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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와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와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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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법을 발의했다. 바로 다음날인 9월 8일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기소하였고 국민의 힘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한 여러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른바 '추석 밥상'이라 불리는 정치적 의견 교환의 시기를 앞두고 정국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정책대결이 아닌 이런식의 흠집잡기 정치를 비판했지만, 결국 또 이런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최근 한국정치의 양상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평론가, 학자들이 그 문제점을 지적해왔다(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최근", "한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이 구도를 벗어나려 시도하는 제 3세력에서의 공통적인 경향에 대해 비평하고 대안적인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반대... 하지만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질문하는 모습.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질문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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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시대전환 조정훈 국회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관련기사 : 조정훈 "김건희 특검법 반대"... 패스트트랙 어려워졌다) 조정훈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필요한 정족수에서 캐스팅보트를 가지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여기서 "과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이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남의 부인을 정치 공격의 좌표로 찍는 행위가 부끄럽고 좀스럽다"라며 반대의 이유로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정치', '이미 문재인 정부시절 수사한 내용', '민생이슈를 잡아먹을 것', '남의 부인을 정치공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 등을 제시했다.

지금 한국정치의 대립구도가 생산적이지 않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평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평은 대결의 장 바깥에서 구경꾼이 사적으로 했을 때나 어울리는 말일뿐, 국회라는 정치대결의 경기장 안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할 말은 아닐 것이다. 조 의원에게도 국회의원이자 법사위 캐스팅보터로서 보다 더 나은 구도를 만들었어야 할 책임이 있었다.

민생의제에 대한 주목을 빼앗긴다는 이유 또한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할 수 있다. 민생의제에 대한 걱정을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비공식 간담회나 내부토론을 할 때나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의견이라고 본다. 이미 대결구도가 다 짜여지고 한창 사안과 논쟁이 진행 중인데 이런 말을 한들 무슨 효과가 있는가?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이 구도속에서도 관심을 끌만한 의제나 해법을 제기해야 한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미 수사를 한 내용이니 더 확보될 증거나 밝혀질 정황이 없다는 주장은 최근 언론보도 내용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관점이다. 이번 특검법을 포함하여 특별검사제도 자체가 전제하는 것은 해당 사건이 권력관계로 인해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의심'이다. 이 의심자체가 터무니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정황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이 의심에서는 문재인 정부라는 점보다 '검찰'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 아닌가.

마지막 반대이유인 "한 여인의 남편으로 남의 부인인을 공격", 즉 '남의 부인(배우자)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란 발언은 실상은 성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본다. 또 사회변화를 주장하는 진영의 정치인이 발화하기에 매우 부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의 아내인 여성은 정치적 공세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애초부터 이런 공세가 옳지 않다거나 생산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 될 뿐 대상의 성별이나 기혼여부는 공개적인 논의에서 바람직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세부적인 이유보다도 더 문제인 것은 이 '짜증나는 정치'에서 조정훈 의원 또한 이미 정해진 역할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어떤 의제로 대립하고 있으면, 소수정당 의원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이 구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이 '거대양당', '이분법'을 들먹이며 양비론을 펼치는 이 삼박자. 이런 흐름이 과거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한국정치의 공식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조성주 상임이사의 제안... 정의당이 취해야 할 태도 

조정훈 의원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큰 제 3세력인 정의당 일부에서도 이런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정의당이 '2중대론'을 벗어나려면 독자적인 의제 혹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정의당뿐만 아니라 제 3세력,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모든 세력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나 추석밥상을 앞두고 정의당에서 또다시 이전과 같은, 그러나 더 극단적인 움직임이 부상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일찍부터 정의당의 혁신을 표방하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해온 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는 9월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전의 정의당 지도부가 강력한 천명없이 중립을 고수하려다 실패했으니 이제는 절대로 이 기조를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양당의 일부 극단적 지지자들로부터 닥칠 무수한 악담과 비난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정의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바로 세우는 데 좋은 약이 될 것"이라 썼다.
 
