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7-0으로 지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어두운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다. 2022.9.1

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7-0으로 지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어두운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다. 2022.9.1 ⓒ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야구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한화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졸전 끝에 0-11로 참패했다.
 
이로서 시즌 성적 38승 2무 82패(.317)를 기록한 한화는 잔여 22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5위 KIA 타이거즈(61승 1무 60패, 504)와의 승차가 22.5게임으로 벌어지며 일찌감치 10개구단중 가장 먼저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이미 6월부터 승차가 꾸준히 벌어지며 예상된 결말이지만, 2019년부터 4시즌 연속 가을야구 좌절이다.
 
또한 9위 두산 베어스(49승 2무 68패 .419)에게도 12.5게임차로 뒤져있는 한화는, 2020시즌부터 3년 연속 리그 최하위도 사실상 확정적이나 마찬가지다.
 
한화의 부진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진행형인 독수리군단의 '암흑기'는 KBO리그 40년 역사를 통틀어도 독보적이다. 한화는 올해도 꼴찌가 확정될 경우 통산 9번째가 되는데, 이는 '프로야구 역대 최다꼴찌' 부문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드디어 타이 기록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롯데의 기록은 프로 초창기부터 40년 세월에 걸쳐 반등과 하락의 굴곡을 넘나들며 쌓은 기록이라면, 한화는 불과 최근 15년 사이에 폭풍처럼 몰아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한화가 첫 꼴찌를 기록한 것은 전신 빙그레 이글스 시절이었던 1986년 창단 첫 해로, 당시 전후리그제에서 승률 최하위(최종 7위, 전기 7위-후기 6위)였다. 단일리그제에서는 무려 23년이 지난 2009년에 첫 꼴찌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2012~2014년, 2020~2021년까지 무서운 기세로 불명예 타이틀을 추가하며 프로야구 최다 최하위의 반열에 올랐다.
 
KBO리그 역사에는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쌍방울 레이더스 등 한때 그 시대에서 꼴찌를 단골로 도맡던 약팀들의 계보가 존재한다. 롯데 역시 2000년대 4년 연속 최하위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역대 그 어떤 팀도 한화만큼 팀명과 연고지, 모기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오랜 기간 반등하지 못한 팀은 없었다.
 
한화가 본격적인 암흑기에 접어든 시기로 꼽히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잃어버린 15년' 동안 꼴찌만 8회나 추가한 반면,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은 단 한 시즌(2017년 3위) 뿐이다. 롯데도 2000년대 초반의 암흑기 이후 한때 5년 연속(2008~2012)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할만큼 잘나갔던 시절도 있었다. LG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2003~2012)에 실패하며 놀림받던 시절이 있었으나 2010년대 후반 이후로는 현재 어엿한 강팀이자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한때 암흑기를 보낸 팀들이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들이 성장하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리빌딩'의 기틀을 마련하는게 보편적이다. 하지만 한화는 '20세기의 끝자락'이던 1999년 구단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우승 이후 줄곧 하향세의 길을 걸어왔다.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에서 모두 한번 이상 꼴찌를 경험해본 팀은 현재 KBO리그에서 오직 한화 뿐이다. 이른바 '삼김이한(김성근-김인식-김응용-한대화-한용덕) 시대'로 요약되는 지난 15년 동안 스타 FA와 감독 영입에서부터 내부 육성, 패닉 바이, 프랜차이즈 우대, 프런트야구에 이르기까지 반등을 위하여 시도할 수 있는 수단은 다 시도해봤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모기업이 돈이 부족한 구단도 아니었고 스타가 없는 팀도 아니었던 한화가 약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은 KBO리그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다.

한화는 2020년 삼미와 타이 기록은 정규시즌 역대 최다 18연패 기록을 쓴 뒤 다시 리빌딩기조로 전환했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며 메이저리그식 육성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2년연속 3할대 승률에 그치며 좀처럼 희망적인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내야는 정은원, 하주석, 노시환, 최재훈 등 주전급 자원을 어느 정도 발굴했지만 마땅한 백업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경쟁자가 없으니 주전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팀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할 경우 대안이 없다. 실제로 과부하에 시달린 주전 내야수들의 개인 성적은 전체적으로 떨어졌다. 외야는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을 제외하면 확실한 주전감이나 거포형 타자가 전무하다.
 
마운드에서도 안정감을 주는 붙박이 토종 선발투수가 부족하다. 특히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겹치며 힘 한 번 못쓰고 주저앉았다. 전력보강도 지지부진하다. 한화는 가뜩이나 꼴찌 이미지로 스타급 선수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구단도 육성을 핑계로 외부 FA 같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팬들로부터 리빌딩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만 늘어났다.
 
구단이 좀처럼 리빌딩의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불명예 흑역사는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한화는 2020시즌(18연패)과 2021시즌(10연패)에 이어 올해도 10연패를 달성하며 KBO리그 사상 최초의 단일 구단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연패'라는 기록을 세웠다. 단일시즌 기록에서는 빠져 있지만, 2021시즌 후반기부터 2022시즌 개막 초반까지 두 시즌에 걸쳐 달성한 12연패도 있었다. 반면 시즌 최다연승은 3연승이 한계였다.
 
여기에 한화는 남은 22경기에서 9승 이상을 거두지 못할 경우, 2020년 세웠던 프로야구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패(95패) 기록을 다시 경신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팀승률은 물론이고 공수 관련 지표 역시 대부분 리그 최악이다. 거의 매달마다 장기 연패가 밥먹듯이 이어졌고 큰 점수차의 무기력한 졸전들도 속출하며 성적은 물론이고 팀 사기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즌 후반기에 순위판도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던 고춧가루 부대로서의 기능도 올해는 실종된 상태다.
 
올해 한화에게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을 찾는다면,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2군 팀이 퓨처스리그 선두를 질주하면서 미래 자원이 될 유망주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쯤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전력이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냉정히 말해 한화는 KBO리그 40년 역사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든 '역대 최약체팀'이다. 프로야구계의 '보살'로 불리우는 한화 팬들은 15년을 기다렸는데도 아직도 얼마나 더 기다려줘야 하냐며 한탄하고 있다. 나는 법을 잊어버린 독수리는 과연 언제쯤 다시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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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프로야구순위 리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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