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017년, 2019년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을 바라본 U-18 야구대표팀이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U-18 야구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 위치한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서 열린 제 30회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U-18 야구월드컵 동메달 결정전서 일본에 2-6으로 패배했다.

전날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던 일본-미국전이 미국의 1점 차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대한민국은 TQB(Team Quality Balance)를 따져야 했다. 똑같이 4승 1패를 기록한 대만, 미국보다 낮은 수치를 나타내면서 결국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특히 결승전이 끝나고 난 뒤 40분 후에 동메달 결정전이 열리면서 대표팀으로선 대기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3-8로 패배한 미국과 오프닝 라운드 첫 경기 결과가 자꾸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대표팀은 개의치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했다.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4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윤영철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4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윤영철 ⓒ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필승카드 다 쓰고도 패배한 대표팀

대표팀은 정준영(중견수, 장충고)-문현빈(2루수, 북일고)-김민석(1루수, 휘문고)-박한결(좌익수, 경북고)-김동헌(포수, 충암고)-김범석(지명타자, 경남고)-정대선(3루수, 세광고)-박태완(유격수, 유신고)-김영후(우익수, 강릉고)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예선에서 호투를 펼쳤던 황준서(장충고)였다.

먼저 리드를 잡은 쪽은 일본이었다. 1회말 1사 1, 3루서 4번타자 우츠미 도이가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3루주자 구로다 요시노부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에 2회초에만 대거 5점을 뽑아내면서 단숨에 6-0까지 달아났다. 사실상 경기 초반에 승패가 결정됐다.

대표팀은 황준서(⅓이닝 3피안타 1실점)에 이어 김정운(1이닝 2피안타 2실점, 대구고)-김서현(1피안타 3볼넷 3실점, 서울고)까지 차례로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띄웠다. 그러나 일본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세 명의 투수 모두 오프닝 라운드, 슈퍼 라운드를 거치면서 이미 지친 상태였다.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윤영철(4⅔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이 일본 타선을 잠재웠고 타선에서는 4회말 김동헌의 투런포가 터지면서 두 팀의 간격이 4점 차까지 좁혀졌다. 문제는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5회말부터 3이닝 동안 다시 침묵에 빠진 대표팀은 그대로 경기를 끝내야 했다.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정준영-문현빈 테이블세터가 나란히 2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것이 아쉬웠다. 4번타자로 나온 박한결과 6번타자 겸 지명타자로 출전한 김범석이 3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다소 무기력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내줬다.
 
 U-18 대표팀의 여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성과도, 과제도 함께 남은 대회다.

U-18 대표팀의 여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성과도, 과제도 함께 남은 대회다. ⓒ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성과와 과제 모두 뚜렷한 대회

대표팀은 오프닝 라운드 첫 경기인 미국전에서 패배하고 난 뒤, 마운드·타선 가리지 않고 빠르게 현지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하나 둘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자 팀 전체 분위기도 올라왔다. 그러면서 이후 6경기 동안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우승 후보' 대만마저 격침시켰다.

마운드를 이끈 '에이스 듀오' 윤영철과 김서현의 존재감은 이번 대회서도 독보적이었다. 특히 시속 150km가 훌쩍 넘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자랑한 김서현의 투구에 일본, 대만 팬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투수진 막내' 황준서의 투구도 기대 이상이었다. 마지막 경기가 아쉽기는 했어도 브라질전, 네덜란드전, 대만전까지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3학년이 되는 내년 KBO 신인드래프트 대상자인 만큼 벌써부터 1라운드 지명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타순을 가리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라인업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간 최재호 감독의 선택도 어느 정도 적중했다.

다만 여전히 특정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마운드 운영은 달라진 게 없었다. 김서현은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까지 무려 4연투를 소화했다. 전날 49구를 던진 윤영철은 이튿날 60구를 던졌다. 특히 두 선수에게 손을 건넨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는 대회를 보는 내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뒷맛이 개운치 않으려면 표면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과정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건강, 더 나아가서는 한국 야구의 체질 개선까지 걸려 있는 부분이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야구계 전체가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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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야구월드컵 청소년대표팀 윤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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