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박민호씨와 국내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까데나시 선수 .

▲ 한국인 박민호씨와 국내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까데나시 선수 . ⓒ 류호진


최근 5경기 중 무려 4승 1무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이랜드FC. 그중 유독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펠리페 까데나시. 그런데 이 선수의 활약을 응원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 한국으로 날아온 에이전트의 얼굴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는 약 15년 전, 군 제대 후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날아가 유소년 코치부터 어느덧 현지 프로구단 디렉터를 거쳐 단장이 된 한국인 박민호씨. 그가 자신의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한국에 잠시 방문한 이후 펼쳐진 4경기에서 까데나시는 무려 4골을 넣었다. 그렇다면 입국 직후 그와 만난 박민호씨는 그에게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까?

다음은 지난 9월 17일, Internacional Futbol Club Argentina(아래 IFCA)의 단장이자 현지에서 레오 코치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한국인 박민호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아르헨티나에서 유소년 코치로 시작하여 현지 3부리그 구단 디렉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박민호라고 합니다. 현재에는 IFCA라는 구단을 창단하여 유소년들을 육성하고 있으며 현지 선수들이 더 큰 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현재 좋은 활약 중인 서울이랜드FC의 두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데려오신 에이전트라고도 들었습니다. 각 선수들에 대한 소개나 이 선수들을 데려오신 배경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현재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까데나시 선수는 지난시즌 아르헨티나 2부리그에서 10골 이상을 넣어준 아주 수준급의 선수입니다. 큰 키를 활용한 헤딩 뿐만 아니라 박스 내 움직임이 매우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많은 골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센호 선수 역시 움직임이 매우 좋고, 개인적으로 강한 욕심과 투지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이 두 선수 모두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또한 서울이랜드FC 구단에서 두 선수들을 매우 좋게 봐주셨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서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이 두 선수를 설득하여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 최근에 입국하신 뒤 까데나시와 아센호 선수를 바로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까데나시는 코치님과의 만남 이후 4경기 4득점을 기록중인데 특별히 오간 메시지가 있었을까요?
"정말로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우선 선수들이 한국 생활에 너무나도 만족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시간을 포함한 모든 것이 정반대이지만 선수들이 잘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수들의 개개인 집에 방문하여 차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무래도 선수들이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지 않았나싶은 마음이 듭니다. 저는 아르헨티나에서 12시간의 차이가 나는 국내 경기를 항상 챙겨보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도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약 15년 전에 아르헨티나로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계기가 정말 궁금한데요.
"20대 초반에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지도자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강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가장 존경했던 마라도나 선수의 아르헨티나에선 과연 어떤 축구를 하고 있길래 그와 같은 선수들이 배출되는지 너무나도 궁금했고, 그래서 군 제대 후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날아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현지 빅에이전시들로부터 협업 제안이 올 정도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축구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살았을 이유가 전혀 없었겠지만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띠아고 누스(왼쪽) .

▲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띠아고 누스(왼쪽) . ⓒ 박민호

 
- 직접 육성하신 선수가 지금 현지 1부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3부리그를 운영했을 때, 띠아고 누스(Thiago Nuss)라는 16살의 유소년 선수를 스카우트했고 17세에 성인무대에 진출을 시켰습니다. 성인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끝에 결국 1부리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었고 21세가 된 지금은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 중입니다. 벌써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했는데 제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신기하기도 합니다(웃음). 경기장 밖에서는 개인적으로 만나 전술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등 이제는 가족같은 친구입니다."

- 아르헨티나 현지 선수를 한국인이 관리한다고 했을때 현지에서 의심의 눈초리도 많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지구 반대편에서 온 동양인이다보니 선입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운동장에선 누구도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누굴 이기거나 누구에게 지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저 좋은 유망주를 발굴해내자는 하나의 목표만을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렇게 활동해오다보니 어느덧 현지에서도 저를 많이 인정해준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루종일 축구장에서만 머물며 선수들을 보는 더 좋은 눈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르헨티나 현지인이라고 노력없이 그 눈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국적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아르헨티나에서 유독 축구스타들이 많이 배출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축구를 하는 인구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축구는 정말 말그대로 전쟁 그 자체입니다. 그만큼 유럽 곳곳에서 온 스카우터들이 많고, 또 이 나라의 선수들은 축구 아니면 살 수 없다는 그런 투지와 재능을 모두 겸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많은 선수들이 성공하고 있고, 그 성공 사례를 보며 자란 어린이들은 또다른 꿈을 꾸게 되는 것이죠."

- 까네나시가 정말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시는 국내 용병들의 성공전략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프로는 축구를 배우는 무대가 아닌 구단과 선수 사이의 존중을 통해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뽐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병 선수들은 시즌 직전 국내에 들어와서 사실상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수 개인 역시 골을 넣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한다면 분명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한국에서 성공할 만한 또 다른 유형의 용병선수들도 있을까요?
"정말 많은 분들께서 선수들을 영상으로만 보시고 판단하시지만, 저는 항상 경기장에서 직접 선수들을 눈으로 보며 그들의 멘탈적인 부분을 섬세하게 고려합니다. 용병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좋은 환경만 더 잘 갖춰진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반대로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늘 한국과 일본을 각각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축구에 비유합니다. 한국 선수들은 멘탈적인 부분이 강하고, 일본 선수들은 기술에 강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실수는 화려한 축구를 추구하다보니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옷을 입으려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유럽 등 해외에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 속에 축구를 해도 결국 배고픔과 실력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해외구단 역시 이러한 강한 정신력과 재능을 겸비한 선수들을 성장시키려하지, 결코 재능도 없고 정신력도 약한 선수들을 키우려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를 양성하고 싶다는 박민호씨 .

▲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를 양성하고 싶다는 박민호씨 . ⓒ 류호진


- 짧은 시간동안 한국에 계시면서 느끼신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 여쭤볼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국내에서는 엘리트 축구보다 취미 축구가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생활이 과거보다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고 그만큼 환경이 좋아졌기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축구는 말그대로 전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축구의 본질이기에 우리가 그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일정을 마치고 아르헨티나에 잠시 머문 뒤 다시 유럽에 방문할 계획입니다. 그곳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또 관리하는 등 지금처럼 계속 바쁘게 지낼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이제는 선수들을 더 큰 무대에 진출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내에서 국가대표를 배출해내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많은 유럽 구단에서 제의를 받고 있는 띠아고 누스 선수가 다음 월드컵에서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반드시 제 꿈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니,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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