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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 금호강 물길을 걸었다. 금호강은 보가 없는 구간은 물길이 낮아서 사람이 들어가 걷기에 충분한 강이다. 금호강과 신천이 만나는, 말하자면 두물머리에서부터 걸었다. 두 강이 만나는 곳인 만큼 그곳에는 풍부한 생물 다양성이 있고 습지가 잘 발달돼 있었다. 
  
금호강과 신천이 만나는 두멀머리에서 만난 여울. 여울에는 풍부한 생물 다양성으로 많은 생명들이 살아간다.
 금호강과 신천이 만나는 두멀머리에서 만난 여울. 여울에는 풍부한 생물 다양성으로 많은 생명들이 살아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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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가을 금호강은 아름다웠다. 특히 빠른 물살이 흘러가는 여울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하지만 풍부한 수량과 산소 덕분에 많은 물고기를 불러 모으고, 연달아 물고기를 낚아채려는 백로나 왜가리 같은 많은 새들도 불러모아 생명 순환의 질서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대구시가 손을 너무 대 인공하천이 된 신천과 달리 금호강은 자연하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펄펄 살아 흘러가는 역동적인 강이기도 하다. 역동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곳이 바로 여울이다. 4대강사업으로 꽉 막힌 낙동강에선 더 이상 구경할 수 없는 풍경이라 더 애착이 가는 현장이다.

합수부를 벗어나 금호강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강이 그곳에 있다. 바닥에는 말 종류의 수초가 자라서 물길을 따라 길게 넘실대고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 다닌다. 
  
강바닥에 붙어 살고 있는 수초들. 이들도 금호강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강바닥에 붙어 살고 있는 수초들. 이들도 금호강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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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강물에서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유영하고 있다.
 강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강물에서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유영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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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가득 채운 물고기. 아주 작은 물고기에서부터 잉어까지 금호강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강을 가득 채운 물고기. 아주 작은 물고기에서부터 잉어까지 금호강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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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이 많을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여울을 지나자 모래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모래 바닥을 기듯 유영하는 모래무지가 많이 보인다. 모래무지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좁은 물길이 나타나고, 그곳엔 더 많은 물고기들이 떼로 모여 있었다. '물 반 물고기 반'이란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바닥 가득 물고기다.

생각해보면 물고기 입장에서는 금호강으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천은 보가 너무 많고 높아서 올라갈 수 없고, 저 아래 낙동강은 물길이 너무 깊고 정체돼 있어서 흐르는 물에 살 수밖에 없는 우리 고유종 물고기들은 금호강을 찾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덕분에 물고기 구경을 실컷 했다. 그런데 물이 고였다 싶은 데는 어김없이 배스와 블루길이 나타난다. 특히 블루길이 많았다. 이들은 토종 물고기의 알과 치어들을 먹어치우는 유명한 생태계 교란종이다.

시궁창 오염원... 이런 것이 녹조의 먹이
 
잿빛 오염수가 금호강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현장.
 잿빛 오염수가 금호강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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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을 쫓아가는 중 어디서부터인가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이 악취의 정체는 뭘까. 악취가 난다는 것은 부근에 오염원이 있다는 것이다. 냄새의 근원을 찾아 따라가봤다. 아니나 다를까 정체 모를 잿빛 탁한 오수가 흘러들어오고 있는 현장을 발견했다.

그 정체 모를 오수가 흐르는 곳을 따라 들어가니 더욱 심한 악취와 함께 좁은 수로엔 오수가 가득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흘렀는지 바닥은 오수 슬러지로 썩어 있었다. 쉽게 말해 시궁창이었다. 맑은 강 바로 옆에 이런 오염원이 흘러들어오다니 충격이다.

악취가 나는 물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오염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지독한 오염원은 처음 봤다. 악취가 진동하는 그곳에는 녹조도 자라 곤죽처럼 엉켜있고 기름띠까지 보이는 이곳은 오수뿐만 아니라 공장 폐수들도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녹조에다 기름띠까지 둥둥, 이런 오염원도 관리 못하면서 무슨 금호강 르네상스란  말인가?
 녹조에다 기름띠까지 둥둥, 이런 오염원도 관리 못하면서 무슨 금호강 르네상스란 말인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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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띠 둥둥 떠다니는 심각한 오염 현장. 이런 것이 금호강을 오염시키고 결국 영남의 식수원 낙동강도 오염시킨다.
 기름띠 둥둥 떠다니는 심각한 오염 현장. 이런 것이 금호강을 오염시키고 결국 영남의 식수원 낙동강도 오염시킨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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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바로 너머로 대구의 오래된 공단이 3공단이 자리잡고 있고 거기서 발생되는 오수와 정화처리 되지 않은 공장 폐수까지 이곳을 흘러들고 있었다.

