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아 대통령이 보냈다는 추석 선물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그 기사들에 나온 사진을 보면 우리 모두에게 매우 익숙한 봉황 문양을 볼 수 있다. 황금빛의 봉황 문양은 대통령의 이름으로 나가는 상장과 표창장, 기념품 등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대통령의 휘장부터 시작해 대통령의 집무실, 항공기, 차량 등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모든 물품이나 행사에는 항상 봉황 문양의 표장이 사용된다. 

봉황 문양, 헤이안 시대부터 일본 황실의 상징으로 사용되어와

잘 알려져있는 것처럼, 봉황은 중국 전설상의 상서로운 새다. 중국 고대 은나라와 주나라 시대에 봉황은 '천명(天命)'의 상징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봉황 문양은 시간이 흐르면서 민간화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당나라 시대에 봉황 문양은 민간에 크게 유행해 결혼이나 애정의 상징으로 각종 장식물에 표현되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이 봉황 문양이 일본 황실의 상징으로 사용돼 왔다. 즉, 봉황 문양은 8세기 헤이안(平安) 시대부터 일본 황실의 상징이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천황 즉위 혹은 재위 20주년이나 30주년 기념 물품들의 장식에는 봉황 문양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의 1만 엔 지폐에는 봉황 문양이 나와 있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한 국가의 화폐에 사용되는 문양은 그것이 해당 국가의 존숭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일제 강점기의 쇼와(昭和) 시대, 즉 히로히토 일왕 시기에는 오늘날 우리가 대통령 휘장으로 흔하게 알고 있는 모양과 같은 모양, 즉 마주 보는 두 마리 봉황이 좌우 양쪽에 길게 깃을 내리고 있는 형태의 문양이 많이 사용되었다. 일본에서 이 봉황 문양은 천황이 내리는 하사품에도 사용되었다. 당연히 조선 강점기의 조선에서도 이 봉황문양은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이를테면 조선총독부의 상장에는 오늘날 대통령 휘장으로 사용하는 문양과 거의 비슷한 모양의 봉황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박정희 시대에 공식화된 대통령 봉황 표장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봉황 문양이 대통령 휘장으로 규정된 것은 박정희 정부 때이다. 1967년 1월 31일, 대통령 공고 제7호 '대통령 표장에 대한 공고'가 제정되면서 봉황 두 마리가 마주 서 있는 가운데 중앙에 무궁화가 그려져 있는 표장을 대통령의 상징으로 결정했다. 동 공고 제3항은 "표장은 대통령 관인, 집무실, 대통령이 임석하는 장소,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자동차·기차·함선 등에 사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러 측면에서 일본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박정희의 통치 기간에 쇼와 시대 일본 강점기에 흔히 사용됐던 이 봉황 문양을 대통령 휘장으로 정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일본 황실 문양이 우리 대통령 표장인 것은 민족 감정에 반한다

일제 잔재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온존하고 있다.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일제 잔재를 모조리 청산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 표장이란 한 국가의 대표적인 상징으로서 국가의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일본 황실의 상징인 봉황 표장을 우리나라 대통령 표장으로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우리의 민족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바뀌어야 마땅할 일이다.

태그:#봉황문양, #일본황실 문양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지금은 이 꽃을 봐야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