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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이라 하면 주로 중앙아시아의 초원과 유목민, 유르트 등을 떠올리는데 사실 이 나라에는 괜찮은 노천온천도 많다. 여행 전 계획만 잘 잡으면 온천에서 피로를 풀어 가며 여정을 즐길 수 있다. 우리도 여행 중에 '악수 겐치(Ak Suu Kench)' 온천(카라콜 근처)과 이식쿨 호수가 보이는 '악 베르멧' 온천(촐폰아타)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악수 겐치 온천은 카라콜에서 16km정도 거리에 있는 노천 온천이다.
▲ 악수 겐치(Ak Suu Kench) 노천 온천 악수 겐치 온천은 카라콜에서 16km정도 거리에 있는 노천 온천이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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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베르멧 노천온천은 촐폰 아타 근처에 있다. 이식쿨 호수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 온천은 또 다른 여행의 맛이었다.
▲ 악 베르멧’ 온천 악 베르멧 노천온천은 촐폰 아타 근처에 있다. 이식쿨 호수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 온천은 또 다른 여행의 맛이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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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노천 온천에서의 휴식은 피로를 풀어주며 여행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 노천 온천 잠시 노천 온천에서의 휴식은 피로를 풀어주며 여행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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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험한 길 끝에 멋진 곳이 있었다니

동화 속 협곡 스카즈카 트레킹에 이어 유리 가가린이 쉬어갔다는 제티오구즈 계곡 트레킹과 승마체험을 마쳤다. 그리고 저녁에 도착한 카라콜 '다스 토르콘' 전통식당에서의 흥겨운 음주가무를 마치고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피곤에 절어 있었다. 스펙터클한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우리는 야간 온천체험을 하기로 하였다.  

'악수 겐치(Ak Suu Kench)' 온천 가는 길은 가로등도 없는 구불구불해 야간에 찾아가기에는 험한 길이었다. 꽤 유명한 온천이라고 하는데 이런 길이라면 초라한 노천탕 하나 있을 것 같아 가는 길 내내 베르멧, 빌렉(전통식당 공연팀)과 함께 깔깔대며 오른 흥이 사그라질까 온천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가 환희로 바뀌는 것은 순간이었다. 어두운 구불구불 길을 달려 눈앞에 나타난 온천을 보는 순간 내 맘은 확 녹아내렸다.

별 기대 없이 맞이하는 멋진 상황은 항상 감동도 두 배가 된다. 어두운 길 끝에 갑자기 나타난 노천 온천은 아담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옆으로 설산에서부터 달려온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8시가 넘은 저녁 시간인데 노천탕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조명 아래 펼쳐진 노천 온천을 잠시 감상하다 보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여행자의 맛이 올라오며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구불구불 길을 달려 만난 아담한 악수 겐치 온천은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 악수 겐치 노천 온천 구불구불 길을 달려 만난 아담한 악수 겐치 온천은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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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부비며 만나야 진짜 만남?

노천온천은 탕이 몇 개 있는데 탕마다 온도가 달랐다. 가장 넓고 사람이 많은 탕에 들어갔는데 우리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라 따뜻하니 좋았다. 온천탕에 들어서니 탕에 있던 모든 키르기스인의 힐금거리는 눈길이 온몸을 찔렀다.

옆 탕을 보니 사람도 별로 없고 더 깨끗해 보여 얼른 들어갔는데 물이 너무 뜨거워 바로 튀어나왔다. 그때 뜨겁다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박장대소하던 키르기스 아저씨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아뜨클레쿠로~ 블르 클래스키(난 이렇게 들렸다)~ 어쩌고 저쩌고~"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아마도 어디에서 왔냐는 말 같았다.

"코리아... 까레이스키"

이 한마디에 키르기스 아저씨 서너 명이 합동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들은 몇 마디 영어와 몸짓 말로 근처 카라콜에 산다고 자기들을 소개했다. 그러더니 일행 큰 형님 나이를 묻고는 20살은 젊어 보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들에게 나이를 물었더니 40살 또래들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 형님과 그들의 나이차는 근 20년인데 얼굴은 거의 동년배로 보였다. 40살이라는 그들 얼굴보다 내가 훨씬 동생처럼 보여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안이라더니 홀딱 벗고 살을 맞대 비교해보니 그 말은 참말인듯하다. 

