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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식당에서 제 나라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베트남 베트남의 식당에서 제 나라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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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부도시 뀌년을 여행하다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트게 됐습니다. 외국인들에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들을 찾았다가 그 모습을 흥미롭게 본 이들이 말을 걸어온 것이죠. 그들과 하루 정도를 같이 다니며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일종의 베트남 여행 노하우랄까요. 그중 한 가지가 나름 특색이 있어 여기 소개합니다.

"멋진 그림 많이 걸린 곳으로 가. 취향 있는 주인장이니 맛난 음식이 나올 거야."

현지인들에게 맛집을 찾는 방법을 알려달라니 대뜸 그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번역이 잘못됐나 싶어 번역기를 돌려가며 다시 물었지만 이번에도 답은 같았습니다. 그림이 멋진 곳은 실망시키는 일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행 내내 맛있는 음식점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베트남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중 훌륭한 곳과 그저 그런 곳을 가려내는 게 마음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통해 찾으려 했고 구글지도의 별점을 통해서도 맛난 집을 찾아보려 했지만 십중팔구 그런 집들엔 여행자들만 수두룩했습니다.
 
벽에 그림들과 시각적으로 멋진 메뉴판이 걸린 한 식당 모습.
▲ 베트남 벽에 그림들과 시각적으로 멋진 메뉴판이 걸린 한 식당 모습.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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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인의 맛집 가리는 법

특히 한국이나 유럽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곳은 베트남 음식 본연의 맛을 추구하기보단 다분히 여행객의 입맛에 맞추길 선택한 인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한국화된 베트남음식을 굳이 현지에서 먹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현지인에게 현지 맛집을 가려내는 법을 알려달라 요청한 건 그래서였죠.

하긴, 외국인이 제게 한국에서 맛집을 찾는 법을 묻는다면 답하기 난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친구는 역시 구글지도를 추천했고, 다른 친구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음식점에 따라 들어가 보라고 권했습니다. 특히 교복이나 회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다면 가격도 괜찮고 실패하지도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역시나 그런 방법이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일 즈음, 또 다른 친구가 그림 이야기를 한 겁니다. 너무 색다른 방법이라 그 뒤 음식점을 갈 때면 그림이 걸려 있는지부터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베트남 음식점엔 그림이 생각보다 흔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국에서처럼 유명한 서양화가의 작품이 아닌, 제 나라 화가의 그림이거나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화가의 그림을 걸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림만이 아니었습니다. 목공예 작품부터 도자기나 사진 같은 예술작품을 한켠에 두고 공간을 장식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베트남인들의 일상적 예술애호가 어떠한 정도인지를 살필 수 있는 대목이었죠.
 
베트남 한 카페에 베트남의 특징적인 교통수단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 베트남 베트남 한 카페에 베트남의 특징적인 교통수단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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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복제품 흔한 한국

사실 한국의 카페와 음식점에서 특색 있는 그림이나 조각을 만나는 건 그리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 작품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유명한 서양화가의 프린트 된 복제품이기 일쑤입니다. 그것이 꼭 나쁘단 건 아니지만 대중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폭이 넓지 않다는 반증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경험상 한국 카페에 걸린 그림 중 고흐와 마티즈, 호퍼, 워홀, 샤갈까지 다섯 명의 그림이 다른 화가 전체를 더한 것보다 많은 듯한 인상까지 들기 일쑤입니다. 저도 모르게 이 같은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가 베트남의 일상적 예술애호, 요컨대 식당이나 카페는 물론이고 이발소며 마사지업소와 같은 곳에서까지 꼭 그곳에만 있을 법한 작품을 마주하게 되니 감상이 새로울 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제게 미술품을 주의 깊게 보라고 권한 이의 말대로 매력적인 작품이 걸린 업소는 음식이며 서비스까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는 점이었습니다. 주인장이 취향이 음식이나 차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니 당연한 일이었을까요. 과연, 공간도, 음식도, 차도 취향과 수준을 따르는 것이니 그 품격과 정취가 서로 흘러 닿지 않을 리가 없는 겁니다.
 
베트남 한 마사지샵에 내걸린 그림.
▲ 베트남 베트남 한 마사지샵에 내걸린 그림.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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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미술애호, 멋지다!

가만히 살피다 보니 베트남이란 나라의 미술애호가 참으로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미술관도 상대적으로 많지만 미술관이 아니라도 그림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일상에 널려 있었습니다. 거리 화가도 많고 가게며 집엔 언제나 그림이 걸려 있었으니까요.

또 저들의 그림 안엔 자기만의 문화와 풍속이, 또 유명한 거리며 나무들이 그대로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미술관엔 값비싼 작품이 전시돼 있지만 집이나 가게에선 그림을 만나보기 어려운 현실이, 또 우리의 것이 담긴 그림을 일상적 공간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내가 사는 한국이 담긴 그림을 한 점 구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인장이 취미로 모은다는 조각과 그림들로 가득한 베트남 어느 식당 모습.
▲ 베트남 주인장이 취미로 모은다는 조각과 그림들로 가득한 베트남 어느 식당 모습.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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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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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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