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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로 수용소의 수감생활을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발에 족쇄를 채운채 남들이 보이는 가장 높은 자리에 변기를 설치해 수감자에게 모욕을 주었다.
▲ 호아로 수용소의 수감생활 호아로 수용소의 수감생활을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발에 족쇄를 채운채 남들이 보이는 가장 높은 자리에 변기를 설치해 수감자에게 모욕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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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길거리는 늘 오토바이로 가득하다. 사람이 걷는 인도조차 오토바이가 가득 주차되어 있어 걷기 힘들다. 그들이 내는 굉음과 매연으로 인해 보행자에게 썩 유쾌한 도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혼잡한 도시에 한 가지 축복이 있었으니 바로 도시 곳곳에 위치한 호수가 그것이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호안끼엠을 필두로 크고, 작은 호수들이 시내를 중심으로 두루 분포해 있다. 그러나 수많은 호수 중 단연코 압도적인 규모는 하노이 시내 서북쪽에 위치한 서호라 불리는 곳이다. 둘레만 17km에 달하는 거대한 길이는 물론 실제로 그 호수에 서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치 바다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하노이를 대표하는 호수인 서호는 크기 뿐만 아니라 많은 문화유적을 품고 있다.
▲ 넓은 하노이 서호 하노이를 대표하는 호수인 서호는 크기 뿐만 아니라 많은 문화유적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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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어로 호떠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단순히 넓은 곳이 아니라 이 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적과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서호의 서북쪽에는 서울의 이태원처럼 외국인들이 모여 살면서 주거지를 형성한 구역이 있어 세련된 스타일의 양식을 손쉽게 접하는 게 가능하다.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서호를 한바퀴 도는 것은 어렵지만 동편의 제방을 경계로 나누어진 쭉박호와 함께 돌아본다면 호수변의 웬만한 장소는 찍을 수 있다. 서호에 비해 규모도 작고 지저분한 쭉박호지만 하노이의 별미 퍼꾸온과 퍼찌엔퐁을 먹을 수 있는 거리와 배를 개조해서 만든 하이랜드 커피에서 잠시 더위를 식혀갈 만하다.
 
서호의 제방 한가운데 섬에 위치한 쩐꾸옥 사원은 높은 탑이 인상적이다.
▲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 쩐꾸옥 사원 서호의 제방 한가운데 섬에 위치한 쩐꾸옥 사원은 높은 탑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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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변에서 제일 먼저 찾아갈 곳은 도교사원인 꽌탄사원이다. 11세기, 리 왕조의 초대 군주 태조의 통치기간에 세워진 이 사원은 자연현상과 인간을 모두 통제하고 싶은 믿음으로 외세의 침략에 맞서기위해 지었다고 전해진다.

문묘의 정문과 비슷한 양식을 지닌 꽌탄사원의 정문은 주위로 향을 파는 사람들로 가득해 현재도 사원으로서 역할은 물론 현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듯했다. 입구를 지나 좌, 우의 코끼리 석상을 거쳐 본전으로 들어가면 높이 4m, 무게 4t의 거대한 현천진무의 동상이 우리를 맞아준다.

베트남의 건물 자체는 중국처럼 웅장한 느낌은 아니지만 내부 공간이 넓고 다음 건물과 지붕을 맞대어 이어주고 있다. 아마도 덥고 습하면서 비가 자주 내리는 기후 특성상 만들어진 환경의 산물일 것이다.     
 
서호변에 위치한 꽌탄사원은 거대한 현천진무신을 모시고 있는 도교사원 이다.
▲ 꽌탄사원의 현천진무신 서호변에 위치한 꽌탄사원은 거대한 현천진무신을 모시고 있는 도교사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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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곤 하지만 신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제법 진지함과 엄숙함이 엿보인다. 사실 하노이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던지 불교, 도교 사원 하나씩은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이 주로 믿는 불교, 가톨릭 말고도 까오다이교, 호아다오교같은 신흥 종교의 비율도 만만치 않다. 그것에 대해서는 차후 좀 더 세세히 알아가 보도록 하자. 

