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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위버스에 공개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의 포스터
▲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24일, 위버스에 공개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의 포스터
ⓒ 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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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미디어는 소셜 미디어를 그저 회사의 조회수를 높여주는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소셜 미디어는 언론의 기사를 입맛대로 선별한 뒤 공유한다. 이렇게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목적과 이익에 침해가 된다면 서로 대립한다. 서로에게 '기레기'와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멸칭을 붙인다. 두 미디어가 치고 받는 모습을 보며 누구는 레거시 미디어의 몰락을 이야기하고, 누구는 소셜 미디어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두 미디어의 협력은 불가능한 걸까? 레거시 미디어는 독자의 역할을 제보나 투고하는 사람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기자와 독자의 구분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둘의 공생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번에 그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BTS 부산 공연장 변경 사건은 레거시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가 서로 협력하여 관계 당국을 움직인 아주 드문 사례다.

8월 24일 BTS의 팬 커뮤니티 위버스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콘서트'의 개최지가 기장군 일광 특설무대라 밝혔다. 발표 당일, 특설무대가 지어질 곳에 다녀온 부산 팬이 콘서트 장소에 안전 문제가 있음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다. 8월 30일, MBC에서 현장취재 결과를 보도했다. MBC의 보도를 기점으로 '안전불감증_부산콘반대', '부산엑스포_콘서트_보이콧' 등의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소셜 미디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언론 또한 MBC의 보도를 인용한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날 부산시청은 점검 회의에서 교통 대책을 논의할 뿐, 개최지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MBC의 보도가 나간 지 3일만인 9월 2일, 주최측은 개최지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주최 측 관계자는 "관객 여러분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위해 장소를 변경했다고 알렸다.

최초 발표된 기장군 일광 특설 무대는 부산역과는 35㎞, 울산역과는 51㎞나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콘서트 예정 부지는 과거 한국유리의 공장터로 약 4만 3000평 정도 되는 땅이다. 2018년 공장 철거 이후 공장 굴뚝이 있던 곳은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으며, 나머지는 풀밭이 있는 공터로 방치됐다. 30일 MBC 취재 당시 그곳에서는 자갈을 까는 공사와 구덩이를 메꾸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연장 입구는 하나였고, 앞엔 왕복 이차선 도로뿐이었다. 1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기엔 불충분한 조건을 갖췄음에도 이곳이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면적이 4만3000평에 달해 관람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비슷한 규모를 수용하는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출입문 개수가 54개인 것과 비교해 일광 특설무대는 확실히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다름아닌 소셜 미디어 이용자였다.

어젠다를 사회에 공론화하는 것은 더 이상 레거시 미디어만의 산물이 아니다.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언론이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개별적인 정보 제공자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언론이 예상치 못한 어젠다를 끌어낼 능력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은 게이트 키퍼로서 소셜 미디어가 발의한 정당한 어젠다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책무가 있다. 물론 그 어젠다가 정당한지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기도 하다.

많은 언론이 소셜 미디어가 불붙인 아궁이에 생각없이 장작 넣기만 하는 타성에 빠진 지 오래됐다. 단지 조회수를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화두로 삼은 것을 그냥 기사화해서는 안 된다. 언론이 마지막까지 신경 써야할 것은 언제나 정확도다. 누구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소셜 미디어의 맹점을 언론의 검증으로 채워야 한다.

현장에 찾아가 공연 장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MBC가 검증했다. 전까지 대부분의 기사는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에 초점을 맞췄다. MBC처럼 현장답사를 토대로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소셜 미디어의 문제의식에도 여론은 모이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가 공익의 문제로 이번 논란에 접근할 때, 레거시 미디어는 바가지요금 같은 자극적인 논란을 기사화했다. 하지만 MBC의 검증 이후 소셜 미디어발 정보에 신뢰도가 생기자, 여론이 모이기 시작했다. 언론의 검증은 사회에 경종을 울릴 힘이 있다.

검증은 언론의 무기이자 의무다. 언론에서 다루는 것은 곧 여론 형성으로 귀결된다. 검증의 부재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알 수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그렇다. 2000년, 매일경제엔 "가습기 냄새를 없애려면 가습기 전용 살균제를 사용"하라고 권하는 기사가 나갔다. 그 대가는 알다시피 참혹했다.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 방송 이후 큰 피해를 본 배우이자 사업가였던 고 김영애씨가 대표적이다. 2008년 김영애씨는 "KBS측의 오보로 인해 신 성장 사업인 국내 황토팩 시장은 물론 황토산업 전체가 붕괴, 도산위기에 처해있"다며 심정을 밝혔다. 중요한 것은 검증이 아닌,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TBS 방송에서 "민주주의는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과정이고 절차예요. 일종의 방법이죠"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정해진 목적지가 아닌, 나아가는 움직임이다. 그 동력원 중 하나가 여론이다. 사람들의 뜻에 따라 정부와 공동체가 움직인다. 여기에 관여하던 레거시 미디어의 여론독점은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이제 언론은 자신이 여론을 이끄는 여러 주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아미가 취재하고 MBC가 검증한 기사는 한국 사회의 여론 형성에 모범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좋은 사례 하나를 갖게 되었다. 양 미디어의 협력이 보여준 그들의 바람직한 미래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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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교육원 취재기자 교육생 김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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