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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르네상스 청사진. 이미 과도한 개발이 이루어진 동촌유원지를 더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금호강 르네상스 청사진. 이미 과도한 개발이 이루어진 동촌유원지를 더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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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님 14일 있었던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계획에 대한 청사진 발표 잘 봤습니다. 금호강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글로벌 내륙수변도시'로 대구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포부, 그리고 "금호강 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위한 큰 그림의 완성"으로 우선 선도사업을 펼쳐가겠다는 발표 잘 봤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제가 예상했던 것과 한치도 다르지 않게 개발계획들로 가득해서 좀 많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계획에는 자연에 대한 배려나 공존, 공생을 위한 비전이나 철학들이 보이지 않고,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사업들로 가득했다고 봅니다. 

금호강은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대구의 자식과도 같은 강

홍 시장님, 금호강이 어떤 강입니까. 산업화 시절 대구의 대표산업인 섬유공장 등에서 나오는 온갖 오물과 폐수들을 몽땅 뒤집어쓰고 완전히 죽었다가 기적적으로 부활한 '회생의 강' 아닌가요?

대구를 동서로 관통하면서 흘러 대구의 상징과 같은 강이었지만 대구시에 의해서 산업화 시절 버려진 금호강 아니었던가요?
 
다시 되살아난 금호강.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이렇게 건강한 하천에 대구시가 다시 삽질을 하려 하고 있다.
 다시 되살아난 금호강.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이렇게 건강한 하천에 대구시가 다시 삽질을 하려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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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금호강이 이제 막 소생의 기지개를 켜려는 이 시점에 시장님은 개발계획을 내놓으셨습니다.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자식과도 같은 금호강에 매스를 들이대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시장님이 나서서 다시 '삽질'을 하겠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너무 많이 개발된 금호강 

금호강은 이미 너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자전거도로도 대구 구간이 거의 연결되어 있고요, 둔치에는 야구장과 축구장, 오토캠핑장, 파크골프장과 같은 각종 체육시설들과 여러 주차장, 심지어 물놀이시설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금호강 둔치를 각종 운동시설과 오토캠핑장 등이 장악하고 있다.
 금호강 둔치를 각종 운동시설과 오토캠핑장 등이 장악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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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인간 편의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추가적인 개발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은 금호강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시장님이 이번에 발표한 개발사업은 금호강 르네상스의 마중물 역할을 할 사업들로, 동촌유원지 명품하천 조성사업,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금호강 국토생태탐방로 조성사업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계획들을 꼼꼼히 들여다봤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사업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배려는 없었고, 인간 중심의 개발로 가겠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금호강은 인간만이 아닌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이다
 금호강은 인간만이 아닌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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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은 인간만의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야생동식물들의 공간에 더 가깝습니다. 이 척박한 도심에서 야생동식물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강과 하천입니다. 이들이 이곳에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실 물과 초지들이 있고, 이 곳이 곧 쉼터, 그들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금호강 르네상스는 자연에 대한 약탈 

하나씩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 '동촌유원지 명품하천 조성사업'입니다. 대구시는 이 사업에 대해 "2026년까지 사업비 450억 원(국비 225, 시비 225)을 투입해 동촌유원지 일원에 생태수로, 비오톱 복원 및 사계절물놀이장과 샌드비치 조성으로 생태·문화·관광이 어우러진 명품하천 거점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촌유원지는 이미 너무 과도한 개발이 진행된 곳입니다. 높이 2~3미터의 수중보를 만들어 강 생태계를 단절시키고서는 그 위에서 오리배를 타고 있습니다. 양쪽 둔치에는 수변습지 하나 없이 모두 공원 아니면 주자장과 체육시설들입니다. 이곳은 추가적인 개발이 아닌 생태적 복원을 해나가야 하는 곳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입니다. 대구시는 "2025년까지 사업비 300억 원(국비 150, 시비 150)을 투입해 디아크 주변 문화관광자원(화원유원지, 달성습지)의 연계를 위한 랜드마크 보행교 설치로 금호강·낙동강 합류부의 두물머리 경관명소 창출 및 관광활성화에 기여"하겠단 계획입니다.

그런데 디아크 일대는 어떻습니까? 이곳도 이미 인간 편의 위주의 충분한 개발이 진행된 곳입니다. 대형 공원과 광장과 주차장에 자전거도로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디아크 일대를 더 개발하고 거기에 교량까지 건설해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와 연결하고 그것을 화원유원지까지 확대하겠단 것은 그야말로 탐욕이자 자연에 대한 약탈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아크 주변을 이렇게 더 개발하겠다고 한다.
 디아크 주변을 이렇게 더 개발하겠다고 한다.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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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금호강 국가생태탐방로 조성사업'입니다. "2024년까지 사업비 60억 원(국비 30, 시비 30)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천혜의 하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있는 금호강 안심권역의 안심습지·금강습지·팔현습지를 연계해 하천자연 환경의 훼손없이 시민들이 생태·역사·문화자원을 보다 쉽게 접하고, 하천의 빼어난 자연환경을 감상하면서 안전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생태탐방로를 조성할 예정"이라는 게 시의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또한 시의 설명과 달리 환경 파괴가 우려됩니다. 탐방로를 금호강의 대표 습지인 안심습지 등 습지가 잘 발달한 하천 안으로 내겠다는 것인데요. 그 자체로도 생태교란을 불러오는 일인데다, 이미 제방길로 산책로가 잘 닦여 있는데 추가적으로 탐방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중복사업으로 '혈세 탕진 사업'이란 비판을 직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선도사업'이고 본 사업은 아직 발표하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느 강을 원하는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금호강을 원한다
 어느 강을 원하는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금호강을 원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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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보 건설로 하중도와 그 상류 일대를 수상레저 관광지로 만들까 우려됩니다. 이는 철저히 실패한 4대강사업을 답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 4대강사업의 핵심 강인 낙동강은 여름마다 맹독성 물질이 나오는 녹조로 뒤덮이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그 녹조 독이 대구 수돗물과 농작물에서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마디로 4대강사업은 재앙입니다. 인간 탐욕에 대한 자연의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실패한 4대강사업 답습하면 안 된다 

이상과 같이 살펴본 결과 금호강 르네상스는 철저히 인간 위주의 개발 사업이란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발표로 대구시민들에게 혼란을 안겨준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문제의 개발 사업을 철회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자연이 살아 숨쉬는 금호강을 만나고 싶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금호강을 만나고 싶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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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구 환경단체와 시민사회, 종교계는 금호강 개발사업에 맞서 범시민사회종교대책위를 구성해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습니다. 시장님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 하천을 다니면서 그것을 기록하고,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홍준표, #대구시, #4대강사업, #디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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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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