꽌탄사원을 나와 이번엔 제방을 따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한다. 제방의 초입부터 제법 높고 웅장해 보이는 탑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제방 중간 지점에 자리 잡은 이 불교사원이 바로 다음 목적지다.

이곳은 쩐꾸옥사원(전국사)이라 불리고 6세기에 세워진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원래는 제방 밖의 홍강변에 위치했으나 1615년 홍강이 범람하자 현재의 위치인 낌응우 섬으로 옮겨 와 제방을 통해 육지와 연결시켜 지금의 사원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우리 탑이 대부분 중심 법전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것과 달리 그들의 탑은 사원 앞쪽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신앙의 중심으로 그 소임을 행한다. 규모가 큰 탑으로 작은 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데 우리의 승탑처럼 고승들의 사리를 모셔놓은 것이라 한다.

대부분 17세기에 만들어졌지만 큰 탑은 2004년,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이다. 경내에는 한 그루의 보리수나무가 있는데 인도의 불교 성지인 부다가야에서 인도 총리가 가져왔다고 한다. 제법 예쁜 담장길을 따라 뒤편으로 가면 쩐꾸옥사원의 본당이 나오는데 탑이 있는 구역에 비해 관광객들이 없어 비교적 한적하다.      
 
프랑스 식민정부는 잔인한 탄압을 일삼았는데 그 중 하나가 단두대를 이용한 사형이었다.
▲ 호아로 수용소의 사형대 프랑스 식민정부는 잔인한 탄압을 일삼았는데 그 중 하나가 단두대를 이용한 사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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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마지막으로 가볼 장소는 서울의 서대문형무소와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자들이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고 고문했던 호아로 수용소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프랑스인들에 의해 건설된 이후 베트남 전쟁까지 쓰였던 교도소는 그 역할을 다하고 박물관으로 탈바꿈해 하노이를 찾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원래 이곳은 목재와 석탄 등 난방을 하기 위한 연료를 공급하던 호아로(화로) 거리가 있던 곳이라 그 명칭이 굳어진 것이다. 이곳은 프랑스인들의 거주구역인 프렌치 쿼터에서 멀지 않아 그들에게 위험했던 정치범, 독립운동가를 집중적으로 수용하기 용이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인 메종 센트럴이라 적혀 있는 호아로 수용소는 겉으론 평범해 보였지만 내부의 철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그들의 열악했던 생활이 한눈에 펼쳐졌다. 원래는 460명을 수용했지만 1954년에는 2000명의 인원을 한꺼번에 들어갔다고 하니 밀랍인형으로 재현된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들은 발에 족쇄가 채워진 채 가축들보다 못한 열악한 생활을 해야만 했고, 수십 명이 쳐다보이는 단상에 가림막 없는 화장실을 설치해 놓아 수치심이 절로 들게 만들어 인간다운 취급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프랑스가 일본 못지않게 베트남 독립을 집요하게 탄압했던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흔적이 수용소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이 수용소에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모아놓은 감옥도 위치해 있는데 어린아이들을 함께 데려와 함께 수감 시설을 보냈던 장면을 재현했다. 가장 안타까운 장소는 맨 구석에 위치한 사형대다. 기요틴이라 불리는 단두대의 실물과 프랑스 관리가 처형된 사람의 목을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을 함께 보니 인간의 잔혹성이란 과연 어디까지인가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베트남 독립 이후 북베트남 지도부는 아픈 흔적이 남은 이곳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들의 수용소로 쓰기도 했다. 미군들은 그곳에서 체스를 두기도 했고, 담배도 피울 수 있었다고 하니 나라의 국력에 따라 포로 대우도 달라지는 것 같다. 미군들은 자조적으로 이곳을 '하노이 힐튼'이라 불리었다 한다.      

호아로 수용소는 이제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아픈 역사를 말없이 전해주는 하나의 현장으로 남아 전 세계 곳곳에서 반드시 찾아야 하는 교훈의 장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경기별곡 2편)가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연, 기고, 기타문의 ugz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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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저자. kbs 경인 <시사인사이드> 경인방송 <책과 사람들>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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