이른바 우수토실로 강 건너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들어가는 하수관거가 우수와 오수가 함께 들어오는 합류식 하수관거로 돼 있어서 비가 조금만 와도 흘러들어오는 빗물에 의해 오폐수들이 1미터도 정도의 콘크리트 턱을 넘고 금호강으로 흘러 넘치도록 돼 있었던 것. 
 
오염수가 흘러들고 있는 현장이 바로 원 안에 들어있는 바로 그곳이다. 오른쪽 너머의 3공단에서 나오는 오폐수들이다.
 오염수가 흘러들고 있는 현장이 바로 원 안에 들어있는 바로 그곳이다. 오른쪽 너머의 3공단에서 나오는 오폐수들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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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단과 접해 있는 대명천 하류에서 본 그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로 돼 있었다. 필자는 익히 경험해본 것인데, 이곳 금호강에서도 똑같은 시설이 똑같은 구조로 금호강을 오염시키고 있어서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 분노가 치민다. 결국 이 물이 금호강을 오염시키고, 그 오염된 물이 결국 식수원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홍준표 시장이 금호강 르네상스보다 시급히 해야 할 일

금호강 르네상스란 이름의 금호강 재생 프로그램을 가동하려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과연 이런 현장의 존재를 알고 있긴 한 걸까. 이것은 오래된 점오염원(비점오염원과 달리 특정되는 오염원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오염원) 현장이기 때문에 대구시의 관련 공무원들은 당연히 알고 있다.

시급히 예산이 쓰여야 할 곳은 바로 이런 현장이어야 한다. 허울 좋은 금호강 르네상스란 이름의 개발사업이 아니라 이런 오염원을 줄이는 노력만 하면 금호강 수질은 더 획기적으로 개선돼 저절로 소생할 것이다. 결국 그 맑은 물은 낙동강의 수질마저 개선시켜 줄 것이다.

사실 낙동강 녹조의 먹이가 되는 것들이 이런 오염원들이다. 인과 질소가 포함된 이런 오염덩이를 먹고 독성 녹조가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와 지방정부가 마땅히 선행적으로 먼저 해야 할 점오염원 관리부터가 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5400억 원이나 되는 어머어마한 혈세를 엉뚱한 데 쓰겠다니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합류식 하수관거로 돼 있다 보니 비만 오면 저 1미터 남짓한 턱을 넘어서 하수관거 안의 오물들이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이 합류식 하수관거부터 분류해줘야 한다. 예산이 시급히 쓰여야 할 곳은 이런 데다.
 합류식 하수관거로 돼 있다 보니 비만 오면 저 1미터 남짓한 턱을 넘어서 하수관거 안의 오물들이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이 합류식 하수관거부터 분류해줘야 한다. 예산이 시급히 쓰여야 할 곳은 이런 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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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은 실패한 4대강사업을 이끈 MB처럼 물길을 막아 배나 띄울 생각을 버리고 이런 시급한 오염원 관리부터 먼저 해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금호강은 더욱 소생하게 될 것이다. 재생, 소생 이런 의미의 르네상스가 바로 실현되는 것이다.

만약 그가 이런 사업을 먼저 추진한다면 정말 그가 말하는 금호강 르네상스를 들어줄 용의가 있다. 어쩌면 시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지도 모른다. 이런 것이 바로 진정성 아닐까.

그러니 홍준표 시장께 부탁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임 시장들이 결코 할 수 없었던, 보이지 않으나 정말 필요한 사업부터 수행한다면 진정 성공한 시장이 될 것이다. 그것은 향후 대권에 도전한다 해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홍준표 시장의 결단을 촉구해본다.
 
금호강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서라도 오염원은 제거해야 한다.
 금호강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서라도 오염원은 제거해야 한다.
ⓒ 대구환겨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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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닌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강을 다니면서 기록하고 온전한 우리강 회복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르네상스, #홍준표, #대구시, #4대강사업,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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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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