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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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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5일 방한하는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접견할 계획이다.

12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리 상무위원장을 접견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리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 서열 3위로 꼽히는 인물이다. 또 윤 대통령과 리 위원장의 접견은, 지난 8월 미국 내 정치권력서열 3위로 알려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한 당시 휴가를 이유로 접견하지 않은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편 리잔수 위원장은 오는 15~17일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문 정부 향해 친중정권이라 비판했지만....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1일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왼쪽에서 세번째와 네번째가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 2022.9.9
▲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1일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왼쪽에서 세번째와 네번째가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 20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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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중'으로 규정해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28일 주한미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현 정부 들어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들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는 했지만 결과는 나쁜 것으로 끝났다"며 문재인 정부를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 3일 열린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민주당 집권 기간, 친중·친북 굴종외교를 너무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통령이 되면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정상 중 누굴 먼저 만나겠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는 "저는 먼저 미국 대통령, 그다음 일본 수상, 중국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만날) 순서를 정하라면 그렇게 하겠다. 왜냐하면 민주당 정권의 집권 기간 동안에 너무 친중 친북의 굴종외교를 하는 가운데 한미관계, 한일관계가 너무 많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계속해 선거 유세에서 민주당 정권에 대해 "2년 전 대한의학협회 의사들이 우한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 입국자를 차단해달라고 6번에 걸쳐 정부에 요청했지만 친중 정권이 묵살했다(2월 19일 울산 유세)", "입으로만 민주주의라고 하지 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반미·친중·친북 이런 데 빠져있다(2월 24일 수원 유세)"며 친중 정권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과거 비판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 과정 내내 문재인 정부를 친중이라고 비판해온 것이 무색해 보일 정도다.

외신도 윤 대통령 과거 발언과 다른 행보에 주목
 
외신에서도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다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지난 8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을 중국 매파로 착각하지 말라(Don’t Mistake South Korea’s Yoon Suk-yeol for a China Hawk)'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조엘 앳킨슨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가 작성했다.
 외신에서도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다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지난 8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을 중국 매파로 착각하지 말라(Don’t Mistake South Korea’s Yoon Suk-yeol for a China Hawk)"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조엘 앳킨슨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가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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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서도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다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지난 8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을 대(對)중국 매파로 착각하지 말라(Don't Mistake South Korea's Yoon Suk-yeol for a China Hawk)'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조엘 앳킨슨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가 작성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앳킨슨 교수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우파 성향인 윤 대통령은 한국 밖에서 친미·반중 선택으로 널리 인식되었다. 이는 좌파 성향인 이재명 후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사실일 수도 있지만, 절대적인 의미에서 대중국 매파로 오인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문 정부가 사드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에 지나치게 저자세였다며 사드 배치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윤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전통을 이어 갔다"고 평했다.

이어 앳킨슨 교수는 "한국 정부는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의 통화 중 대만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의 반응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윤 정부의 펠로시 의장을 향한 냉담한 환영에 만족해 보인다"면서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접근은 분명히 매파라기보다는 비둘기파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 외교를 보며 떠오른 400년 전 조선 왕 인조 
     
이러한 윤 대통령의 모습은 약 400년 전 조선 국왕 인조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1623년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한 인조는 반정의 명분으로 폐모살제, 내정의 문란과 함께 '망은배덕'을 내세웠다. 망은배덕이란 명나라와 후금(후일의 청나라) 사이에서의 이중외교 행보를 칭한다. 이후 인조는 광해군의 이중외교를 대신해 임진전쟁 당시 명으로부터 받은 '재조지은(나라를 다시 만들어준 은혜)'을 갚겠다며 '친명배금'을 외교의 신조로 삼았다.

하지만 당시의 국제정세로 인해 ,인조는 광해군의 이중외교를 완전히 배척할 수는 없었다. 임진전쟁과 병자전쟁 연구자이자 <역사평설 병자호란> 저자인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에 따르면 인조가 친명배금 정책을 내세운 점은 사실이나, 후금을 상대로 공격하거나 자극하는 행위는 시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인조는 광해군 대의 대후금 외교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화의론에 기반을 둔 기미정책을 펼쳤다.

한 교수의 주장대로 인조는 반정 직후에는 명나라 사신에게 "명에서 출병 기일을 알려주면 병력을 동원해 후금 토벌에 나서겠다"고 말할 정도였지만 이후에는 조선의 가도에 주둔한 명 장수 모문룡이 과감한 군사행동을 벌이자 "가벼이 움직이는 것은 옳은 계책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라"며 난색을 표했다고 알려져 있다. 친명배금을 내세우며 광해군을 폐위시켰지만, 정작 현실은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어떠한가. 정권교체의 명분으로 '친미반중'을 천명하며 문재인 정부를 맹비판했지만, 실제로는 문 정부의 기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대통령 후보 입장에서야 정권교체를 위해서 무슨 말이든 못할까. 하지만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서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완전히 한쪽에 치우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법이다. 이는, 친명배금을 내세웠지만 기실 광해군의 외교 노선을 이어갔던 인조와 닮은꼴이라고 볼 수 있다.

인조의 경우 이후 병자전쟁에 이르기까지 명과 청,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명나라는 '속국이 다른 마음을 품었다'며 의심했고 청은 1636년, 군신관계를 요구하며 조선을 침략했다. 인조는 병자전쟁의 패배로 삼전도의 굴욕을 겪었고 수많은 백성들이 죽거나 다치고 청나라로 끌려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인조가 했던 그 결과와는 다르게, 미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부디 그러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 중 인조의 외교 정책에 관한 내용은 조일수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의 2017년 논문인 '인조의 대중국 외교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장정수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2022년 논문인 '인조대 초반 어영사·총융사의 설치와 친명배금 정책의 기류 변화', 그리고 한명기 명지대 교수의 책인 <임진왜란과 한중관계>등을 참고한 것입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을 전쟁으로 칭하는 까닭은 동아시아사 교과서에 입각한 것입니다.


태그:#윤석열, #리잔수, #펠로시, #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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