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라운드를 4승 1패로 마친 대한민국이 '숙적' 일본을 제압했다.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U-18 청소년 야구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위치한 레콤 파크서 열린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U-18 야구월드컵 슈퍼 라운드 일본과 경기에서 8-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총 6개 팀(A조, B조 상위 3개 팀)이 경쟁을 펼치는 슈퍼 라운드에서는 2개 팀만 결승전으로 향한다. 오프닝 라운드서 미국(3-8 패배)과 네덜란드(1-0 승리)를 만났던 대한민국의 경우 1승 1패의 성적을 안고 슈퍼 라운드 일정에 돌입했다.

대표팀은 정준영(중견수, 장충고)-문현빈(2루수, 북일고)-김민석(1루수, 휘문고)-김범석(지명타자, 경남고)-김동헌(포수, 충암고)-김정민(우익수, 경남고)-김영후(좌익수, 강릉고)-박태완(유격수, 유신고)-김재상(3루수, 경기상고)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전날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서 kt 위즈의 지명을 받은 김정운(대구고)이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16일(한국시간)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호투를 펼친 선발투수 김정운

16일(한국시간)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호투를 펼친 선발투수 김정운 ⓒ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던 일본

대표팀은 초반부터 일본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1회말 김범석과 김정민의 1타점 적시타로 두 점을 뽑아내더니 이어진 2사 2, 3루에서는 행운까지 따랐다. 김영후의 평범한 뜬공을 놓친 3루수 와타베 가이의 포구 실책으로 루상에 있던 2명의 주자가 차례로 홈을 밟았다.

2회초에는 선발 김정운의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볼넷과 안타로 무사 1, 3루의 위기를 자초하고도 1루수 뜬공, 투수 땅볼로 순식간에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그리고 2사 2, 3루에서 야스다 줌페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김정운은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2회말 몸에 맞는 볼과 상대 수비실책으로 득점권 기회를 잡은 대표팀은 2사 2, 3루서 상대의 폭투로 한 점을 보탰다. 김동헌의 중전 안타까지 터지면서 남아있던 주자마저 홈으로 불러들여 순식간에 두 팀의 격차가 6점 차까지 벌어졌다. 결국 일본 선발 야마다 하루토는 2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3회말 정준영의 1타점 적시타로 여유가 생긴 대표팀은 4회초부터 '차세대 타이거즈 에이스' 윤영철(충암고)을 투입해 확실하게 승기를 굳혔다. 6회말 김민석의 1타점 적시타로 승리를 자축했다.

반면 6회초까지 침묵으로 일관한 일본은 경기 중반이 지나서도 득점 없이 끌려갔다. 몸에 맞는 볼과 내야안타를 얻어낸 7회초에도 기회를 날렸다. 무사 1, 2루서 강력한 구위를 뽐낸 김서현(서울고)이 그대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16일(한국시간)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윤영철

16일(한국시간)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윤영철 ⓒ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일본 넘은 대표팀, 이제 대만전이 관건

타선에서는 정준영(3타수 2안타 1타점)과 김민석(2타수 2안타 1사사구 1타점)의 멀티히트 활약이 돋보였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김정운(3이닝 2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윤영철(3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김서현(1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이 호투를 펼쳤다.

첫 이닝부터 빅이닝을 만들 정도로 대표팀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던 반면 일본은 예년에 비해 위력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인 및 청소년 대표팀을 통틀어 '한일전'을 치를 때마다 느꼈던 부담감이나 긴장감을 이날 경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표팀에게 중요한 경기는 사실 17일 대만전이다. 대만은 대한민국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2019년 대회서 정상에 오른 팀이자 모든 팀들의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될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팀이다. 이번 대회서도 오프닝 라운드 5경기서 모두 승리를 맛본 대만은 B조 1위로 슈퍼 라운드에 진출했다.

현재 대표팀의 슈퍼 라운드 성적은 2승 1패(오프닝 라운드 결과 포함)다. 18일에 만날 멕시코가 비교적 쉬운 상대인 점을 고려하면 대표팀이 17일 대만마저 꺾을 경우 결승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일본전에서 투수를 아낀 대표팀은 대만전에서 총력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대표팀은 부상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투-타 할 것 없이 컨디션이 좋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지금의 전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당장 16일 일본전서 3회말 주루 도중 1루수와 충돌해 고통을 호소한 김영후의 몸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첫 경기였던 미국전만 해도 어수선한 경기력을 선보인 대표팀은 '원 팀'의 구색을 갖춰 가면서 끈끈한 조직력을 발휘하고 있다. 슈퍼 라운드에 와서 더 강해진 대한민국이 이번 대회서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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