 또한 평양을 '민족의 성지'로 조성하고 있는 북한의 속내를 들여다보았고, 마지막으로 서울과 평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결고리를 찾아보았다.

평양학 토대연구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평양 공부의 '맛'을 살짝 보아서일까? 먼 길 가려하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필진들을 중심으로 공부 모임을 시작한 지 8개월이 되었다. 평양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개화기 외국인들이 바라본 평양의 모습까지 두루두루 지식을 쌓아가며 평양 공부의 진정한 '맛'을 알아갔다.

이제 평양 공부의 '맛'을 알게된 동학들과 함께 평양학연구회를 만들고 평양학 토대연구를 시작하려 한다. 이전에 없었던 특정 도시에 대한 토대연구가 될 것이다. '평양'을 연구하기 위해 확인할 수 있는 북한의 1차 자료로부터 남한의 자료까지, 평양학 연구의 토대를 다지는 작업이다.

평양은 북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품고 있는 도시이다. 또한 소소한 도시 골목의 삶이 함께하는 현장이다. 언젠가 평양의 거리를 '직접' 거닐며 도시 연구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정일영, 오창은, 채수란, 정은이, 허선혜, 박소혜, 이민규 공저,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평양학연구센터(편), 『평양 오디세이』 민속원(2022)


태그:#평양오디세이, #평양, #평양학, #평양학연구센터, #정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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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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