반만 알아듣는 대화로 한참을 깔깔거리다 형 같은 키르기스 동생 한 명이 우리 일행을 온천 옆 계곡물로 이끌었다. 따라가 보니 설산에서부터 달려온 시냇물 옆에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가 줄에 묶여 있었다. 우리를 이끌었던 키르기스 동생 아저씨가 한 양동이 시냇물을 머리에 뒤집어쓰더니 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쳤다. 그러자 또 한 명이 양동이를 과감하게 뒤집어쓰고 포효하듯 소리를 질렀다.

'누가누가 찬물에 더 멋지게 견디는가?' 한밤 중, 홀딱 벗은 아저씨들의 은근한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나도 그들 따라 계곡물 한 양동이를 뒤집어썼다. 

"으아악~~"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따뜻한 물에 있다가 찬물을 뒤집어쓰니 머리통이 확 깨며 등골을 타고 은근한 쾌감이 올라왔다. 바로 엄지 척을 해 주니 키르기스 동생 아저씨들이 내 몸을 살짝살짝 건들며 박장대소한다. 친한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친구는 알몸으로 부딪치며 사귀야 금방 친해진다'는 말을 이런 면에서 참이다. 한밤 중에 빤스만 걸친 아저씨들이 줄지어 양동이 물을 뒤집어쓰며 깔깔거리는 장면은 여전히 생각만 해도 우습고 미소가 절로 난다. 

편견을 버리고 다름을 인정해야

영어도 잘 통하지 않고 키르기스 말을 전혀 몰라 서로 반 정도만 알아듣는 대화였지만 우리는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다고 생각한다. '손님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란 속담이 있는 나라라는 걸 온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홀딱 벗고 경험해 보니 더 친근감이 생겼고 이곳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사고가 열려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어느 나라이건 이방인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그 이방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에서 인종차별이나 혐오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편견 없는 열려 있는 마음을 보니 몇 해 전 제주도에 입국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을 두고 갑론을박 소란스러웠던 뉴스가 생각났다. 목숨 걸고 탈출해 온 사람들에게 적나라한 표현을 써 가며 받아 주니 마니 갑론을박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에 대해 얼마나 폐쇄적이고 혐오에 가까운 시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이방인인데도 경계 없이, 편견 없이 장난치며 반겨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모습과 비교되어 여러 생각이 스쳤다. 

한국공안행정학회 연구발표(논문 '코로나19 이전-이후 혐오범죄 변화와 혐오범죄 폭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 2022.2)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 혐오 범죄가 급증했는데 그중 외국인 대상이 42.4%를 차지했다고 한다. 연구 속 외국인에는 외모상 외국인으로 인식할 수 있는 다문화 가정 부모와 자녀들도 포함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모 중심으로 판단하는 편견의 일부를 볼 수 있는 연구결과라 생각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수많은 이방인들과 함께 사는 사회가 되었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수는 인구의 5%(통계청)를 넘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1700만 명(한국관광공사)이었다고 하니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 아마도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이다. 

우리도 이곳 키르기스 사람들처럼 외국인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열려 있는 자세로 편견을 버리고 다름을 인정하며 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여행 팁
'악수 겐치(Ak Suu Kench)' 온천은 카라콜 숙소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약 16km)에 있다. 일반적으로 이곳에 가려면 카라콜에서 악수 온천(Ak Suu hot spring)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참고로 버스라고 해서 일반적인 우리나라 버스 생각하면 안 된다. 키르기스스탄은 12~20인승 정도의 미니버스가 대부분이다. 버스 승강장에서 미니버스 차 앞 창문에 (Kypopt, Ak Suu)라고 쓰인 버스를 타야 한다. 수영복 지참하고 가야 하고(대여도 됨) 입수하기 전 샤워는 필수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 게재 후 브런치 개인 계정에 게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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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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