"지금 정치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이재명 지키기나 김건희 지키기 따위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들에게 닥칠 무분별한 손해배상소송을 막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노란봉투법' 제정이 더 시급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 자영업자의 대출 원리금에 대한 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말 종료된다. 지난 2년간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악화된 상환능력을 감안하면 조속히 '채무자회생법'을 개정하여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성주 상임이사의 페이스북 게시글 중
   
앞서 밝혔듯 지금의 정치구도가 훌륭하지 않다는 지적은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 주류세력들의 행위는 가짜정치에 가까우며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정치, 자신이 말하는 것이 진짜 민생 정치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 상임이사의 제안은 방법론이 목표달성에 효과적이지 않은 전략이며, 최근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는 공식에 매우 잘 들어맞는, 그래서 결국 2중대론에 다시 빠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본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정책을 반대하면 현 시끄러운 정국이 가라앉는가? 정의당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저 교착상태가 더 길어지며, 결과적으로 대립의 열기와 그에 비례한 정치혐오만 더 가중될 것이다. 조국 전 장관 사태부터 다수의 정의당 지도부가 이 불가능한 임무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 실패의 원인을 결연한 의지 또는 끈질긴 독자의제 제기의 부재로만 진단할 수는 없다.

이는 아무리 평화운동가들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한들, 이미 민족감정으로 가득찬 양 세력의 대결을 막기 어려운 것과 같을 것이다.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제 3세력들은 이제 다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가장 먼저 이중의 이분법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수정당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이분법적으로 정치를 해석한다며 비판하지만, 이들 또한 소수정당 대 거대양당이라는 자신들의 이분법으로 정치를 해석하고 있다. '거대양당이 하는 일은 극단주의자들에게 휘둘리는, 증오심에 휩싸인 정치이며 소수정당은 민생의제에 집중하는 이성의 정치'라는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란 협상이고, 협상은 인질을 잡고 있는 강도와도 해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국민 대다수가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양대 정치세력을, '가짜정치를 하고 있다'며 그 전제부터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라고 본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여러 문제점에도 유권자들이 양대정당구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를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없이 이 구도를 넘어설 수는 없다.

한편, 독자의제를 제기하는 전술에 있어서 대결구도의 맥락과 동떨어진 의제를 제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기존 정치세력들이 민의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전혀 새 관점과 의제를 표방하는 세력이 부상하는 포퓰리즘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그런 민의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나 가능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현재 구도의 주제와 관련 있는 의제를 내걸고 공개적으로 더 나은 협상조건을 제시한 편에 서겠다는 전술이 제 3세력의 존재의의를 설명할 수 있는 길이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 의혹 등 연구윤리문제는 비단 국민대나 김 여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2010년 조선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다가 논문대필과 교수직을 두고 이루어지는 매관매직 관행을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고 서정민 박사 사건에서부터 알 수 있듯, 다수 대학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검찰개혁 문제 또한 근원을 따지자면 한국 법률가 계층의 특권집단화에 있다. 최근 한국정치 대결구도의 원형인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도, 문제는 학벌주의를 타파하는 것이었지 장관임명 동의여부가 아니었다고 본다. (관련 기사 : 사건의 핵심은 '학벌주의'다)
  
조국 전 장관의 임명, 검찰개혁, 김건희 특검 등을 두고 벌어지는 구도가 모두 허위일 뿐이라면 그 구도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 또한 허위에 가까울 것이다. 정말 아무래도 좋은 의제라면 둘 중 어느 쪽이든 진정한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조건을 제시한 쪽에 서야 한다. 법무장관이 임명이 되든 말든 학벌주의는 그대로이며 영부인의 박사논문이 취소되든 말든 오늘도 수많은 연구윤리 위반사례가 쏟아지는데, 이것들은 왜 민생의제가 아닌가. 왜 아니라고만 말하는가.

특권해체 운동, 학벌타파 운동, 연구윤리확립 운동 등 사이에서 제 3세력을 표방하는 정치세력들이 뭘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소수정당 국회의원들이 캐스팅보트를 활용해 연구윤리강화법,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법, 변호사 시험 자격시험화 법 등을 요구하며 조금씩이나마 진보를 이룬다면, 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제 3세력이 필요한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기본소득당의 당원이며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의 회원입니다. 이 글은 두 단체의 공식입장이 아닌, 개인의 견해입니다.


태그:#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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