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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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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기로 이사 온 이유가, (제가) 자주 일을 (해서) 구둣발 바닥이 닳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 비서관들이나 행정관들도, 또 우리 수석비서관들이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다른 분야의 업무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그야말로 정말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합니다."

취임 이틀째던 지난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처음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발언 중 "구두 밑창이 닳도록"이란 표현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취임 일성으로 "물가 안정"이 대서특필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경제에 관한 각종 지표들을 면밀히 채우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원인과 억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관료들에게 지시했고, 그의 일환으로 "구두 밑창이 닳도록 일하라"고 주문했다. 신임 대통령의 취임 일성으로 '민생'을 강조한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그로부터 넉달이 흘렀다. 초코파이 가격도, 라면 가격도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IMF 이후 최고라는 보도가 연일 포털을 뒤덮는 중이다. 배추 1포기 값이 2만원을 찍었다는 뉴스도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달러 환율도 IMF 시절에 육박하면서 여기저기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그런 와중 윤 대통령이 또 물가를 들고 나왔다.

"어려운 민생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물가 관리에 더욱 신경쓰고, 우리 경제의 기초인 자영업자를 짓누르는 대출 문제도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수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민생 메시지 중 일부다. 적지 않은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 물가 관리에 더욱 신경쓸 것"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을 양산했다.

"물가 관리에 더욱 신경쓰겠다"는데... 대책은요?

물가 안정과 관련된 구체적인 대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듯, 윤 대통령이 연휴 막바지 메시지로 '물가 안정'이란 단언 한 마디를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에만 주목하는 듯 보였다.

이러한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의아함을 던져주는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논조와 전 정부와의 비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물가 안정'을 촉구하던 언론의 논조와 비교하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논조는 놀랍도록 차분해 보인다. 지난 정부에서 '물가 상승'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들 고통을 헤아리라고 강조하던 논조와 비교하면, 그때와 지금이 같은 언론들인가 싶을 정도다.
 
지난 5월 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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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물가 상승과 실업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이 직전 박근혜정부 때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고령화 등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평균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터지면서 실업률과 물가가 크게 오른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문재인정부에서 소득불평등은 이전 정부에 비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7일 <머니투데이>의 '차라리 朴 때가 더 살만했다?…역대 정권별 경제고통지수는' 기사의 서문이다. 해당 기사는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5년의 경제 정책을 분석하며 "문재인정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하나의 정권을 오롯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한 마디로 재단하기에 5년은 너무 길다"면서도 부제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등이 "아마추어 정책"이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러한 논조는 '차라리 박근혜 정부 때가 더 살만했다?'는 자극적인 제목에서도 짚어낼 수 있다. 사실 경제지 및 보수 언론들의 논조가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임기 초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맹렬히 반대하던 논조들은 임기 후반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기억나는 보도만 몇 꼽아봐도 이 정도다.

임기 중반이던 2019년 5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물가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발 내용,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했던 언론도 여럿이었다. 지난해 11월 <중앙일보>는 '무섭게 뛰는 물가·금리에도 손 놓은 정부'라는 사설을 통해 연말연시를 앞두고 물가가 상승하는 데 따른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대놓고 질타한 바 있다.

문 정부 때와는 달라진 보도들... 국민 고통 강조하던 논조는 어디로

지난 대선 직후이던 4월 당시 문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4% 인상폭을 보인 물가를 두고 "상한 각오로 안정 전력"이란 메시지를 내놨다. 같은 달 7일 <조선일보>는 '文 정부가 떠넘긴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들고 있다'는 사설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 빚,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까지 합친 넓은 의미의 국가 부채가 지난해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었다"고 꼬집으며 "문 정부 5년간 누적된 정책 실패의 청구서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악화된 경제 지표의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고 그 결과물을 새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요지였다. 윤 대통령 취임 직전이던 같은 달 30일에도 <조선일보>는 '경제 지표 줄줄이 추락 중, 새 정부로 넘어가는 경제 난제들'이란 사설을 통해 그러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러한 알리바이(?)를 적용시키고 있다고 봐야 할까. 윤석열 정부 들어 치솟고 악화되는 경제 지표들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의 평가나 비판은 죽비가 아닌 솜방망이에 가까워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바라보던 그때 그 시각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50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 지원을 약속했을 때 그 돈은 추경이 아니라 세출 조정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추경을 통해 조달함으로써 돈을 흡수해야 할 시점에 돈을 푸는 역주행을 했다." - 지난 6월 15일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말로만 물가 안정인 윤석열 정부' 중에서

비판이 전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톤의 문제다. 임기 초반 기간임을 감안하더라도, 논조 자체가 다르다고 본다. 언론들이 나서서 미국의 고금리 정책 등을 강변해 주거나 비판보다 현상 분석에 '올인'하는 경향 또한 감지된다. 격려나 채근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의 전쟁, 정부·기업·노동계 고통 분담밖에 해법 없다> (지난 5월 14일 조선일보 사설)
<생활 물가 6.7%↑ 충격, 가용정책 총동원을> (지난 6월 4일 서울신문 사설)
<민생 안정의 첫걸음 물가잡기에 역량 쏟으라> (지난 7월 11일 파이낸셜뉴스 사설)
<역대급 추석 대책, 실효성 있게 '3고 민생' 보듬어야> (지난 8월 11일 경향신문 사설)


사실 스테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불황)에 대한 경고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우후죽순 쏟아져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외부적 요인도 한몫했다. 대통령실이 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했다.

이 모두 앞서 언급한대로 통렬한 비판보단 채근이나 일반적인 우려에 가까워 보였다. 원·엔 환율,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 대중국 무역수지 등 세 가지 위험스런 지표를 자세히 설명한 '위기감 느껴지지 않는 윤석열 정부'란 지난 7월 <중앙일보> 칼럼의 결말을 보자. 

"세 가지 지표가 일제히 경제 위기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진짜 긴장해야 한다.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에 경제 워룸(비상경제상황실)을 차려놓고, 대통령이 퇴근을 반납하고 직접 챙겨도 시원찮을 판이다.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정부에서 절체절명의 위기감이나 치열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건지 '큰 그림'도 안 보인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툭툭 던지는 말만으로는 이번 위기를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

"노력 하고 있다"로는 부족하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일반 국민들의 고통과 체감은 높아져만 가는 중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조가 일반적"이라며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물가 잡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넉달이 넘도록 잡히지 않는 물가 상승을 두고 일반론, 소위 '유체이탈론' 같은 화법을 고수한 것이다. 만약 언론들이 이전 정부와 같은 논조를 유지했다면 대통령실과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어떻게 변화했을지, 새삼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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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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