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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사태'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도보 5분 거리에 두 개나 있는 파리바게뜨에서의 일은 제 일상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문제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10억1700만원에 달하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과 5천여명의 제빵기사 불법 파견으로 시작된 투쟁이 5년 후인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본 SPC사태
 
전국 6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모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8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을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SPC 파리바게뜨 사태 해결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오체투지에 나섰다.
 전국 6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모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8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을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SPC 파리바게뜨 사태 해결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오체투지에 나섰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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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와 시민대책위의 중재로 이룬 사회적 합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풍당당한 기업의 태도는, 53일 동안 목숨을 걸고 단식 농성을 했던 노동자의 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아래 기사에도 나오지만, '올해 3월 28일부터 5월 19일까지 SPC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사회적 합의 이행, 노동기본권 보장 및 민주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5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습니다).

[관련기사 : "당연한 권리 요구중... 파리바게트 문제 해결에 관심을"]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현대사회에서 거의 주식이 된 식빵이나 베이글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빵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보장된 맛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주변에서 금방 찾을 수 있고, 할인이나 적립 같은 눈에 보이는 혜택도 있습니다.

식사, 간식, 축하와 응원같은 일상의 다양한 순간을, 빵은 부담스럽지 않고 적절하게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빵을 만든 사람들은 식사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환경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위 기사에 등장하는 장연주 정의당 광주시당위원장 직무대행의 발언에 따르면, 심지어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의 유산율은 58%이라고 합니다. 보통의 여성노동자 평균 유산율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면 두 명 중에 한 명은 유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지지하는 최소한의 마음으로 SPC의 제품들을 이용하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빵을 먹지 않고 지내던 어느 날,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가 유튜브에서 봤다며 식빵피자를 만들어보자고 하는데 진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싫고, 동네 빵집은 잘 생각이 나지 않고... "아, 슈퍼마켓에서 파는 식빵을 사와야겠다"했더니 삼립도 SPC였습니다. 새삼 대기업의 무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곧, 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SPC제빵사들의 노동인권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그동안에는 일상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제 가족의 입으로 들어가서 몸에 흡수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이 일은 바로 제 일이 되었습니다.

식물도 동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란다는데, 아프고 괴로운 마음으로 만드는 음식에는 그분들의 눈물이 담겨 있을 것 같았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정성만 담아서 구운 빵을 먹고 싶어졌습니다.

대안을 찾는 불매운동을 꿈꾸며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소금빵을 구웠다. 울퉁불퉁하지만 함께 만들고 먹는 시간이 즐겁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소금빵을 구웠다. 울퉁불퉁하지만 함께 만들고 먹는 시간이 즐겁다.
ⓒ 서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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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을 위해 빵을 굽는 일에는 자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조금 못 생기거나 맛이 덜 해도 괜찮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레시피를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엄두 내지 못할 일도 아닙니다.

저도 블로그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가며 빵을 구웠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빵을 구워 먹다가 문득 "SPC불매에 동참하고 싶지만 빵은 먹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운동, 노동운동은 주로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임에도 '나와 내 가족'의 일처럼 느끼는 건 쉽지 않습니다. 공감이 된다고 해도 투쟁을 함께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불매를 실천하는 건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빵을 구우며,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정의로운 마음이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의미 있는 운동들이 보다 많은 시민들의 힘을 받을 수 있다면 더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 말자'와 '함께 하자'가 붙어 있다면 어떨까요? "SPC 제품을 먹는 대신 동네빵집을 이용해 보자
", "가끔 만나서 함께 빵을 구워보자", "조금 더 구워서 이웃과 나눠보자"와 같은 상상을 해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동네빵집에서 공동구매를 한다거나 맛지도를 그려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여럿이 모여 빵을 구우며 유쾌한 시간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안을 함께 찾는 불매운동, 대안을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 사실은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이나 집단이 겪는 사회문제가 다정한 타인들에게 이해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을 안고, 오늘도 파리바게뜨 제빵사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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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따뜻하고 더 정갈한 사회를 꿈꾸는 엄마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어디에 있든 모든 사람이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런 사회를 바라며 저는, 느리지만 분명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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